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저물어가는 그 날, 나는 기차의 객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 창가에 펼쳐진 넓은 들판. 지금은 풀과 작은 꽃들만 자라고 있는 곳이지만 먼 옛날, 그 땅은 악법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이 처형되던 곳이었다. 귀족들이 부리던 전사들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이 잘렸으며 그 시신은 버려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 땅을 파다보면 가끔씩 인간의 유골이 나타나기도. 그래서 실제 이 곳에서 장난삼아 흙을 파던 한 아이가 해골을 보자마자 놀란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 곳에서 많은 이들이 죽었다고 하지. 대지는 자주 피로 물들여졌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전사들이 처형된 자들의 시신을 난도질하여 내장과 간을 드러내고 머리를 쪼개 뇌를 쏟아붓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하였다고 하는데, 이는 당시 그 지역에 위치하고 있던 나라의 주술사들이 저주받은 신체는 쪼개어 대지 곳곳에 흩뿌려야 한다는 제안을 한 탓이었다. 무슨 생각으로 주술사들이 그러한 제안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악법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이 저주받은 자로 몰리기까지 하였으니 죽어서도 억울함을 풀지 못할 일이다.
  비참하게 희생된 원혼은 아직까지 머무르고 있을는지. 이제 시간은 지나고 피로 물들었던 대지에는 다시 풀이 자라나고 꽃이 피어났으나 끔찍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 곳에 머무르게 될 때에 비명에 떠나간 이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면, 그 땅을 경솔히 밟아서는 아니 되리라. 이를 통해 두 번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는 더욱 끔찍한 일을 막고, 주술사들과 같은 위험한 이들이 나타나지 않게 하는 가장 큰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차는 빠르게 길을 지난다. 날이 어두워지고 기차의 주변 광경이 보이지 않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차는 쉬지 않고 길을 나아간다.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활동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며 잠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식당이 위치한 차로 나아갔다가 식당이 쉬고 있음을 알아차린 후에 다시 내가 앉아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식사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때마침 비가 내린다. 대지를 적시는 격심한 비가 창가에 그 흔적을 남긴다. 그 속에서 철로 만들어진 거대한 뱀은 쉬지 않고 움직이면서 나를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곳으로 이끌어준다. 다른 생각 없이 나를 이끌어주는 뱀. 나는 그 안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편안히 비가 내리는 광경에 대한 생각에 잠긴다. 참으로 즐겁고 고마운 일이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