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판이 없어도 시간은 흐르고,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아침은 온다.
  이번에도 누가 알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해의 끝이 다가왔다. 이제 이번 해도 많이 남지 않았다. 오늘만 지나면 한 해가 15 일 정도만 남게 되니. 그러다보니 다음 해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는 모습도 주변에서 자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일단은 이번 한 해가 나에게 어떠한 한 해였는지를 돌아보는 일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를 잘 기억해야 다음 해를 보내는 길을 더욱 분명히 찾을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까. 예로부터 과거의 실패는 현재의 거울로 삼는다, 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는데, 확실히 그 말은 좋은 삶의 방향 중 하나를 제시하고 있다고 여기어진다.

  길 위에서 빵을 직접 구워서 파는 아저씨를 찾기 위해 밤길을 나섰다. 하지만 최근에 이용한지 2 주 즈음 지난 오늘, 그의 모습은 찾을 길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은 돌아가면서 한 해에 있었던 일에 관한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이전에 계곡에 들렀다가 실수로 물에 빠진 일이 있겠다. 다리를 헛디뎌서 물에 빠져 급류에 떠내려 갔었는데, 그 때 마침 길을 지나가던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는지........ 주변의 도움이라는 것이 얼마나 좋은 역할을 하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 주는 좋은 계기가 된 일이었다.
  잘못한 일이 있다면, 이전에 도서관에 붙여진 오래된 벽보를 모르고 찢은 일이 있었다. 아직 찢어서는 안 되는 것이어서 도서관 측에서 당황했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내가 실수를 했었다는 사실을 도서관 측에서 인정을 하여 무사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다음부터는 주의해야 하겠다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었다. 도서관 측에서 문의를 했더라면 그러한 실수는 없었을 텐데. 다음부터는 주변 상황을 더욱 자세히 살펴보도록 해야 하겠다.
  이렇게 400 하고 80 하고 일곱 번째 해가 끝나가는 날을 맞이하고 있는 나. 다음 488 번째 해는 올해보다 더욱 잘 보내고 싶다. 아직 이루지 못한 일도 있는데, 반드시 이루어내고 해야할 일이 있으니 반드시 해낼 것이다. 그래서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는 한 해로 만들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이, 나는 다시 마을 근처로 돌아왔다. 그리고 마을과 가까운 길목에 위치한 상점에서 작은 빵 하나를 사고 마을 입구로 돌아왔다. 그 때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를 부르는 목소리. 이 밤중에 무슨 이유로 나를 부르는 것일까. 일단은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 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그 곳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