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을 잊어서 집에 가는 도중에 잠시 도서관을 들러서 그 일을 마치고서 부리나케 도서관을 나섰다. 꽤나 중요한 일이라서 오랜 시간을 들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안 하고 지나쳤을 경우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정말 큰일날 뻔했다, 뒤늦게나마 눈치를 채기는 했지만, 그렇지라도 않았다면 여러가지 문제로 귀찮았을 것이다.
  그렇게 도서관에서의 일을 마치고 밤늦게 집으로 가는 도중에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산 위로 펼쳐진 검푸른빛 하늘 위로 보름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세상의 어둠을 몰아낼만큼 밝지는 않았으나 대지에 희미하게나마 빛을 전해줄 정도는 되었다. 그래서인지 완전히 어두울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으며 길을 걸어갈 수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오자마자 나는 어둠 속에서 램프로 빛을 밝히며 식탁에 앉아있는 엘레사(Elesa) 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내가 늦게 돌아온 일을 이상하게 여기었는지 눈을 크게 뜨면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중요한 일을 깜박 잊고 있다가, 그 일을 해서 그렇다고 간단히 답을 하고서 그와 마주보는 곳의 의자에 앉았다. 그 후, 엘레사는 차분한 목소리를 내면서 어디 먼 곳으로 갔다가 사고라도 당한 줄 알았었다는 언급을 하였고, 이에 나는 놀라면서,
  "그런 생각까지 했었어?" 라고 말하였다가, 곧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에이, 설마. 내가 그런 일을 어떻게 당한다고......" 라는 말을 건네며 걱정하고 있었을 그를 위로해 주었다. 그러자 엘레사는 바로 미소를 띠면서 여전하다라는 말을 건넨 다음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기고서 저녁 식사를 준비할테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이에 나는 알았다고 화답을 한 다음에 식탁에 앉아 있으면서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 후,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고서, 바로 엘레사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었다. 밤 늦게까지 기다리고 있으면서 저녁 식사까지 해 준 그의 정성에 나 자신이 당황할 정도였는데, 평소에는 그러할 것이라 예상을 못했기 때문에 더욱 의외로 다가왔다. 그러한 생각을 하며 방으로 들어간 후에 침대에 누웠다. 피곤했다, 밤 늦게 행한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누워 있으면서 나는 지금 나의 집에 머무르고 있는 엘레사에 관한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언제부터인가 엘레사는 나의 집에 줄곧 머무르고 있게 되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언제부터인가 인연이 생기고 나서부터, 그는 나의 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꼭 그러한 것은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 생각도 흐지부지 없애고 잠시 천장을 꾸미고 있는 종이로 만들어진 별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자그마하게 혼잣말을 하였다.
  "더 이상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바로 잠들기 시작하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의식이 사라지기 직전의 순간, 나에게서부터 엘레사의 목소리가 자그마하게나마 들려왔다.
  "너와 함께 살 수 있다면, 행복할 수 있어. 그러니까, 부탁이야. 내 곁을 떠나지 말아......."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