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해에는 4 월이 바로 앞인 시점에서도 날씨가 제법 쌀쌀하였기 때문에 계속 땔감을 사용해야 했다. 여기에 조금 있으면 비가 내릴 듯이 날씨도 좋지 않은 편이어서 그 날 하루는 계속
집에 머무르기만 하려고 마음을 먹고서 방에 커다란 항아리처럼 생긴 금색 화로를 놓은 후에 그 근처로 의자를 옮겨 그 곳에 앉아 있었다.
그 때, 방으로 한 아이가 들어왔다. 에르얀(Erjan), 인근의 집에 살고 있는 이였다. 그는 방으로 들어서면서 손에 하나의 큰 바구니를 들고 있었는데, 바구니 안이 무거웠는지 들고 있는
그의 모습이 무척 힘들어 보였다. 무엇이 안에 들어있기에 그가 바구니를 힘겹게 들고 있는지를 알고 싶을 정도로.
바구니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그가 내 곁으로 다가오면서 바로 알 수 있었다. 커다란 바구니 안은 나무로 만들어진 꼬챙이 몇 개와 마치 커다란 돌멩이처럼 보이는 감자들로 가득히
채워져 있었으며, 그들 모두 어떠한 문제도 드러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에르얀은 그러한 바구니 안에 들어있는 커다란 감자들 중 하나를 손에 들더니 함께 감자를 구워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내가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였다.
나는 그 제안을 곧바로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화로 안에 감자를 넣어달라는 말을 전하였다. 하지만 에르얀은 그 전에 내가 한 가지 일을 행하였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였는데, 방 안에
자리를 잡고 있는 화로를 집 바깥으로 옮기는 일이었다. 당연하게도, 나는 그 부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록 화로는 무겁지 않았다고 하나, 화로의 무게에 상관없이 열을 낼 수 있는 물건은 계속
집 안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받아들이지 않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러자 에르얀은 다른 아이들과 함께 밖에서 먹고 싶어서 그렇게 부탁을 한다는 말을 전하고서 그러한 일을 위해 많이 마련해 왔음을 밝혔다. 화로는 집 안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나이지만 그 말에는 어쩔 수 없었다. 들고 나가기로 마음을 먹고 먼저 바구니를 들고 밖으로 나아가라는 말을 전한 다음에 그가 방을 나서자마자 화로의 두 손잡이를 손으로 하나씩 잡고서
열기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화로를 들고 밖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잠시 후, 내가 집 근처로 옮긴 화로 주변으로 에르얀을 비롯한 세 명이 다가왔다. 그리고 화로 주변에 네 사람이 앉자마자 에르얀이 바구니 안에 들어있는 감자를 하나씩 넣고, 그 모습을
다른 이들이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화로를 가득히 채울 정도로 에르얀이 감자를 넣어놓자 내가 그의 모습을 보며 물음을 건네었다.
"그 감자들은 어떻게 마련한 거야?"
이에 에르얀은 곧바로 답하였다. 평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는 어느 농장에서 하루 동안 일을 하고 주인에게 얻어온 물건이라고. 그리고서 그는 곧바로 주인이 인심이 무척 좋아 많은
감자를 마련할 수 있었다는 말을 전하였다. 이에 곁에 있던 이가 밝게 미소를 지으며 다행이라는 말을 전하였고, 그 건너편에 앉은 이도 잘 된 일이라는 말을 전하였다. 그러는 동안, 감자는 열기에
의해 익혀지는 모습을 보였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에르얀은 바구니 안에 들어있는 꼬챙이들 중 하나를 들고서 그 물건으로써 감자를 뒤집거나 돌려서 다른 면이 화로의 열기에 직접 닿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갔다.
그리하여 마침내, 화로 안에 들어있는 모든 감자들이 구워지자마자 에르얀은 꼬챙이들을 하나씩 모인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그를 통해 나를 비롯한 모인 이들은 구워진 감자를 주어진
꼬챙이에 꽂아서 먹을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에르얀의 곁에 앉은 이가 말하였다. 언젠가, 이러한 시간을 또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 말을 들으면서 에르얀은 잠시 동안 무언가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곧 환한 표정을 지으려 하면서 그 말은 잘 알아듣도록 하겠다는 말을 전하고서 감자를 먹는 일을 계속 행하였다.
그 후, 모든 감자를 화로에 꺼내게 될 때가 되자 에르얀은 다섯 개만 남기고 모든 감자들을 화로에 넣어 놓았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바로 알아낼 수
있었다. 다음 달에 감자를 자신이 직접 심어서 마을 근처에도 감자가 자라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으리라.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 나는 다른 이들에게 그의 생각에 대해 짐작하고 있는
바를 알려주었고, 그를 통해 다른 이들이 에르얀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에르얀이 의도적으로 남긴 것들을 제외한 모든 감자들이 모습을 감추게 되자, 이들 모두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각자 헤어져 가고자 하는 곳을 향해 나아갔다. 마지막으로
나와 에르얀이 헤어질 때가 되자 그는 나에게 앞으로 원하는 때가 되면 감자들을 마련해 오겠다는 말을 전하고서 나에게 물었다.
"내가 감자들을 마련해 올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겠지?"
이에 나는 그렇다는 답을 하였다. 이러한 음식을 마련하는 일이 결코 간단하게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 때, 그의 목소리가 이어져갔다.
"이전에 만났던 그 농장 주인이 언제나 나에게 많은 감자를 줄 수는 없는 일이잖아."
"그래, 맞아. 너의 부탁을 받아들일게."
그 말을 듣고서 나는 내가 마음을 먹은 바를 부탁에 대한 답으로써 드러내었다. 그리고 다음에 다시 만나자는 인사말을 한 다음에 곧바로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간
후에 의자에 앉아있으려 하였다. 그러다가 곧 나는 화로를 바깥에 놓고 왔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다급히 집 밖으로 다시 뛰쳐나간 다음에 화로를 발견하고서 이를 두 손으로 들고 집 안으로
다시 뛰어간 다음에 방 한 가운데에 다시 올려놓았다.
간만에 즐거운 순간을 맞이하고, 그로 인해 생긴 좋은 기분을 중요한 사항을 잊는 일로 인해 떠나보낼 뻔한 순간이었다.
진작에 알아차릴 수 있는 나 자신이었기에 계속 추위 속에 시달리는 일은 없어서 다행이라고 여길 수 있으려나.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