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산길을 여행하게 되었다. 산길의 겨울숲을 찾아서 함께 눈이 내린 숲에서 놀기 위한 일이었다.
숲의 오솔길을 지나는 동안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나무들의 모습을 보면서 쓸쓸한 느낌이 들었지만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는 일 자체가 신나는 일인지,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길을 계속
나아가고 있었다. 날씨는 추웠지만 아이들이 즐거워하며 마을 바깥을 거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 느낌을 참아낼 수 있어서 여행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여행을 하다가 마침내, 숲의 한 곳에 위치한 풀밭으로서 한 가운데에 커다란 나무가 잘려나가서 만들어진 나이테 다섯 개가 둥근 형상을 만들고 있는 곳에 이를 수 있었다. 그 이후,
나는 아이들과 함께 나이테에 싾인 눈을 걷어내고 그 위에 앉아서 쉬었다. 아이들은 내가 앉은 곳의 바로 왼편에 자리잡고 있는 나이테 위에 앉아서 나뭇가지와 눈을 가지고 놀고 있었고, 나는 그
광경을 잠시 바라보다가 나뭇가지 위로 펼쳐진 하늘로 시선을 향하였다.
때마침 찬 기운이 나를 스쳐 지나가며, 나를 차갑게 만들었다. 그 때, 아이들이 겨우 싾아놓았던 눈덩이를 찬 기운이 흩어 놓았는지, 아이들의 찬 바람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가 다시 아이들에게 시선을 향할 무렵, 그들은 다시 나이테 위에 눈을 싾고, 짧게 잘린 나뭇가지들을 가지런히 놓아두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보면서 미소를
짓다가 다시 나무들에게 시선을 향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눈이 싾인 겨울의 나뭇가지들에게 시선을 향하다가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 그리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아이들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인 하늘. 이 곳에 사는 모든 이들은 하늘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 자라 지상으로 내려온다고 한다. 나도 그러하였고, 이 곳의 어린
아이들도 그러하였고, 앞으로 태어나 살아갈 이들도 그러할 것이다. 적어도 이 세상이 끝나는 날이 오지 않는 한, 하늘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이들은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보살핌을 받아야 하기에, 누군가가 그들을 보살펴 주어야 하고, 그 역할을 지금의 내가 맡고 있다. 이전에 내가 마을에 살고 있다가 지금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춘 이에게 보살핌을 받았을 때처럼. 그 역할을 하기에는 나 자신이 너무 어린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이들이 잘 따라주어서 다행이다. 부디 온화하고 다정한 아이들로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되었든 간에, 아이들을 잘 보살피고 싶다. 이는 마을에 살았던 이로부터 은혜를 받은 이로서 마땅히 해야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나의 생각하는 일을 마칠 참에 아이들이 나를 불렀다, 다른 곳으로 가 보자는 부탁의 말을 하면서. 이에 나는 환하게 웃으며 알았다는 답을 한 다음에 그들을 이끌고 다른 곳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어붙은 계곡과 동굴, 그리고 산등성이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갈 무렵, 하늘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그 색은 바다의 색보다도 맑은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The End
Sania - Saria 의 변형
Arnada - 고귀한 인격의 소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