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내내 산에서 무슨 일이라고 생길 듯해 보일 정도로 무수히 많은 구름들이 많은 나날이 있어왔고, 오늘 하루도 그러하다. 이런 때라면 분명 하늘에서 폭풍이 불어오고 세찬 비가 내려야 할 텐데,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를 않아 하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불안해 할 정도였다. 그래도 날씨가 맑은 날에 비해 덥지는 않아 밖에 나가 활동하기에는 무척 좋다고 여기었기에 일단 집을 나서서 산길을 향해 나아갔다. 이번 해 4 월에 심은 나무가 얼마나 잘 자라고 있는지 직접 보기 위한 일이었다.
  산길을 한참 올라가다가 큰 나무가 없는 곳에 이르고서 그 곳에 심겨진 작은 나무 한 그루를 발견하였다. 그 나무가 바로 내가 이전에 심었던 나무이다. 처음 심었을 때에는 내 키의 1/3 정도에 이를 정도였고, 팔에 큰 힘을 가하면 부러질 것 같이 연약하였던 나무. 하지만 세 달이 지난 지금, 연약하였던 나무는 지금까지 내린 빗물과 토양의 기운 그리고 태양의 빛을 잘 받으며 여느 나무들처럼 수많은 이파리들로 자신을 꾸미고 있었다. 키는 거의 변하지 않았으나, 조금 커진 것 같은 느낌은 들었다.
  그러한 묘목을 보자마자 나는 묘목 근처에 앉아서 묘목을 두 손으로 끌어안으며 감탄하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걱정했었는데, 잘 자라주었구나."
  그 이후, 나는 다시 일어나서 풍성히 잎을 자라게 한 나무를 바라보며 앞으로 그 곳에서 건강히 잘 자라고 있어달라는 부탁의 말을 전하고서 산의 다른 곳을 향해 나아갔다. 그러다가 산의 한 곳을 차지하고 있는 산딸기 나무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때가 때인지라 산딸기 나무들의 가지마다 여러 열매들이 열려 있었다. 마치 짐승의 손과 같은 이파리의 초록색과 분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는 붉은 열매. 여느 보석 못지 않은 선홍빛 열매의 모습을 두고 어딘가에서는 사람이 가진 열정을 상징한다고 말하고, 다른 어딘가에서는 뜨거운 피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하는데, 아무튼 붉은색이 인상적인 열매들이었다.
  한 때에는 몇 개 따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 맛이 무척 좋아서 여러모로 쓸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일은 올해만큼은 하지 않기로 결심하였다. 산딸기 나무들도 가끔은 마을에 사는 이들에게 적은 시달림을 받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러면서 잠시 산길을 더 나아가다가 산을 내려가 다른 곳으로 가 보기로 마음을 먹고 지나왔던 길을 따라 산을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지나왔던 길을 통해 산을 내려갔기에 도중에 내가 심었던 묘목과 다시 한 번 마주치게 되었다. 그 묘목의 모습을 보자마자 무릎을 두 손으로 잡고 허리를 굽인 채, 묘목을 바로 보려 하면서 환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내년에도 또 올게, 그 때까지 잘 자라고 있어야 해."
  그리고 산을 내려가면서 세 달 전에 심었던 나무의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 별로 보살피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잘 자라고 있었으니, 다음 해에는 분명 지난 해보다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키도 지난 해보다 더욱 커질 것이고. 내년에 내 눈 앞에 나타날 나무의 모습이 무척 기대가 된다.
  그렇게 산에서 내가 심은 묘목과 산딸기 나무 등의 모습을 보고 다시 마을로 돌아올 즈음에 이미 구름 사이로 태양의 빛이 내려오고 있었다. 앞으로 어찌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금 날씨가 갠 시간이 찾아올 것에 대한 전망도 가능해 보였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날씨가 더워질테니 그에 대한 대비도 반드시 해야 하겠다고 마음 속으로 생각하면서 빠른 걸음으로 잠시 비워 두었던 집을 향해 나아갔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