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산을 오가는 기차를 타고 먼 길을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는 도중에 나타나는 여러가지 광경. 그 광경을 하나씩 바라보며 얼마나 먼 길을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일이 조금 지루해질 즈음, 미리 마련한 짐에 들어있던 책을 꺼내어 잠시 읽다가 어느 정도 책을 읽었을 시점에서 목적지인 한 산골 마을에 도착하여 짐을 챙기고 내렸다.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은 오늘의
경우, 나를 비롯한 몇 사람이었다. 기차를 이용할 필요를 사람들이 잘 느끼지 않기 때문이리라.
목적지에 도착한 후, 나는 산골 마을 근처의 풀밭 한 가운데에 잠시 앉아 있으면서 바람을 맞고 있었다. 아직 비구름의 모두가 하늘을 떠나지 않은 탓인지, 하늘에 구름이 엷게 퍼져 있는 가운데 여름
바람답지 않은 시원한 바람이 나를 향해 불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서 마을로 간 다음에 그 마을에 살고 있는 루디아(Ludia) 라는 이를 찾아가려 하였다.
내가 루디아라는 사람을 찾아가려 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지난 주에 마을 근처의 산길을 찾아갔다가 그 곳의 잘려나간 커다란 나무 근처에서 자그마한 하얀 종이를 발견하였는데 그 종이에는 내가
읽을 수 없는 글자들이 적혀 있어서 도저히 읽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마을 도서관 측에 그에 대한 문의를 하였는데, 이 마을의 루디아라는 사람이 고대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기에
그를 찾아가 본 것이었다.
그리하여 찾아가게 된 루디아의 집. 그 집에는 나와 비슷하게 푸른색의 긴 머리카락을 가진 이로서 왼쪽에 하늘색 날개가 달린 하얀 고리를 쓰고 있으며, 소매가 없는 하얀 상의와 발목까지 내려갈
정도의 길이를 가진 하얀 치마를 입은 어린 소녀가 살고 있었다. 그의 양 어깨에는 한 쌍씩 날개가 달려 있었는데, 그 색과 모양새는 내가 가진 날개의 그것과 비슷하였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어요?" 내가 찾아오자마자 그는 나에게 인사말을 하고서 그러한 물음을 건네었다. 이에 나는 주머니에서 그 종이를 꺼내 두 손으로 건네며 그 종이에 적힌 고대 문자를 해독해
달라는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루디아는 두 손으로 그 편지를 받고서 이를 펼쳐서 두 손으로 든 다음에 편지의 윗부분부터 아랫부분까지 잠시 훑어보다가 나에게 다시 시선을 향하면서 종이에 쓰여진
글자들은 자신이 어떻게든 해독할 수 있는 글자들이라고 말하며,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말을 건넨 다음에 현관의 왼편에 위치하고 있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 광경을 보고 있다가, 방으로 들어간 루디아를 기다리고 있으면서 나는 루디아가 종이에 쓰여진 글자들을 잘 해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와 걱정의 마음을 가지며 그가 내 곁으로 돌아올 때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루디아는 다시 방에서 나와 현관에 머무르고 있는 내 곁에 이르렀다. 방으로 들어갔을 때에는 한 장이었던 종이가 다시 나왔을 때에는 두 장으로 늘어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고대 문자를 해독한 내용이 적혀 있을 것이다. 잠시 후, 그가 내 곁에 왔을 때, 그는 나에게 "계속 이 곳에 계셨군요." 라고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건네며 두 장의 종이 모두를 두 손으로
나에게 건네었다. 그 종이들을 건네받은 나는 곧 그에게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면서 좋은 시간 보내라고 인사말을 건네었다.
이후, 나는 마을 근처의 산길에 이르렀을 때에 그로부터 건네받은 종이들 중 하나는 왼쪽 주머니에 넣고, 다른 하나는 펼쳤다. 그리고 두 손으로 펼친 종이를 들고 그 종이에 쓰여진 글자들을 보려
하였다. 내가 읽을 수 있는 글자들이 쓰여진 종이. 그 종이에 쓰여진 글자들은 다음과 같은 문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3000 년 후, 미래의 아이에게,
안녕? 나는 3 천 년 전에 이 곳에 살았던 사람이란다.
너는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곳은 한 때 어마어마한 수준의 문명이 발달되어 있었어.
전화라는 물건이 있어서 세계 어디에 있는 사람과도 연락을 할 수 있었고,
굉장히 빠른 속도를 내는 탈 것들이 많아서 어디든지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고 갈 수 있었어.
그 뿐만이 아니야. 하나의 기계 장치를 이용해 여러가지 일을 할 수도 있었지.
하지만, 그러한 문명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 특히 높은 사람들은 지금 누리는 행복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큰 욕심을 부리려 하였고,
그로 인해 수많은 생명의 희생이 강요되었어.
곳곳에서 동물들과 풀 그리고 나무들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들은 이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그들을 위한 세상에서는 인간들도 불행했어.
세상은 여러 시대를 지나오고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만큼
살아가기 위해 많은 것을 알아야 하고, 많은 것을 배워야 하는 시대도 없어.
이 모든 일은 본래 생존을 넘어서 보다 가치 있는 일을 위한 일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일은 생존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버렸지.
그리고, 낮은 위치의 사람들은 자신의 꿈과 생각을 당당히 펼쳐지도 못하고,
높은 사람들의 뜻에 그저 순종해야만 했어.
그렇지 않으면 생존의 수단이 없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야.
이러한 세상은
높은 사람들이 능력이 있어야 생존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어버렸기 때문이고,
그러한 일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면서 살아야 해.
높은 사람들의 뜻에 따라 모두의 희생이 강요될 수밖에 없는 세상,
너는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니?
이 세상의 사람들처럼 불행의 도가니 속에서 살고 있지는 않겠지?
나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시대의 네가 살아가는 방식을 알 수는 없어.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동안만큼은 세상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보길 바래.
지금 이 시대만큼 불행이 만연한 세상이 돌아오지 않기 위해서는, 부탁이야.
AT 2240 년 7 월 28 일, 3000 년 전의 인간, 에리아 슈마허 (Eria Schmacher) 가.
마음이 숙연해지는 느낌을 전해주는 편지. 분명 재앙의 시대였던 머나먼 과거에 살았던 사람이 미래에 살고 있는 나 같은 이를 위해 보냈을 편지였을 것이다. 그 편지를 보면서 나는 마음 속으로
나는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달라고 혼잣말을 하기도 하면서, 과거의 불행했던 시대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과오로 인해 불행을 겪은 이후에도 과오로 인해 현재의 '인간' 이라
칭해지는 존재들은 동쪽 어딘가에서 지옥과 같은 곳에서 영원한 불행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러다가 그 글의 마지막 부분을 읽고나서 나는 깜짝 놀라며 말하였다.
"어라? 편지를 쓴 사람의 이름이 내 이름과 같잖아?"
The End
Lindarid - lind(비행) + arid(하는 사람) -> 비행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