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위도 많이 누그러졌다.
이런 시기가 찾아오려면 적어도 2 주 정도는 더 시간이 필요할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빨리 계절의 전환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아직 나뭇잎들은 초록색을 유지하고 있어서 푸른 나날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린다.
빵 한 덩어리의 일부를 잘라서 구워 먹었더니 속이 든든해진다. 싾아 놓았던 빵의 대다수가 사라져서 빵을 넣어두는 곳의 대부분이 비었지만 앞으로 지금까지 자라온 봄밀이 결실을 맺을
때가 되면 먹을 거리가 많아질 것이 기대가 되어서 큰 걱정 거리는 없다. 언젠가 하루 종일 무엇도 먹지 못할 때가 오기는 하겠지만, 며칠 정도는 굶을 수 있다.
게다가 날씨도 참 좋다. 여름이 끝날 때만 하더라도 하루 종일 구름이 하늘에 드리워져 있더니, 이제는 정말로 비가 올 때가 찾아오지 않을 모양이다. 편안히 앉아있기에 좋은 날이 이어지고
있다고 여기면 좋으려나. 그러한 연유로 나 역시 마을 한 가운데의 의자에 앉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다. 때마침 찾아오는 친구의 부름도 오늘에는 없는 탓에 당분간은 혼자만의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기에 마음의 여유도 넉넉한 편이다.
의자에 누워서 뻗어올리면서 포개고, 포개어지는 두 손에 머리를 올리고, 비어있는 푸른 공간과도 같은 하늘을 본다. 이상하게 새들도 날아가지 않는 하늘. 그 아래에서 나만의 조용한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가끔 하늘 위로 산 아래의 누군가가 만들어낸 비행선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평화로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음에는 변함 없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이렇게 가만히
누워있거나 앉아있으면서 평화를 누리는 일일 것이다. 적어도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는 이러한 일만 해도 무리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책에서 본 이야기에서처럼 갑자기 하늘에서 우주선이 떨어지는 일이 일어나거나, 지난 번에 있었던 말벌의 기습적인 강하로 인한 소동이 일어나지만 않는다면.
The End
Frasa - 친구가 있다
Lemis - 부름의 성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