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밤새도록 힘든 일을 마치고, 그대로 잠들어 버렸었다. 그래서 다시 깨어나보니 이미 해는 남쪽 하늘 높이 오르고 있는 상태였다. 이대로라면 집 앞에 만들어 놓았던 해 시계의 그림자는 12 를 가리키는 시점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그 의미는 곧, 정오에 이르기 전까지 잠들어 있었다는 것. 내가 살아오면서 겪어보지 못한 일이었다. 아무리 어제에 신경 쓸 일이 무척 많았다고 하지만 정말 낮이 되어서야 일어나게 되다니!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이 일상이었던 나에게는 믿을 수 없는 현상이었다.
  "에리야도 늦잠을 잘 때가 있구나." 그 때, 방의 문을 열고 아란티아가 내 곁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활짝 웃으며 그는 그렇게 말한 다음에 이제 침대에 앉은 나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 후, 아란티아는 나의 모습을 계속 보는 채, 환한 목소리를 내며 나에게 물었다.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아침에 깨워도 일어나지 않기에."
  "아, 깨웠었구나." 그 물음에 나는 그가 아침에 나를 깨웠었다는 사실을 접하고, 지금까지 곤히 잠들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어제 많은 일이 있었다고 답하였다. 그러자 아란티아는 내가 한 일에 대해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니?" 라고 물었다. 확실히 궁금할만도 했을 것이다. 내가 일을 마치고 지금껏 일어나지 못했으니, 분명 내가 엄청나게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으리라는 추측을 하기는 했으리라, 틀림 없이. 이에 별로 중요하지는 않았다고 답하였다. 그 때 마침, 배가 고파서 아란티아에게 배가 고프다고 말하였고, 이에 그는 밝은 목소리로 아침 식사를 하지 못했으니 반드시 그러한 말이 나오게 될 줄 알았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힌 다음에 일어나서 함께 식사를 준비하자고 말하였다.

  그 이후, 나는 아란티아와 함께 점심 식사 준비를 하게 되었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