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거닐다가 우연히 산 아래의 마을이 불빛으로 환한 광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1년에 한 번 열린다는 시장이 선 것일까. 1년에 한 번씩, 그것도 며칠 동안만 볼 수 있는 행사의 장이 멀리서 펼쳐지는 모습을 보며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우선 집으로 돌아가서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약간이나마 모아두었던 돈의 일부를 치마에 달린 주머니에 넣어놓고서 산 아래 마을의 광경을 처음 접한 곳으로 돌아간 후에 날개를 펼쳐 산의 아래쪽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도착한 곳은 마을의 입구. 그 곳을 통해 마을로 들어서서 자그마한 시장이 모여서 이루어내는 하나의 큰 행사장을 향해 나아갔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시장이 들어서 있었으며, 각지에서 찾아온 물품으로서 평소에는 전혀 보지도 못하는 물건들이 나열되어 있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었다.
  마을의 모습도 평소와는 달랐다. 평소에는 아주 조용해야 할 거리가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어린 아이들이 뛰노는 즐거운 곳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러한 곳의 한 가운데에 있다보니 나 자신도 즐거움을 느끼면서 거리에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마을 한 가운데에 위치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물품을 전시하고 있는 곳 앞에 이르면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어두운 노란색을 띠고 있으며 건물이나 물건 혹은 새와 같이 각자 다른 형상을 갖추고 있는 형상을 뒷짐을 지고 있는 채, 허리를 약간 앞으로 숙이면서 바라보려 하였다. 특히, 새장이나 배와 같은 형상은 신기하다고 여기면서 보려 하였다. 보통의 거푸집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형상이었기에. 그 때, 물건들의 주인인 듯한 남자가 나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환하게 미소를 짓고서 밝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건네었다.
  "호오, 여기 있는 물품에 관심을 가지고 있나 보군. 원한다면 구입해서 가지도록 해. 가격도 얼마 되지 않으니까."
  "정말인가요? 그러면 가격은 어느 정도인가요?" 그 말을 듣고서 내가 곧바로 물음을 건네었다. 가격에 대한 물음, 이에 물품의 주인은 은색 동전 두 개만 내 준다면, 바로바로 물건을 건넬 수 있다는 말로써 답하였다. 그 이후, 남자는 나에게 시선을 향하기만 할 뿐, 다른 행동은 하지 않으려 하였다. 그 동안, 나는 물건의 모습을 보는데에 조금 더 시간을 들였다가 돈이 들어있는 곳인 오른쪽 주머니에 왼손을 넣고 그 내부를 뒤적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100 Krane 짜리 동전 다섯 개 정도를 꺼내어 손바닥에 올린 채, 그에게 보여주면서 물었다.
  "이 정도면 괜찮겠네요?"
  그러자 남자는 잠시 동전들을 바라보다가 손바닥에 올린 다섯 개의 동전들 중 두 개를 가져간 다음에 무엇을 원하는지를 물었다. 그렇게 그가 물음을 건네자 남은 동전 세 개를 주머니에 다시 넣고서 새 모양의 형상을 가지고 싶다는 답을 하였고, 이에 주인은 곧바로 나에게 새 모양을 가진 형상을 건네었다. 이를 두 손으로 건네받은 후,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는 말을 주인에게 전하고서 나는 "잘 있거라." 라는 말을 들으며 다른 곳을 향해 떠나갔다.
  근처의 가게에서는 찰흙을 다루어 만들어낸 물건들과 돌을 깎아서 만들어낸 장식품, 그리고 꿀과 같이 우리에게는 신기한 물품들이 있었다. 그러한 상점들을 둘러보다가 꿀을 파는 곳 앞에서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는데, 꿀을 담은 유리 항아리 근처에 위치한 쇠로 만들어진 큰 대야 안에 꿀이 담겨진 벌집이 갈려진 모습이 인상 깊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이제 어떻게 벌집에서 꿀을 얻어내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는데, 이전에 본 적이 있는 씨의 기름을 추출하는 방법과 유사한 것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값이 상당할 듯하여 꿀을 사는 일은 하지 않고 곧바로 들어왔던 곳의 반대 방향을 향해 나아가려 하였다. 지난 해처럼 그 입구 근처에서는 간이 식당이 열려서 수많은 사람들이 철판에 구워진 고기를 비롯한 여러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의 장을 열어가고 있었고, 그 근처에서는 곡예단이 여러 묘기를 선보이면서 어린 아이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을 흥겹게 만들고 있었다.
  여느 해처럼 마을을 항상 즐겁게 해 주는 시장. 마을의 분위기를 잠시나마 밝게 해 주어 차분하기만 한 마을에 잠시나마 큰 즐거움을 전해줄 수 있는 시장. 올해는 열리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생각이 짧았던 모양이다. 내일도 방문해서 좋은 구경거리를 얻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돌아오면서 철판에 구운 감자 몇 개를 샀다. 먹는 일은 집에서 행하였으며, 불에 직접 구웠을 때와는 다른 맛이 느껴져서 먹을 때마다 좋은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