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밤이 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기념 선물을 보낼 준비로 분주한 사람이 마을에 몇 생기기 시작하였다. 근처의 예배당에서도 명절을 대비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지만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을 하는지 그 모습은 얼핏 보았을 때 차분해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집으로 돌아가서 창가의 밤하늘을 조용히 바라보려 하였다. 만인에게 축복을 내리는 성스러운 밤. 그 밤에 하늘 아래에서 소원을 빌면 반드시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너무 엉뚱하고 이상하다고 여길만한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이전에 팔과 다리가 딸기인 사람과 때마다 사람으로 변하는 우렁이가 내 곁에 있도록 해달라는 소원을 지난 성스러운 밤에 빌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어떠한 소원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그를 두고 주변의 아이들이 나를 놀리고는 했었다. 그 때만큼 조롱을 받은 적도 없었다.
  참으로 이상한 소원이었다. 조금 더 납득이 갈 만한 소원을 하늘에 전해보는 것인데. 하지만 그 소원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마을에 사는 이들은 분명 깜짝 놀랐을텐데, 그러한 일이 없어 아쉽기도 하다. 사람으로 변하는 우렁이라, 이전에는 정말 그러한 동물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한 적도 있었으며, 소원을 빌던 그 때에도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장난삼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작은 동물에서 사람으로 변하는 일은 어려운 탓에 실제로는 그러한 동물이 태어날 수 없다. 나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 없음은 분명 그 때문일 것이다.
  방 안으로 들어온다. 이전의 이상한 소원으로 인해 웃었던 친구 중 하나. 그는 성스러운 밤이 가까워져 가는 이 날에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지난 때의 일을 떠올렸는지 다음에는 정상적인 소원을 빌어보라는 말을 전하였다. 이에 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알았다는 말을 전한 다음에 그가 건네는 빵과 우유가 채워진 나무 잔이 놓여진 나무 접시를 받았다. 그러면서 그에게 이러한 음식을 줄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하자, 그는 곧 오늘 무엇도 먹지 않은 나를 보면서 배가 고프다는 생각을 할 듯 싶어 집에 남은 것들을 마련해 왔다고 답하였다. 이에 나는 방긋 웃는 모습을 보이면서 고맙다는 말을 그에게 건네었다. 그 후, 그는 방을 나서면서 항상 기운찬 하루를 맞이하라는 말을 전하였다.
  빵을 조금씩 먹으면서 다가올 성스러운 밤에 밖으로 나갈 마음의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전 때처럼 친구들이 모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서 마을 밖으로 나갈 때에는 조심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다음에는 무슨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할까. 이번에는 이룰 수 있을만한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해야 하겠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 소원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하여 그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는 삶을 살아가면서 나 자신 그리고 나와 가까운 모든 이들을 기뻐하게 하는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
  그러한 생각을 할 때마침, 먼 곳의 예배당에서 종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의 축복된 소리와도 같은 종소리가.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