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마을의 한 사람이 해안에서 마련해 온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 오징어라는 동물을 말린 다음에 그것에 수많은 칼집을 내고 구운 음식인데, 좀처럼 보기 힘든 매우 귀한 음식 중 하나이다. 그러한 음식답게 맛은 괜찮은 편. 계속 먹고 있으면서도 맛있음을 바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오징어를 손으로 뜯어 먹다가 비가 그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여전히 흐렸으며, 그로 인해 더욱 어두워 보였다. 자고 일어났다가 문득 밖에 나왔을 때에 날이 흐리면 그의 앞날은 조금 험난할지도 모른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물론, 그 속설을 믿는 것은 아니다. 하늘이 때로는 살아가는 이들의 운명을 암시한다는 이야기가 있고, 하늘을 보지 않는 채, 살아가고 있는 이가 갑자기 하늘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되면 그가 잠시나마 자신의 운명을 알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음이 그러한 속설을 만들어 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하늘이 세상을 향해 무언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릴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누군가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하늘에서 비가 내려 세상 사람들의 슬픔을 알리고 있기도 하며, 나도 갑자기 비가 세차게 내리는 동안, 누군가가 죽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으니.
  마을 곳곳을 둘러보다가 내 집 건너편의 집 근처의 풀밭에 분홍빛을 띠며 여덟 방향으로 퍼져가는 듯한 모양새를 지닌 꽃들이 피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름이 끝나갈 때부터 가을에 걸쳐 피는 꽃이라 알고 있는데, 볼 때마다 그 차분한 모습에 이끌리고는 한다. 마치 산에 살고 있는 온화한 소녀와도 같은 모습이랄까. 나는 그러한 꽃이 마음에 든다. 해안가에서 보아왔던 수많은 화려한 꽃들보다도. 남쪽 사람들이 일부 화려한 꽃들을 바라보면서 이들을 높이 칭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나도 그러한 점에는 동감한다. 하지만 그들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할만한 꽃이라는 생각은 남쪽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라고 여긴다.
  그 꽃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잠시 주변을 거닐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 책상 안에 넣어놓았던 종이들 중 하나와 펜, 그리고 잉크를 꺼내어서 잉크에 펜을 묻히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방금 전에 내가 보았던 그 꽃을 그리기 위한 시도였다. 잘 되었다고는 볼 수 없지만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계속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러면서 그 종이를 조심스럽게 책상 안에 넣어놓은 다음에 잉크가 묻어있는 펜을 씻기 위해 주방의 물이 나오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지금은 비가 내리지 않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내릴 것임은 분명해 보였다. 그 이후, 다시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려 보겠다. 그리고 비가 그치는 날이 되면, 나 혼자만이라도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할 수 있는 순간을 맞이해보도록 하겠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