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검술 수련을 위해 나설 때가 되었다. 이제 날씨도 조금씩 따뜻해지고 있으니까.
  이전 때와 마찬가지로 지정된 제한 시간 내에 목표를 향해 검을 휘두르고, 날아오는 물체를 베어내고, 빠른 속도로 목표가 된 물체들을 베어내는 일을 한다. 그 일은 시작이고, 앞으로 더 많은 과제를 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험난한 상황 속에서 무기를 다루는 태세나 실제로 상대와의 대결을 실제로 행하고, 대단한 실력을 가진 이를 모태로 한 개체와의 대결도 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곧 해야할 일이다.
  1 년에 몇 번 정도 다루는 무기인데, 근래에 들어서면서 그러한 무기와 무기를 다루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졌다.
  과거에 있었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그 이야기는 강한 힘을 품은 검을 가지면서 이런저런 일을 겪다가 마침내 잊혀져 간 인물들이 중심적인 소재가 되고 있다. 그들 중에는 이러한 이야기도 있었다. 무척 인상 깊게 읽었던 이야기이다. :

  어느 날, 왕국의 청년은 길을 헤매다 붉은 기운에 감싸인 검을 발견한다. 그 신비로운 검은 어떠한 금속도 간단히 베어 자를 수 있는 무기로서 세상에서는 결코 만들어질 수 없는 무기였다. 오랫동안 약한 기운으로 인해 서러움을 받았던 청년은 그 검에 대한 다른 생각도 없이 바로 검을 들고, 근처에 우연히 버려진 판금 갑옷을 대상으로 위력을 시험한다. 그리고 그 검의 날이 판금 갑옷을 간단히 베어내는 모습을 보며 세상의 다른 어떠한 무기도 그 검의 위력을 이겨낼 수 없으리라 믿고 왕국의 도시로 돌아간다.
  그의 믿음대로, 청년의 무기가 가진 위력은 세상의 다른 무기와 방패 및 갑옷도 감당해낼 수 없었으며, 그리하여 청년은 자신을 무시하던 사람들과 왕국의 기사들을 차례차례 제압하며 왕국 최고의 전사로 거듭난다. 그 이후, 청년은 왕국 친위대의 일원으로서 궁정에서의 삶을 시작하였으나, 곧 그는 조직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일에 지루함을 느끼고, 친위대장과의 결투를 신청, 그와의 대결해서 승리하고, 그를 죽여 친위대장이 되었다. 그 때, 그는 친위대장이 사고로 죽었다고 진실을 속이는 말을 하였다.
  이후, 그는 왕국의 전사들 중에서는 가장 높은 지위를 얻고, 온갖 권한을 얻으며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는 곧 이러한 삶에도 싫증을 느끼며,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행패를 부리기 시작한다. 술집에서 수프에 머리카락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식당을 파괴하였고, 돈자루를 훔친다하여 도둑의 손을 잘랐으며, 기분 나쁘다고 하여 길가의 나그네들을 죄책감 없이 죽였다. 그와 더불어 자신이 좋아할만한 여자들을 사귀다가 몹쓸 일을 벌여놓은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의 곁을 떠나는 일도 행하였다.
  이러한 일이 계속되자 그는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국왕이 언제 자신의 죄를 물어 사형에 처할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는 자신의 추종자들을 모아놓고, 그러할만한 명분을 마련한 후, '혁명' 을 빌미로 왕을 처단한다. 그리고 자신이 새로운 왕조의 첫 왕이 되어 그를 징벌하는 이는 없게 되었다. 그 후, 왕이 된 청년은 자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과의 전쟁에 돌입하고, 왕국의 모든 군사를 끌어들여 서쪽의 나라를 침공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자신의 나라에서 특정한 한 사람 혹은 몇 사람을 대상으로 칼을 휘두르는 일만 잘 할 줄 알았던 청년의 군사는 적으로 삼은 나라에 속한 군단의 공격에 철저히 패하였고, 끝내 왕은 수하들을 버리고 혼자 패퇴하였다. 그 때 그의 곁에 남은 이는 백수십여명 정도로 전쟁에 끌어들인 군사 중 1/500 정도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돌아온 청년을 기다리는 이들은 다름아닌 분노한 민중의 창과 칼이었다. 결국 왕의 남은 군사들마저 괴멸하고, 청년은 다시 도시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 그의 자식들은 분노한 민중에 의해 살해되었으며, 그의 추종자들 역시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하나둘씩 살해되고 난도질당하여 처참한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이후, 청년은 산 속의 숲. 자신이 검을 발견한 곳까지 홀로 도망쳐 왔으나, 곧 칼이 저절로 칼집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칼은 경악하는 청년의 가슴을 관통한 후에 피가 솟구치는 그의 가슴에서 벗어나 자신이 자리잡았던 곳으로 돌아갔다.

  결국 자신에게 온갖 비뚤어진 욕망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 검의 욕망에 의해 목숨을 잃은 주인공. 검에 의존하여 온갖 악행을 일삼으면 결국 검에 의해 자신마저 파멸한다는 교훈을 전해주고 있는 이야기였다. 비록 그 검이 진정 얻고자 하는 것이거나 얻어야 할 것이었다 할지라도, 그 물건을 함부로 활용한 대가는 결국 치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는 강한 검술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고 있다.
  이는 비단 검을 가진 이들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창이나 지팡이 혹은 마법의 힘만을 사용하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들 역시 함부로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면 반드시 크나큰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이야기에 언급되는 '검' 은 실제로는 무기를 다루는 능력이나 마법을 사용하는 힘 혹은 무언가를 행하는 능력을 상징할 수 있을 것이다. 본래 '검' 이란 '강력한 힘' 을 상징하는 존재가 되기도 하니까.
  잠시 그 이야기를 떠올리고서 나는 다시 검술 수련을 행하기 시작하였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