언제나 계속되는 아침,
언제나 계속되는 저녁,
언제나 계속되는 일과,
언제나 계속되는 일상,
그리고 언제나 이어지는 삶.

  그 흐름은 언제나 정해진 듯이 이어져간다. 이를 두고 누군가가 '영원히 굴러가는 바퀴와도 같다' 고 말하였을 정도로. 계속 같은 무언가만 바라보게 되면 사람은 그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듯이,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삶을 살아가다보면 그에 대한 흥미를 잃을 때가 있다. 그래서 가끔씩은 그 일상을 벗어나 유별난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충동이 들게 된다. 그래서 마을의 모두에게 작별 인사를 행하고 긴 여행을 떠났다.
  먼 곳을 떠돌아다녔다. 세상에 위치한 여러 장소도 하나씩 둘러보았고, 위험에 처한 이를 구하기 위해 동굴 속으로 뛰어들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보람도 느끼면서 즐겁게 여행을 하다가 마침내 나는 어느 숲에 위치한 나무로 만들어진 집에 정착을 하였다. 나무의 정령이 살고 있는 집이기는 하였으나, 다행스럽게도 그는 친절하고 마음씨가 착한 이여서 한 동안 그의 집에서 좋은 나날을 보내며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하였기에 나는 그 집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고, 그로 인하여 나무의 정령과 함께 지내는 좋은 나날이 영원히 계속될 줄만 알았다. 적어도 '그 날' 이 올 때까지는.
  어느 날이었다. 그 집에서 잠을 청하다가 꿈 속에서 마을에서 친구들, 그리고 어린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나는 이 모든 일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줄 알고 착각을 했다가 마침내 잠에서 깨어나면서 모든 것이 수면 중에 나타난 환상임을 깨닫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고향에 돌아와서 행복했었는데, 아쉽다는 생각에 한 동안 나는 멍하니 침대에 앉아있기만 할 뿐, 다른 행동은 전혀 하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나무의 정령이 나를 잘 위로해주기는 하였으나 그 이후부터 나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다. 하지만 같이 살아가면서 정이 들었던 나무의 정령과 함부로 헤어지고 싶지 않아 마음만 가질 뿐,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3 일에, 결심을 하였다. 집으로 돌아가기로. 그리고서 나와 함께 살아갔으며 이제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는 나무의 정령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한 다음에 조용히 길을 떠났다. 지금까지 나무의 정령과 함께 숲에서 살아갔지만 마을에 어디에 있는지는 어렴풋이나마 기억에 남았고, 그 기억을 통해 마침내 나는 다시 고향 마을 앞에 이를 수 있었다.
  한 동안 밖에 나간 나에 대한 어린 아이들의 궁금해하는 모습을 접하였고, 오랫동안 떠나있던 나에 대한 친구들의 아쉬움 반, 원망 반이 섞인 목소리와 다행 반, 기쁨 반이 섞인 목소리를 들었지만 곧 나는 다시 원래의 삶을 되찾고 일상 속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기뻤다. 그토록 지루해하였던 일상이 이어지는 곳이라고 하지만 결국에는 돌아와야 할 곳으로 너무 늦게 돌아오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제 나와 헤어진 나무의 정령도 그러한 나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좋아할 것이다.

  비일상적인 삶에 대한 동경이 지나간 후에 다가오는 것은 그 동안 누려왔던 일상의 삶에 대한 그리움이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