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가까운 곳에 있어서 항상 집 근처 언덕에서 내려다보던 계곡, 그 계곡으로 놀러 나가 보았다. 출발한 시각은 아침 해가 조금 높은 곳에 이르렀을 때, 본래는 아침 일찍 나아가려 하였으나 본의 아니게 늦잠을 자 버려서 그 시간 대에 이르게 되었다. 그나마 급히 나갔기에 그 시간 대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계곡에 이르자마자 나는 시냇가 근처의 돌밭으로 나아가 내가 이른 곳 주변의 큰 바위를 발견하고서 그 바위 위에 앉으려 하였다. 하지만 오랫동안 열기를 받은 탓인지 바위는 마치 불에 달구워진 온돌마냥 뜨거워서 자리에 오래 앉아있기 힘들어 바로 일어나야 했다. 그 때, 내 오른편의 물가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바위 위에는 앉지마! 날이 어두워졌을 때에만 앉을 수 있어!"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 방향을 향해 돌아서서 목소리의 주인을 보려 하였다. 내 집의 남쪽 먼 곳에 살고 있는 라실라(Lasilla) 였다. 나와 마찬가지로 여름을 맞이하여 이 계곡으로 왔을 이. 그러한 그의 모습을 실제로 보면서 나는 반가운 감정을 가지며 그에게 인사를 하였다.
  "아, 라실라구나!" 그리고서 피서 때문에 왔느냐고 물었다. 이에 라실라는 "그래." 라고 답을 하고서 오늘 내가 찾아올 줄 알고 있었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내가 눈을 크게 뜨며,
  "어떻게 내가 오늘 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지?" 라고 묻자 라실라는 특별한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지만, 오늘 같이 날씨가 더운 날에 멀리 나갈 사정도 되지 못한다면 가까운 곳에 있는 계곡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리라는 예상 정도는 할 수 있었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 다음에 그는 곧바로 물길을 거슬러 가는 방향을 향한 후, 자신은 다른 곳에 가 보도록 하겠다는 말을 건넨 다음에 깊은 곳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을 할 것을 당부하면서 내 곁에서 멀어져 갔다.
  그 일이 있은 다음, 나는 곧바로 물길을 따라가는 방향으로 바위길을 걸어 나아갔다. 그러다가 시냇물이 커다란 강물의 흐름에 합류하는 곳에 이르게 되었는데, 시냇물의 흐름이 강물의 흐름 속에 포함되는 지점 너머로는 걸어서 갈 수 없었기에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그 지점에 이르는 것으로 끝냈다. 그리고 그 지점 주변 일대를 돌아다니며 시냇물에 들어가 보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먼 곳의 강물 위에 하얀 연기 같은 것이 피어올라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상하네, 그러한 기운은 날씨가 흐릴 때에나 볼 수 있을만한데."
  확실히, 이상한 현상이었다. 물을 이루는 물방울들이 하늘로 오르려 할 때, 만약 구름이 하늘에 가득히 드리워져 있다면, 더 이상 물방울들이 하늘로 오르지 못하기에 공중에 머물면서 하얀 연기와 같은 형상을 이루고는 한다는데, 이번에는 날씨도 맑으면서 그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현상에 대해 나는 필시 누군가의 장난일 것임이 틀림 없다는 판단을 내리며 하얀 연기를 일으킨 근원을 찾아내려 마음을 먹고서 날개를 펼쳤다. 그리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서 하얀 연기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하얀 연기의 바로 위에 이르자 그 곳에서부터 날아 내려 하얀 연기의 중심으로 나아갔다. 그리하여 마침내 하얀 연기의 한 가운데에 이르렀지만, 하얀 연기를 일으킨 근원의 모습은 나의 눈앞에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마치 근원적 존재는 애당초 없었다는 듯이.
  "어라? 근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네, 원래 없나?"
  연기의 한 가운데에 떠 있으면서 나는 당황해하였다. 하지만 곧 나는 내가 떠 있는 곳 바로 앞에 하나의 선명한 하얀색을 띠는 기운이 뭉쳐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기운은 강가의 먼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는데, 모든 하얀 연기가 그 기운을 따르고 있는 듯해 보였다. 연기가 나아가는 방향이 기운이 나아가는 방향과 거의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그 기운을 보면서 나는 그 기운이 연기를 일으킨 근원적인 존재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기운을 손으로 잡아보기 위해 기운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기운을 향해 손을 대는 순간, 나는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극심한 차가운 느낌에 바로 손을 떼었다. 마치 남극의 얼음보다 더 차가운 무언가를 잡은 듯한 그러한 느낌이었다.
  "이래서는 그 기운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겠어."
  결국 나는 기운의 실체를 알아내는 일을 포기하고 바로 시냇가로 돌아갔다. 그 때 마침, 라실라가 내가 처음 이르렀던 곳까지 나아가 있다가, 내가 그 곳으로 날아 내려오자마자 나를 맞이하였다. 그러면서 어디 갔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방금 전에 나타났던 하얀 연기의 근원을 찾고 있었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 말에 라실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랬구나." 라는 말을 건네자, 나는 그 근원을 손으로 잡아보려 하였지만 너무 차가워 할 수 없었음을 알리고서 그 기운에 대해 무언가 아는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라실라는 확실한 것은 잘 모르겠다고 답을 하면서도 소문을 들은 바는 있음을 알린 후에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먼 옛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었다는 사실은 역사 공부를 통해 접한 바 있지? 그 희생당한 혼들이 가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깨어나 하나의 기운으로서 주변을 배회한다고 해. 그 기운이 너무 차가워서 수증기들이 그 기운에 이끌려 하얀 연기를 이룬다고 해. 그 이야기가 주로 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이상한 현상에 관한 이야기이지.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이야기야."
  "그래?"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놀라면서 물었다. 이에 라실라는 믿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하면서 언젠가 그 진실이 밝혀지니, 그 때 확인해 보면 좋을 것이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에 그는 곧바로 화제를 바꾸어 계곡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가까운 곳이지만 이 계곡도 좋지? 물이 참 시원하더라, 오래 머물고 싶어."
  "응, 나도." 이에 나 역시 미소를 지으며 답하였다. 그리고 함께 물 속에 있도록 하자는 말을 건네면서 먼저 시냇가의 물 속에 다리를 담근 채, 물의 시원함을 느끼며 물의 흐름을 거슬러가는 방향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뒤를 따르는 라실라에게 이번에는 조금은 깊은 곳에 있도록 해 보자는 제안을 하였고, 이에 라실라 역시 환하게 미소를 띠며 밝은 목소리로 "좋아!" 라는 화답을 하였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