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알리는 듯이 맑은 새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를 들으며 일어나 초원을 잠시 거닐다보면 계속 불어오는 찬 바람에 아득하게만 느껴졌던 봄이 이제 세상으로 가까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다시금 초록색을 되찾은 풀밭과 그 위에 조용히 솟아난 수많은 꽃봉오리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눈앞으로 화창한 꽃밭이 펼쳐질 것임이 분명하다.
  잠시 집 뒤편에 마련해 놓은 자그마한 텃밭으로 다가가 보았다. 이파리를 먹는 채소를 심기 위해 마련해놓은 곳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무엇도 심지 않고 있는 채, 씨를 뿌릴 준비만 마쳐놓은 상태. 본래는 이번 달 초에 심으려 하였으나 식물 재배에 대한 도움을 얻고자 집회소에 들렀다가 그 안에서 우연히 만난 꽃을 키워본 적이 있는 이에게 다음달이 씨를 뿌리는 시기라는 말을 듣고서 본격적으로 이파리 키우는 일을 다음 달로 미룬 것이다.
  그 모습을 잠시 보다가 곧바로 집의 거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찬장에서 이전에 마련해 놓은 과일잼이 담겨진 항아리를 꺼내어 식탁에 올려놓은 후에 식탁 근처에 있는 원통에 넣어놓은 숟가락을 들고 그것으로 항아리에 들어있는 붉은 잼을 몇 숟갈 떠먹으며 잠시 작년 가을에 마련한 과일의 맛을 느껴보았다. 그 후, 나는 잼 항아리를 다시 찬장으로 올려놓고, 다시 식탁에 앉아서 집 근처에 마련한 텃밭을 잠깐 동안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 일어나서 집 밖으로 나아갔다.
  풀밭을 걸으며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상기해 보았다. 너무 많지 않게 씨를 뿌리고, 흙으로 잘 묻어주어서 잊지 않고 태양의 빛에 의해 따뜻해진 물을 주는 일. 그 정도라면 내 집 근처에 있는 텃밭 정도의 밭에서 풀을 키우는 일은 누구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일을 때가 되었을 때, 그리고 씨를 뿌린 후에도 잊지 않고 행할 수 있는지에 따라 흙에 묻혀진 씨가 무사히 싹을 틔우고 선명한 색의 이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정도가 달라질 따름.
  그러한 사실 정도는 잊지 않을 수 있으리라고 믿으며, 앞으로의 할 일을 구상해 보았다. 책자를 마련하고, 틈틈이 책장에 풀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알아낸 바를 기록하는 준비. 지난 해에도 한 일이고, 언제라도 해마다 이맘 때 즈음이면 하게 될 일이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