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동안이나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리는 날씨가 이어지다가 이제서야 날이 개고 햇살이 밝게 비추어지게 되자 밖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비가 오기 전보다 더 많아졌다. 이제 날이 더워지고 있기 때문이려나. 비가 오는 동안 가질 수 있는 사색의 여유를 빵 만드는 일에 빼앗겨서 안타깝다.
  그래도 바깥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밝아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많은 이들이 밖에 나와 있으며, 개중에는 벌레를 잡으러 가기 위함인지 잠자리채를 들고 마을 밖으로 나서는 이들도 있다. 그러다가 애꿎은 꿀벌을 해쳐서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옮겨서 풀밭 사이에 마련되어진 작은 모래밭을 향해 나아갔다. 비가 한참 내릴 때에 아이들이 만들어 놓았던 작은 계곡은 이미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비록 정교하지는 않다 할지라도 제법 계곡답게 만들어 놓아서 대단하다 여기고 있었는데, 모래의 특성 상, 햇살이 물기를 하늘로 올려보내면 어쩔 수 없이 무너지게 되어있나보다. 모래로 만들어진 언덕이나 성처럼.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모래밭을 지나 그 건너편에 위치한 조금 키가 큰 화초가 자라고 있는 곳으로 가 보았다. 그들 중 하나의 위에는 초록색을 띠고 있는 자그마한 벌레가 머무르고 있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이 가만히 있기만 하고 있는 벌레. 그 모습을 보자마자 허리를 굽혀서 그 모습을 조금이나마 자세히 보려 하였다. 다리가 여덟 개인 생물, 그 모습을 보면서 그 벌레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꽃 속에 숨어다니는 거미의 일종으로 꽃으로 다가가는 나비나 벌을 노리는 존재였다.
  그 거미의 곁으로 누구도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다른 꽃을 향해 나아가보았다. 그리고 오른편에 있는 보라색 꽃 사이로 들어가 그 안에서 꽃이 만들어낸 꿀을 마시고 있는 나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얀색 날개를 가진 자그마한 나비, 그 모습을 보면서 여유롭게 살아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에는 나비가 되고 싶어하였다. 자유롭게 하늘 곳곳을 날아다니면서 세상 곳곳의 모습을 바라보는 일이 나비가 하는 일의 전부였기에. 그래서 나비를 두고 자유를 상징하는 존재로 여기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 실제로 나비가 될 수는 없다 하여도 그와 같이 날아다닐 수 있기라도 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에 나비처럼 날개를 파닥거리면서 마을 주변을 돌아다녀보기도 하였고, 그렇게 날개를 파닥거리며 먼 곳으로 나아가 보기도 하였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차츰 나비의 삶에 대한 생각을 해 보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일정한 거주지 없이 날개가 닳을 때까지 날아다녀야 하는 나비의 삶이 나에게 의미할 수 있는 바에 대한 생각을 해 보기도 하였고, 내가 그러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는지에 대한 의문을 스스로에게 제기해 보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없다는 답을 하였다. 나비를 따라할 수는 있어도 나비로서의 삶을 살아가지는 못하리라는 생각이 그 대답을 행할 수 있는 근거였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면서 그 의문에 대한 답을 다시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나비처럼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나타났다는 사실이 그 요인. 이제는 가능하다면 할 수 있다는 답을 마련하고 있다. 실제로 거주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거주지를 놓아둔 채, 긴 여행을 떠나며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을 보는 이도 있다는 이야기를 근래에 들으면서부터 마음 속에 두고 있던 생각에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나비처럼 세상 곳곳을 날아다니는 삶을 살아보고 싶어. 나비처럼 날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그러는 동안 어느새 나비는 꽃의 곁을 떠나 흰 날개를 파닥거리며 어디론가를 향해 나아갔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발걸음을 옮겨 개울가로 나아갔다. 그리고 개울가에 앉은 후에 신발을 벗고 바깥으로 드러난 오른발을 개울가에 담갔다. 그 때, 우연찮게 내가 보았던 하얀 나비가 나의 주변을 잠시 나풀거리며 날아다녔다가 곧 동쪽 하늘 저편을 향해 날아가고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흠칫 놀랐다. 유심하게 바라본 일을 두고 수상하게 여긴 탓일까,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