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교외의 한 구역에 이른 때는 저녁 무렵이었다. 때마침 밭 위로 펼쳐진 서쪽 하늘에서는 태양이 대지를 향해 내려오고 있었고, 그로 인해 주변의 구름 일대가 마치 불에 타고 있는 듯이
다홍빛으로 물들여지고 있었다. 하지만 타오르는 것은 서쪽에 이른 태양 뿐. 그 이외의 모든 것은 어둠에 물들여져가고 있었기에 바람을 맞고 있는 채, 홀로 서 있으면서 느껴지는 감정이란 쓸쓸함
뿐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왔더라면 홀로 어두워지는 거리 속에서 쓸쓸함을 느낄 일은 없었을텐데......
그 쓸쓸한 교외의 한 가운데에 홀로 서 있으면서 조용히 생각에 잠긴다.
지나왔던 나날들의 기억들이 조금씩 떠오른다. 그리고 홀로 또는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서 겪어온 여러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기쁨, 슬픔, 즐거움의 시간들의 기억들은 어두워져만 가는
하늘에서 가슴 속에 새겨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늘에 떠 있는 별들만큼 많은 나날들을 지내온 나. 그러한 나의 기억 속에서는 여러 추억들이 아직도 남아있으며, 나는 이들을 언제라도 기억하고 싶어한다. 지나왔던 모든 시간들 속에서
만들어온 여러 추억들. 비록 한 사람을 영원히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지 못한다 하여도, 그 추억들이라도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면, 그 추억들을 자신의 일부처럼 생각할 수 있다면 살아가는
이의 마음은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한 생각을 하는 일을 마치고서 바람 속에 서 있는 동안 잠시 눈이 싾인 밭을 바라보았다. 생각 같아서는 밭 근처로 나아가 눈을 조금씩 싾아가며 눈사람을 만들고 싶기도 하지만 혼자
아무도 없는 곳에서 눈사람을 만든다고 해서 기분이 좋을 일은 없음을 깨달으면서 곧 단념하였다. 확실히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는 동안 마련하였던 추억을 홀로 재현하기란 어려운 일 같다.
그 후, 나는 조용히 눈이 덮인 밭을 바라보다가 다시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왠지 누군가라도 만나고 싶어졌다. 다음 날이 되면 반드시 이웃집에 살고 있는 이라도
초청해서 함께 이런저런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The End
Maifa - 움직이는 자
Eralz - 광선이 방사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