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일부분에 드리워진 구름을 바라보며 풀밭에 누웠다, 두 팔을 양 옆으로 벌린 채.
  가끔 새들이 하늘 위를 맴돌다가 어디론가를 향해 떠나가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하였으나, 그러한 경우를 제외하면 구름이 곳곳에 드리워진 하늘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 모습을 눈을 반 즈음 감은 채, 보고 있다가 조용히 혼자서 말하였다.
  "구름이 하늘에 가득하네. 이러다가 비가 오는 것은 아니려나."
  그 때, 왼편의 하늘에서부터 한 쌍의 작은 하얀 새가 나란히 어디론가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크기는 얼핏 보았을 때에는 서로 비슷해 보였으나, 자세히 보니 앞장서고 있는 새의 크기가 조금 더 컸다. 조금 작은 새는 앞장서는 큰 새의 뒤를 따르고 있으며, 큰 새가 가는 곳이면 어디로든지 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 새 한 쌍이 암수의 한 쌍임일 바로 알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서로 만나 짝을 지어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나아가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조금 있으면 산 어딘가에 그들의 둥지가 마련되겠구나, 귀여운 아기 새들도 태어날 것이고."
  새에 대해서는 별로 좋지 않은 추억을 가지고 있었다. 이전에 둥지에서 떨어져 버려진 아기 새의 모습을 보고 그 새를 주운 다음에 조심스럽게 집으로 가져가 집에서 키우기로 마음을 먹고 열심히 키워주려 애를 썼으나, 당시에는 어떻게 키워야 할지 잘 몰라, 아기 새가 결국에는 죽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로는 작은 동물을 키우는 일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고, 그 이후, 한 동안은 새의 둥지에 접근조차 하지 않으려 하였었다. 혹시나 아기 새를 발견하면 집으로 데려갔다가 죽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마음 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 일은 오래 전의 일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그 기억에 얽매이고 있지 않다. 혹시 누군가가 맡아준다면, 아기 새도 키워보고 싶고, 산 어딘가에 있을 둥지로 나아가 그 둥지에 살고 있는 아기 새를 키우는 어미 새의 모습도 보고 싶다.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날개를 펼치고 하늘 위로 날아 올랐다. 그러다가 풀밭 근처의 나무 한 곳에 머무르고 있는 둥지와 그 안에 있는 아직 털이 자라나지 못한 작은 새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어제만 하더라도 알이었는데, 이제 깨어난 모양인가 보네."
  그 알을 보면서 나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였다. 그리고 나무 근처에 날개를 접으면서 착지하였다. 그 때, 어딘가에서 날개를 펼친 채, 하늘을 맴돌고 있던 큰 새가 둥지를 향해 날아내려가려 하였다. 어미 새가 둥지를 비운 틈을 타 작은 새들을 먹어치우려 한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다시 둥지 근처로 날아올라 새가 둥지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 하였다. 새가 바라보는 둥지의 모습을 나 자신으로 가리며 새를 향해 손을 이리저리 흔드는 모습을 보이며 새가 접근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면서 외쳤다.
  "저리가! 이 둥지 근처로 오지 말란 말야!"
  그러자 새는 자신보다 거대한 무언가가 손을 흔들며 큰 소리로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 두려움을 느꼈는지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조용히 한 숨을 쉬고서 다시 날개짓을 하며 나무 근처로 착지하였다. 그 때, 부리 안에 무언가를 품고 있을 어미새가 둥지를 향해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말하였다.
  "다행이다, 저 새 혼자서는 그 새를 막아내지는 못했을 텐데."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 새가 다시 둥지로 나타나지 않으리라고는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일단은 당분간 그 새가 둥지로 다가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떠나가더라도 둥지를 틀고 아기들을 잘 키워주려 하는 작은 새를 위해 둥지를 지켜줄 수 있는 이가 나타났으면 좋겠는데.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