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세 번째 달이 되었다. 차가운 공기가 세상에 드리워졌던 나날도 이제 끝나가는지 날씨도 그렇게 춥지 않다. 아, 방금 전에 눈이 잠깐 내려서 황당해하기도 하였으나, 잠깐 내린 눈은 대지를 적시는 정도만 행할 뿐, 그 이외에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여전히 날씨는 흐리지만 곧 맑아지면 서서히 봄 기운이 내가 살고 있는 곳으로 다가올 수 있음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풀밭의 생기는 아직 돌아오지 않고, 새싹이 움트는 일에 대한 기대도 지금으로서는 이르다고 하지만.
  날씨가 갑작스럽게 따뜻해지다보니 나른함이 금방 찾아온다. 어제도 여러 시간 동안 낮잠을 잤었고, 오늘도 잠이 오는 일이 잦아 책상에 엎드려 잔 일도 있었다. 그러다가 눈을 뜨고, 창 밖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이끌려 멍한 시선으로 창 밖을 바라본다. 그리고 멍한 눈에서 비추어지는 아이들이 공을 차며 뛰어노는 모습. 얼핏 보기에도 행복한 광경이면서, 겨울이 이제 끝났음을 알리는 광경이기도 하다. 지난 주만 하더라도 저러한 모습을 거리에서 보는 일은 불가능했다.
  아이들의 소리가 그친 곳 근처를 바라보니 어떤 이가 종이를 마련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간만에 찾아온 봄 기운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한 일이려나. 하지만 아직 이 곳 일대에 봄 기운이 찾아오지 않은 관계로 그려지는 광경은 겨울이 끝나갈 무렵의 거리가 될 듯 싶다.
  그 광경을 잠시 보다가 다시 책상에 바로 앉았다. 빵을 많이 먹은 탓일까, 속이 조금 좋지 않다. 일단은 조금 참아 보았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물이라도 한 잔 마셔야 하겠다. 간만에 맞는 집에서 하루를 보내는 날인만큼, 편안히 보낼 수 있어야 하기에. 한 숨 자는 일도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오늘은 한 번 참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속이 조금 좋지 않다고 매양 잘 수만은 없으니. 그 대신, 오늘 이 곳에서 본 광경을 토대로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해 보아야 하겠다. 이번의 그림은 잘 그려질 수 있으려나, 일단은 그에 대해 희망을 가져보도록 함이 옳겠지.

  머지 않아 새싹도 대지에서 움틀 것이고, 꽃도 피어나 겨울의 분위기는 완전히 잊혀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겨울의 정령이 떠나간 이후에는 여러가지 일들을 해 보고 싶은데, 그를 위해 우선 여러가지 물건을 준비해 놓아야 하겠다. 일단은 꽃씨와 화분부터.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