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날씨가 추워진 탓에 따뜻한 곳을 자주 찾아가게 된다. 주로 남쪽 지역으로 가는데, 남쪽 지역에는 겨울이라는 계절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도 남쪽 지역에서 며칠을 지내다 돌아왔다. 작은 해안가 마을에서 며칠을 지냈는데, 처음에는 주로 바닷가에 머무르고 있다가 후일, 해안에 사는 이의 도움을 받아 마을의 어느 작은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다행히도 사는 이들이 나를 잘 대해 주어서 며칠 동안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었다.
  해안가 근처의 물이 투명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마을에 사는 이들 모두가 순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었는데, 그와 관련이 있다고 여길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다에 들어가려 하지는 않았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지라 자연스럽게 바다에 들어갈 의향이 나타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 동안 가만히 바다의 모습을 보고 있다가 돌아서서 근처에 있는 높게 자라난 나무를 향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 곳에서 무언가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린 것이 그 이유였다. 내가 보던 나무들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나무, 높이 솟은 줄기의 꼭대기에 여덟 방향으로 퍼져 있는 듯이 자라난 초록색 나뭇잎들 바로 아래에는 둥근 모양새를 가지고 있는 몇 개의 물체가 매달려 있었다. 그 근처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사다리가 기대어져 있었으며 그 사다리로 하얀 색의 짧은 소매를 가진 상의와 푸른색의 왼쪽 부분이 트여있는 긴 치마를 입고 있으며 연파랑색을 띠는 긴 머리카락을 가진 이가 사다리를 오르고 있었으며, 그 주변에는 연파랑색 혹은 푸른색을 띠는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귓가에 들려온 목소리는 그들의 목소리인 듯해 보였다.
  그들에게 다가가서 그들이 가지려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가르쳐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하나 얻은 크고 둥그런 갈색 열매. 그 열매를 손으로 쪼갤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손으로 그것을 쪼갤 수 있는 방도를 찾지 못해 끝내 가지고 있던 짧은 칼로 쪼개었다. 쪼개자마자 액체로 이루어진 내용물을 볼 수 있었으며 이를 물처럼 바로 마셔 보았는데, 그 맛은 나쁘지는 않았기에 부담없이 내용물을 마실 수 있었다.
  그러한 일을 한 이후에는 다시 마을로 돌아가 어린 아이들과 놀아주는 일을 하였다. 그림도 그려주고, 먹을 것을 만들어주기도 하였다. 아, 그 마을에서는 새로 태어난 아이들을 위한 집을 지어야 할 일이 있었기에 그 일을 도와주기도 하였다. 특히, 집을 지어주는 일은 처음인지라 이런저런 잔소리를 듣기도 하였지만 처음 하는 일임을 사람들이 알아 주었기에 별 탈 없이 집을 지을 때 해야할 일을 익혀 많은 일을 도와줄 수 있었다.
  그렇게 여러 일을 마친 후에 집에서 저녁을 보내고 날이 어두워질 즈음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비행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날이 온전히 어두워졌을 때에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여러 일을 겪었고, 그 중에는 즐거운 일과 힘든 일이 있었지만 모두 보람있게 잘 끝냈다. 그렇게 나는 따뜻한 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한 가지 중요하게 여기어지는 광경이 있었다. 창을 들고 바다로 뛰어드는 이들의 모습이 바로 그 광경. 항상 따뜻한 곳에서도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간다. 편안한 곳에 있다고 해서 누구나 편안하게만 지내지만은 않는다. 다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의 차이가 존재할 수는 있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