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길었던 겨울도 이제 끝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겨울은 이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은 여전히 차갑고, 산 곳곳에는 눈이 남았다고는 하지만 하늘에 내리는 태양의 따뜻함은 벌써 다음 달이 온 것은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게 할 정도. 이러한 상황이다보니 이제 오늘만 지나면 봄이 다가올 준비를 해야할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가볍게 점심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온전히 구워진 빵을 큰 접시에 가득히 담고 조심스럽게 길을 걷는 이의 모습이 보였다. 긴장하고 있음이 나타나고 있기는 했지만 그러한 그의 얼굴 모습은 환하고 희망적인 그의 감정을 여실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동안 거리 한 곳에서부터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땔감을 사용하지 않고 남은 날을 보낼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말과 화분에 꽃씨를 뿌릴 준비를 할 때가 되었다는 말 그리고 밭에 뿌렸던 밀이 여물 때가 되어서 준비해야 된다는 말이 들려왔다.
  "봄이 다가올 때가 되니 모두 분주해 지는구나."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나는 미소를 지으며 혼자서 말하였다. 그리고 마을 한 가운데에 놓여진 나무 의자에 앉아 그 앞에 세워진 나무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따뜻해진 날씨에 대해 나무들은 무척 기뻐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얼마나 기다리던 순간이었을까. 낮밤을 가리지 않고 불어오는 냉혹한 바람 속에서 나무들은 추위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채 살아가야 했을 텐데. 물론, 가을이 끝날 무렵부터 이파리를 버리면서까지 준비를 했기에 견딜 수는 있었겠지만 계속 이어지는 추위는 나무들에게도 이파리를 버려야 할 정도로 괴로운 것이기에 나무들 중 다수는 하루라도 빨리 따뜻한 계절이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으리라.
  분명 나무들은 추위를 잘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추위를 아무렇지 않다고 여기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추위를 느끼며 그로 인해 움츠러들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밖으로 쉽게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털을 가진 동물들도 여느 평범한 생물들보다는 추위를 잘 견디면서 활동적으로 움직이지만 겨울의 날씨는 분명 그들에게는 즐겁지만은 않은 일이리라. 물론 추위를 잘 타는 이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세니티스 지역 일대에 사는 바다표범 등 몇 되지 않는다.
  고통이나 시련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이들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 중 다수는 고통이나 시련이 다가오면 괴로워하고 이로 인해 감정 상태가 나빠진다는 점이라는 공통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고통을 잘 견디어내는 이는 있게 마련이다. 그들은 고통으로 인한 괴로움을 약하게 받기에 잘 견디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 고통에 의한 괴로움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얼마나 잘 다스릴 수 있는지 여부의 정도가 다를 뿐이다.
  나무들은 추위를 잘 견디어낸다. 하지만 추위 속에서 그들은 분명 괴로워한다. 하지만 그들은 추위에 의한 괴로움 속에서도 꿋꿋이 가지만 남은 자신의 모습을 지켜나가려 하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시드는 등, 추위에 의한 괴로움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하기에 그들은 추위를 잘 견딜 수 있는 존재로 여기어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