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월도 다 끝난 관계로 여름 여행이나 떠나보도록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에 만약의 사태에 대한 대비까지 마치고서 여행을 떠나기 시작하였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초록빛 수풀 사이를
지나며 길을 걸었는데, 이번 해에는 유난히 수풀이 길고 색도 짙었다. 마침 하늘에는 비를 미처 다 내리지 못한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는데, 그 광경을 보는 순간에 구름에서 내린 비가 수풀을
더욱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움을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뒷짐을 지고 있는 채, 하늘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러한 생각을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채로,
"유난히 비가 빨리 내려서 더욱 건강하게 자랐으려나."
라는 혼잣말을 하였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다시 본래의 모습을 보이려 하면서 길을 나아가려 하였다.
태양이 남쪽 하늘 높이 있어야 할 때에 산길의 저편에 자리를 잡고 있는 하나의 작은 도시 앞에 이르렀다. 마침 계속 이어지는 발걸음으로 인하여 발이 아프던 나는 그 곳에서 잠시 쉴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지며 도시의 입구를 향해 길을 나섰다, 이전보다 더욱 빨라진 걸음걸이로.
번성하고 있는 시장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모습을 드러내었다. 여러 사람들이 흥겨운 표정을 지으며 시장의 거리를 걷고 있었고, 시장 곳곳에서는 물건을 흥정하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거리 한 곳에서는 어린 소녀들이 무리지어 밝은 목소리로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그 모습이 무척 즐거워보여 한 동안 그 광경을 계속 지켜보기만 할 정도였다. 밝은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는
곳으로서 바라보는 동안 마음까지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었으나 그 광경을 바라보며 시장의 거리를 걷는 동안, 마음 한 구석에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지금 이 시대에서는 이와 같이
시장이 발달한 큰 도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상하다. 이러한 도시가 산 한 가운데에 있을 리가 없는데."
그러면서도 미처 발견되지 못한 곳이라 산 속에는 큰 도시가 없었다는 인식이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이해하기로 마음을 먹고, 길을 나아가려 하였다. 유쾌하게 시장을 걷고 있는
이들이 눈앞으로 다가갔다가 나를 스쳐 지나갔다. 그와 더불어 들려오는 물건을 파는 이들의 자신들이 내놓는 물건을 선전하는 목소리와 어떤 악기가 들려주는지 모를 가벼우면서 흥겨운 노래
소리, 그리고 물건을 사고 파는 이들의 즐거워하는 목소리.......
행로는 서서히 시장의 중심에서부터 변두리로 옮겨지고 있었다. 번성하였던 시장의 분위기는 서서히 한산해지고, 그와 함께 들려오는 목소리도 잦아들어갔다. 그 변두리를 걷는 동안, 문득
길 오른편을 바라보다가 계란을 파는 가게를 보다가 건물 내부의 한 곳에 싾인 계란을 올려놓은 판들에 시선을 두면서부터 계란이 무척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당장에 이를
사지 않고 돌아오면서 사겠다고 마음을 먹은 다음에 가게를 지나치고서 계속 길을 걸어 나아갔다.
그리하여 마침내 시장을 지나치고 그 저편에 해당되는 곳에 이르렀다. 번성하고 있는 시장과는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를 드러내는 곳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거리가 있었던 흔적만 남은
길 위는 누구도 걷지 않고 있었으며 길 주변은 풀밭 혹은 수풀이거나 건물이 있다 할지라도 무너지고 작은 일부만 남은 것에 불과할 따름인 경우가 많았다. 간혹 온전한 형태로 남은 건물의 모습이
나타나기는 하였으나 그 안은 비어있는 건물의 유령과도 같았다. 도시에서 번성하고 있는 곳과 그 주변 지역의 분위기 차이는 나타날 수 있다고 하지만 이 경우는 너무 심했다.
"저렇게까지 심하게 차이가 나다니, 너무 심하잖아."
그 생각을 하면서 폐허에서 생겨난 초원을 걷고 있는 동안에 잠시 무너지고 남은 건물의 흔적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을 한 다음에 길을 나서서 마침내 초원을 지나 곧게 이어지고 있는 길의
바로 앞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길을 걸으면서 다시금 산길의 풀밭과 자그마하게 풀밭 위에서 피어난 여름꽃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집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꽃들의 모습에 대한 느낌을 떠올리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산길을 나아간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태양이 서쪽 하늘에 이르기 시작하였을 무렵, 나는 길 오른편에 위치한 나무로 만들어진 오두막 여관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안으로
들어가 잠시 여관 내에 위치한 탁자에 앉아 있으면서 여관 주인인 아주머니에게 자신이 보았던 거리의 모습에 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갑자기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을 뿐,
다른 말은 건네지 않으려 하였다. 이에 내가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의 시장을 보았다는 말을 건네자마자 비로소 아주머니는 나에게 그에 대한 말을 건네었다.
"그 곳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곳이에요. 아주 오래 전에 멸망하였으며 지금은 그 흔적만 나타나고 있다고 하지요. 그 곳에서 아가씨께서 보셨을 광경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단은
신기루와 저주받은 망령들로 보아야 할 듯 싶군요."
그 말을 듣고서 경악한 나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태양이 서쪽 하늘 낮은 곳에 이르렀을 무렵에 길을 나서자마자 곧바로 내가 지나왔던 곳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시장이 자리잡고 있는 곳까지 이르렀으나 눈앞으로 시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수풀이 나타나고 있을 따름이었다.
누가 이 곳에 환상을 만들어 머무르게 하였을는지.
주머니 겉 부분을 만지작거리며 그 안에 들어있는 주화들의 존재를 확인하였다. 그러면서 수풀 한 가운데에 잠시 서 있으면서 고개를 숙이고 그와 함께 안도의 깊은 한 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고 급히 초원을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이 빠져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주변 광경에도 뒤에도 시선을 두려 하지 않았다.
The End
Elana - 고전 명칭 'Elena' 의 변형
Brinde - 화려한 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