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많이 흐려졌다. 곧 비가 올 것만도 같은 모습을 하늘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한 연유로 이전까지 입고 있던 낡은 비옷을 대신할 새 것을 장만하기 위해 마을을 나서서 먼 길을 걸어 남쪽으로 내려갔다. 남쪽의 덥고 비가 많이 오는 곳으로 가야 비옷을 쉽게 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산의 낮은 곳에 위치한 비교적 큰 마을에 이르게 되었다. 평소에는 남쪽인데다가 낮은 곳에 위치한 탓에 느껴지는 더위의 정도가 상당하였으나 그
날은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였기 때문인지 내가 사는 마을에 비해 더 덥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 마을에서 본 광경 중 유별나게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마을 한 가운데에 위치한 집 부근에서 몇몇 남자 아이들이 모여서 놀고 있었는데 그들 중 집의 대문과 가까운 곳에 서 있는 이는
나무로 만들어진 커다란 막대기를 들고 있었으며, 건너편에 서 있는 이는 연두색을 띠는 공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막대기를 들고 있는 아이의 왼편 근처에는 커다란 가죽 장갑을 낀 채로 앉아있는
아이가 있어서 근처에 서 있는 아이를 뒤에서 지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처음 보는 광경이었지만 보는 것이 큰 의미를 가지지는 못하는지라 지나치고 옷을 구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러다가 마을 한 가운데의 오른편에 위치한 건물들 중 가장 작은 철물점을
지나가는 순간, 모루의 받침대 근처에서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면서 망치를 두드리는, 푸른색의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하얀 옷차림을 한 이의 모습을 보자마자 그에게 시선을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틀림 없이 그의 모습이야."
그 모습을 보자마자 그렇게 중얼거리고서 곧바로 그를 향해 다가갔다. 떠올린 사람은 바로 이전에 마을에 살던 이인 '레나샤(Lenascha)' 였다. 성실하였지만 별 다른 재능을 보이지 않아
평범한 이라고 자주 칭해졌는데, 그래서 남쪽 마을의 철물점에서 금속을 다루는 일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본 일은 상당히 의외로 다가왔다.
발걸음을 재촉하여 그를 향해 다가가려 하였다. 때 마침, 그 역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는지라 내가 그의 곁에 이르렀을 무렵, 그는 바로 자신이 행하던 작업을
잠깐 그만두고서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 가게 근처에 이른 나에게 다가와 반가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를 내며 맞이하는 말을 전하였다.
"나를 알아보고 있었구나. 누구도 여기서 일하는 나를 바로 알아보지는 못하리라 여기었는데. 아무튼 잘 왔어."
"의외의 일이었어. 나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 모두가 특별한 재주가 없는 평범한 아이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사실은 금속을 유별나게 잘 다루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니. 마을에 살고 있는
다른 이들이 알게 되면 무척 놀랄 일일 듯해."
나를 맞이하는 그의 얼룩진 얼굴과 옷차림을 보자마자 감탄하면서 말하였다. 이에 그는 환하게 미소를 짓기만 할 뿐, 다른 행동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 때, 주인으로 추정되는 한 남자의
레나샤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밖에 있는 이가 누구인지를 묻는 말이었다. 이에 레나샤는 건물 안을 향해 자신의 친구가 왔음을 밝히고 그 이후에 곧바로 남자의 목소리가 잠시 여유의 시간을
줄 테니 친구와 함께 쉬고, 하던 일은 자신이 마무리 짓겠다는 말을 전하였다.
그 후, 레나샤는 나와 함께 근처의 의자에 앉아 있으면서 휴식을 취하였다. 가장 먼저 말을 건넨 이는 레나샤였다. 무슨 이유로 이 곳에 왔느냐는 물음. 이에 비옷을 살 필요가 있음을 밝히자
레나샤는 환하게 웃으면서 마을에 있으면 새로 마련한 옷을 입어볼 기회가 있을텐데, 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한 그에게 이번에는 내가 물었다.
"그렇다면, 레나샤는 무슨 이유로 이 곳에 머무르고 있는 거야? 마을에 사는 다른 이들도 만나고 싶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힘들지는 않아?"
이에 레나샤는 미소를 띠고 있는 채, 온화한 목소리를 내며 나의 물음에 답을 하였다.
"괜찮아. 대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이 곳에서 하고 있기 때문이야. 이를 통해 나의 재주를 단련하면서 앞으로 마을로 돌아가 이 곳에서처럼 금속을 단련하는 기술을
토대로 작게나마 작업장을 마련하기 위한 기반을 싾고 있지. 그래서 간간히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괴롭지는 않아."
그리고서 그는 다시 작업을 위해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서 간단히 작별 인사를 한 다음, 나의 곁을 떠나 재빨리 작업장 역할을 행하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한 탓에 그가
어떻게 작업장에서의 일을 시작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한 동안 그러한 그를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다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비옷을 사기 위한 길을 다시 이어가려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하얀색을 띠는 비옷 한 벌을 구입하고서 마을로 돌아갈 길을 서둘렀다. 비가 오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돌아가는 동안에는 생각으로 인해 마음이 무거워져 있었다. 그것은 나 자신의 모습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된 것.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나는 소중한 모든 것의 곁에서 떠나면서까지 원하는
일이나 할 수 있는 일을 행할 자신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에 잠긴 채, 새로 구입한 비옷을 들고 집을 향한 발걸음을 옮기었다. 그리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가 비옷을 침대 위에 올려놓고 그 곁에 누워
잠시 동안이나마 잠을 청하려 하였다. 계속된 고민으로 인하여 마음이 괴로웠음이 그 원인이었다.
다른 마을에서 일을 하는 레나샤의 모습은 정말 의외였다. 별다른 재능이 없는 아이라고 생각 했었는데, 금속을 단련한다는데에 남다른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은 확실히 다른 이들은
전혀 알지 못한 그만의 능력이라 여길만 했다.
- 세상을 살아가는 이라면 누구나 한 가지씩은 남다른 재주를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The End
Ajrenia - Ajre(공기) + Nia(아이) -> 공기의 아이
Tilte - 분명히 하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