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가서 고문서를 들추어보던 중의 일이었다.
우연찮게 어느 성계와 관련된 과거의 기록을 접하게 되었다. 군사와 관련된 일련의 기록을 수록하고 있는 책자로서 수백년 전에 있었던 전투 대비를 목적으로 한 전사들의 훈련을 중심적인
내용으로서 다루고 있었으며, 실제가 아닌 훈련 상황이라고 해도 전투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그러한지 흥미롭게 이야기가 서술되고 있었다. 문제는 책자의 가운데 부분을 펼쳤을 때였다.
그 부분에 다루어진 사건을 주제로 하고 있는 서술이 나에게 큰 충격을 전해준 것이다.
글이 다루고 있던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지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기억이 날 정도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 소년과 소녀가 있었다. 명망 있는 기사 가문의 자제로서 서로가 서로를 의지할 정도로 매우 친한 사이였던 그들은 15세가 되었을 때, 기사가 되고자 왕국의 성으로 들어가 기사로서
갖추어야 할 수련 과정을 거치려 하였다. 그러다가 그들은 주변의 기사들에 비해 비교적 나이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기사로 당당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 여성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국을 위해 세운 두 번의 큰 공적으로 인하여 어지간한 중견 기사들과 동등한 직위를 가지며 활동하고 있는 이로서 여러 해 전에 왕국의 위기를 구해낸 어린
용사들 중 한 명으로서 그 명망이 높았다. 큰 공적을 이루어낸 이답게 그는 여느 기사들을 능가할 수준의 강한 검술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그로 인하여 누구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였으며,
오히려 뛰어난 실력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외양도 갖추고 있어 여러 사람들이 좋아하였다. 기사단 측은 그러한 그에게 소년과 소녀의 수련을 맡긴다.
소년과 소녀는 자신과 나이가 같다고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공적을 가지고 있으며, 검술 실력이 여느 어른들보다도 월등한 그에게서 많은 것을 얻고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수 있는 훌륭한
기사가 되기 위한 노력을 행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자신의 실력이 계속 향상되어가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들이 행하는 협력적인 전투 기술의 활용으로써 자신들을
가르치는 역할을 행하는 자를 능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수련의 날이 되었을 때, 이들은 사부 역할을 행하는 이와의 2 : 1 검술 대련을 행하기 시작한다. 그 때, 이들은 사부의 헛점을 노릴 수 있는 검의 사용을 행하였으나 이는 사부가
원한 방식이 아니었기에 이 행동은 사부의 분노를 일으킨다. 결국 수련은 중단되고 소녀는 사부에게 분노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항의한다. 그 때, 사부는 잠깐 머리를 식히자며 칼을 들더니 소녀의
가슴을 칼로 찌른다.
그 모습을 보며 소년은 당황하지만 이에 신경쓰지 않고 사부 역할을 행한 이는 쇠사슬로 소년을 묶고, 상처 입은 소녀 역시 쇠사슬로 묶어 손을 쓰지 못하게 한 다음에 자신들이 다루는
무기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겠다는 말을 전하고서 다시 한 번 소녀를 칼로 찔러 치명상을 입힌다. 이에 소년은 분개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자신이 원한 바가 아닌 검의 활용이 사부 역할을 행한 이를 분개하는 근원적 요인이 되었을 수는 있다. 따라서 기사단이라는 집단 속에서 그로 인한 문책이 있을 여지도 있다. 그러나,
무기를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다루지 않았으며 그것이 무모하다고 여기었다 할지라도, 무기의 위험성을 알린다는 명분으로 자신의 아래에서 수련을 행하는 이를 칼로 찌르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이유야 어떠하든 간에, 이는 반드시 큰 원한을 불러오게 되며, 이는 실제 전투 중에 수련을 행한 이들이 사부였던 이를 배신할 여지를 남기는 심각한 요인이 된다. 어느 성계에서는 전투가
일어나면 상관을 죽이는 일부터 행한다는 농담이 전해지고 있는데, 그들이 실제로 그러한 일을 행하지는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하는가!
사부 역할을 행한 이. 그는 확실히 검술에 있어서는 우위에 있었을 듯하다. 그러나 뛰어난 검술 실력이 곧 뛰어난 전사를 양성하는 기반이 될 수는 없다. 뛰어난 전사를 양성할 수 있는 이가
되려면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기술 실력도 필요하지만 후계자를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지도하는 인품과 수련을 행하는 이에 대한 도덕적 자세라는 자질이 요구되는데, 사부 역할을 행한 이는
그러한 면에서 상당히 부족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는 당장에 소년과 소녀의 수련을 맡아서는 안 되는 인물이었다. 사부 역할을 행하기를 원하였다면 수련을 행하는 이를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는 나 자신에게도 포함되는 문제. 나에게도 언젠가 누군가를 가르쳐야 할 때가 올지 모르는데, 이를 대비해서 나 자신의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겠다.
The End
Nelisa - Nelis(아는 사람) + a
Resenid - Resenid (읽을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