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번째 달이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날이 어두워지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동안 보랏빛 하늘에서부터 세상으로 내려오는 물방울.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하늘 아래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슬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죽거나 비극적인 일을 당하면 하늘에서 이를 슬퍼하며 비를 내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침 잘 내리고 있는 비이다. 이번에 나도 근래에 조금 우울한 일을 겪어서 기분이 언짢았는데, 혹시 그 심정을 하늘이 알아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밖에 나가기도 어려운 탓에 집에 머무르고 있다가 잠시 책상의 서랍 중 하나를 열어 그 내부를 바라보았다. 유별나게 눈에 띄는 나무로 만들어진 네모난 상자 다섯 개. 그들을 하나씩 꺼내어 내 앞에 올려놓고서 이들의 뚜껑을 하나씩 열어 보았다. 보석과도 같은 색을 띠고 있는 유리로 만들어진 육각형의 작은 물체를 이어붙인 형태인 유리 조각들이 색깔별로 한 종류씩 상자 안에 들어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각자 다른 모습을 띠고 있는 조각들. 이들을 이어맞추다 보면 구름 모양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섬이 되기도 하며, 꽃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다가 문득 이전에 붉은 꽃을 이들로 만들어 본 기억이 떠올라서 초록색과 붉은색 조각들이 들어있는 상자의 뚜껑들을 열어서 그 안에 들어있는 조각들을 하나씩 꺼내었다.
  조각을 하나씩 이어서 모양을 만들어 본다. 그러나 그 때와 달리 지금은 꽃은 물론이거니와 둥근 모양 만들기조차 쉽지 않다. 그 때의 기억을 잃어버린 탓이려나.

  잠시 조각을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이들을 상자 안에 넣어 놓았다. 그리고 다른 뚜껑들도 열어서 그 안에 들어있는 유리 조각들의 모습도 드러나게 하였다. 노랑, 초록, 빨강, 파랑, 그리고 보라색을 띠고 있는 유리 조각들. 그들은 각각 색깔을 띠고 있는 보석을 상징한다고 한다. 노란색은 '예글랑드(Jegland)', 초록색은 '파라칼레아(Faracalea)', 빨간색은 '리에다카란츠 (Riedacaranz)', 파란색은 '아즈라카란츠(Azracaranz)', 그리고 보라색은 '아메티디아(Amethydia)'. (주1)
  그래서 이들을 '보석 블록' 이라 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그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그러한 명칭이 생길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될 듯하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