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고대하던 바다 여행을 가게 되었다. 처음으로 바다 여행을 간 이후, 셀 수도 없이 많은 날이 지나간 끝에 오랜만에 바다로 여행을 갈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서쪽 해안으로도 갈 수 있었지만 어렸을 때 갔었던 동쪽 해안의 모습을 너무도 보고 싶어서 며칠 걸릴 것을 감수하고 기차로 동쪽 해안으로 나아갔다. 그러는 동안 준비한 식량을 전부 소모한 탓에 앞으로 조금 불안하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다시는 갈 수 없었을 듯해 보였던 곳에 이르고 나니 기분은 좋았다.
  도착하고나서 먼저 간 곳은 해안을 따라 펼쳐진 길과 그 너머에 있는 바닷가의 모래밭이었다. 우선 길 위에 머무르고 있는 나무 수레에 잠깐 머무르고 있으면서 그 곳에서 팔고 있는 푸른색을 띠고 있고, 투명한 작은 돌이 마음에 들어 그것을 산 다음에 주머니에 넣어놓고서 모래밭에 이르렀다. 오늘 따라 사람들이 자주 찾아오지 않은 탓인지 해안의 모래밭은 순수하고 밝은 느낌을 주는 색을 띠는 모래의 모습만을 보이고 있을 따름이었다.
  구름 하나 보이지 않는 깨끗한 푸른 하늘, 그 아래로 펼쳐진 모래 너머로 펼쳐진 바다는 잔잔하게 물결치고 있었으며, 그 색은 모래밭과 가까운 곳은 초록빛을 띠고 있었고, 멀어지면서 서서히 하늘색과 닮은 푸른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마치 하늘의 모습 자체가 물에 비추어진 듯한 그러한 느낌이 들었다.
  잠시 바닷가의 모래 벌판 위에 서 있다가 바닷물이 밀려오는 곳을 걷기 시작하였다. 발이 닿는 곳마다 모래 벌판이 내려 앉는 탓에 걷기는 조금 불편했으나 그래도 밀려오는 바닷물에 발과 다리가 적셔지면서 전해지는 시원한 느낌이 좋았다. 특히, 뜨거운 모래 벌판 위에 서 있다가 바닷물에 처음 발이 닿았을 때의 시원함은 마치 차가운 물에 발을 처음 담근 느낌과 같을 정도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계속 해안의 먼 저편으로 자주 시선을 향하였다. 시간이 지나고 태양이 남쪽 하늘 높이 떠오르면서 먼 바다의 푸른 색깔도 더욱 선명해져 갔으며, 해안의 바닷물도 더욱 선명한 초록빛을 띠게 되었다. 바다의 물결도 이전보다 약해져서 편안히 바닷물의 시원함을 느끼기에 좋은 시간이었다. 때가 때인지라 태양의 열기가 강하게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어서 나는 계속 가까운 바다 근처에 머무르면서 밀려오는 바닷물에 두 발과 다리를 적시려 하였다. 그러면서 가끔씩 얼굴을 바닷물로 씻기도 하였다. 날이 더워져 얼굴에 땀이 흐르게 된 탓이었다.
  그러다가 잠시 하늘의 높은 곳을 올려다 보았다. 새파란 하늘은 이전보다 더욱 선명한 색을 띠고 있었으며, 그 한 가운데의 높은 곳에는 새하얀 빛을 띠는 태양이 눈부시게 밝고 강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열기로 가득한 나날에 어울리는, 강한 모습이었다. 때로는 그러한 태양의 모습이 너무나 싫어서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리는 날이 여행하기에 좋은 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러한 날이 계속되는 여름은 여름답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태양의 찬란하게 강한 모습을 보고, 그로 인한 열기도 느낄 수 있어야 진정한 여름다운 날을 보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러한 나날을 보낼 수 있기에 바닷가에 발과 다리 그리고 몸 전체를 담글 수 있는 순간도 찾아오는 것이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