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 바깥이 유난히 차갑다. 게다가 밤이라서 그런지 바람도 더욱 시리게 다가온다.
  그런 오두막 주변에서는 태양이 전해준 생명의 기운을 모두 소모한 듯한 나무들이 노란색, 갈색으로 물든 나뭇잎들을 손에 들고 있는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나뭇잎들을 여전히 손에 쥘 수 있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는 추위를 강하게 느끼지는 않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노란 나뭇잎들이 어두운 하늘 아래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묘하게 쓸쓸해지는 듯한 느낌을 어찌하지는 못하고 있다. 마침 새들의 울음 소리도 들리지 않아 적막함은 더욱 분명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래도 혼자 오길 잘 했어. 이러한 느낌도 여행의 즐거움일텐데, 다른 사람과 함께 웃고 떠들면서 즐길 수는 없겠지."
  근처의 나무에 기대어 서 있는 채, 눈을 감고 미소를 띠며 그렇게 혼잣말을 한다. 사실 이렇게 고독한 생활도, 쓸쓸한 시간도, 순간 지나가는 일이라면 즐거움으로서 다가올 수 있다, 그러한 상황에 어울릴만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면. 그렇다보니 우울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있었다. 저녁에 오두막으로 올 때부터 상당히 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먹을 것을 하나도 들고 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배가 고팠지만,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했다.
  "배가 고파질 때에 손이 닿는 곳에 먹을 것이 없게 하는 일은 조금 문제가 있어."
  그러한 생각을 하며, 나는 바로 혼잣말을 하였다. 그러다가 한 무리의 빛들이 밤하늘 저편에서부터 상공의 높은 곳을 날아가는 모습이 눈 앞으로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보며 놀란 나는 바로 상공으로 시선을 집중시키며 그 빛들을 자세히 보려 하였다. 빛들이 새의 형상을 갖추고 날개짓을 하며 날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리를 지어 일정한 대열을 이루며, 마치 질서정연한 철새의 무리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들이 밤하늘의 다른 저편으로 사라질 즈음이 되자 나는 그들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였다.
  "저 새들, 겨울 때만 되면 유난히 잘 보이던데."
  아직 가을이 끝나지 않은 탓인지, 별들이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말의 형상을 한 별자리를 이루는 별들과 사람의 형상을 갖춘 별자리를 이루는 별들의 일부를 이루는 별을 비롯한 네 개의 별들이 이루는 네모꼴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그러나, 동쪽 하늘 저편에는 겨울에 보일만한 별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앞으로 별들이 가득히 보일 때가 다가오고 있음을 나에게 분명히 알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별 구경을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 그 밤 중에서만큼은 마음 속에 가득히 자리잡게 되었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