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들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들 중에는 언제나 행복이 머무르기를 바라는 이도 있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이도 있다. 가족이나 친구를 비롯한 다른 이들을 위해 힘을 쓰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있고, 그와 반대로 오로지 자신만의 즐거움을 위해 다른 이들을 힘쓰게 하는 이들도 있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하는 이들도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이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노력을 하는 이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무엇이 가장 바람직한 삶인지에 대해서는 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한 가지 정도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 살아가는 방식들 모두가 적어도 한 가지씩은 좋은 면을 가진다는 것이다. 나쁜 점만을 가진 삶의 방식이란 본래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하게 만드는 일도 안 되는 것이다. 삶의 방식이란, 어떠한 경우에도 존중받아야 하며, 그러한 이들 모두가 세상에서 안정되고 보람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낼 수 있어야 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 산에 홀로 앉아 있으면서 그러한 생각을 하다가, 날개를 펼치고 날개짓을 하며 하늘의 높은 곳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차가워지기 시작하는 바람과 함께 서쪽의 먼 곳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서쪽에 있다고 알려진, 먼 옛날의 흔적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였다. 그 곳에는 수 천 년인가, 수 만 년전인가에 번영하였다가 지금은 사라진 문명의 흔적, 몇 십여년 전만해도 갈 수 없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갈 수 있게 된 그 곳.
----- 대륙 동쪽의 해안가를 지나 그 너머에 있는 시가지에 이르고서 그 시가지의 높은 건물이 유난히 많은 곳에 착지하였다. 전설에서나 나타날 법한 악마 세계의 하늘처럼,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드리워져 있었고, 파괴된 흔적만 남은 높은 건물이 곳곳에 머무르고 있는 황폐한 대지에는 여전히 풀이 자라지 못하고 있었다. 10 년 전에 찾아왔을 때에도 민들레 풀 한 포기조차 자라지 못하고 있었는데, 문명에 의해 한 번 더럽혀진 대지는 되살아나기가 무척 힘든 모양이다.
----- 한참 거리를 걷던 나는 거리 한 곳에 머무르고 있는 무너진 건물 근처에 있는 바위를 발견하고서 그 곳에 앉아 있으면서 무너져 가는 건물들의 모습을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문명은 인간이라 칭해진 존재들에 의해 조금씩, 급격히 진화해 갔다. 그것은 더욱 나은 미래를 건설하려는 사람들의 의지에 의해 가능했으며, 그로 인해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에도 크나큰 변화가 생겨나게 되었다. 하지만 변화해가는 문명 속에서 나라를 이끌어간다는 이들은 다른 인간들을 오래 전의 유희에서처럼 다루기 쉽도록 '영원한 자신들의 시종' 으로서의 삶이 가장 이상적일 수 있도록하는 제도를 고안하였으며, 위험하고 운이 따르는 방식으로 돈을 끌어모은 이들은 평온하기만 한 세상이 재미 없었는지, 모든 인간들이 자신들이 살아가는 대로 항상 위험을 끌어안으며 살아가도록 세상의 구조 자체를 바꾸어 버렸다.
  그 결과, 세상의 수많은 삶의 방식 중 지배자들과 돈을 끌어모은 이들을 위한 삶의 방식만이 존중되고, 나머지는 삶을 이어가지 못하게 된다는 등의 이유로 배척받게 되었다. 그러한 삶의 방식이 무엇이냐고 말하자면, 세상-욕심 많은 지배자들이 이끄는-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삶이나 욕심많은 이들이 요구하는 대로의 능력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보니 평온을 찾는 인간들은 드물게 되었고, 인간들의 마음은 점차 황폐해져 갔을 것이다.
  인간들은 안정된 삶을 원하였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조건을 충족해야만 했다. 그러한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고, 그로 인해 대다수의 인간들은 힘겹게 살아가야 했으리라. 그것이 문명이 진화하면서 오히려 더욱 힘겹게 살아간다는 인간들의 역사 속에서 나타난 모습이리라.
----- 생각을 마치고서 여전히 검은 구름이 드리워진 하늘을 뒤로 하고 남쪽에 있는 대륙으로 나아갔다. 잠시 그 대륙의 숲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머리라도 식히기 위한 일이었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