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찬장에서 붉은색 잼이 들어있는 유리병과 함께 숟가락 하나도 함께 꺼내서 식탁에 올려놓았다. 지난 여름에, 겨울철을 대비하면서 만들었던 잼으로서, 여느 때보다 많은 산딸기를 따고, 꿀을 마련해와서 만들었던 것. 가을철에 몇 번 먹고 그 이후부터는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인지, 병 내부의 대부분은 아직도 산딸기로 만든 잼으로 가득히 채워져 있어서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그렇게 그 병과 숟가락을 꺼내고서, 나는 병의 뚜껑을 열고 숟가락으로 몇 번 잼을 퍼서 먹었다. 산딸기 특유의 맛에 꿀의 달콤한 맛이 뒤섞인 듯한 맛이 느껴졌다. 과일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는 없었지만, 잼으로서는 잘 만들어진 것 같았다.
  산딸기를 굉장히 좋아해서, 두 번 다시는 산딸기를 먹지 못하는 지금의 시점에서 산딸기를 먹고 싶었기 때문에 만들었던 잼이었는데, 나름 만족스러워서 다행이라고 혼잣말을 하고서, 앞으로 산딸기를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몇 번 퍼먹는 일을 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 나는 병의 뚜껑을 닫고, 찬장에 그것을 넣어놓은 다음에 숟가락을 주방의 그릇을 씻는 부분에 넣어놓았다. 그리고 잠시 숟가락을 씻은 다음에, 손을 씻는 일을 행하고서 잠시 식탁에 앉아 있으려 하였다.
  그 이후, 나는 현관으로 나아간 다음에 그 앞의 문을 열어 집 밖으로 나섰다. 이제는 저물어가는 태양이 노란빛을 발하며 새파랗기만 한 하늘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고, 그 아래로 펼쳐진 거리에 서 있는 나무들은 노란색을 띠는 나뭇잎들을 거의 떠나보내 거리의 바닥은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겨울이 그리 멀지만은 않음을 알리는 그러한 광경이었다. 바깥이 그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보니, 대기 역시 쌀쌀함을 분명히 전해주고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름 따뜻할 때가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쌀쌀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쓸쓸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일 하나 없고, 특별히 즐거울만한 일도 없는데다가, 무언가 도전할만한 일도 없는 날이라서 그런지, 서쪽 하늘 아래로 지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왠지 모를 우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생명력을 잃은 나뭇잎들이 떨어진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거리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였다.
  그 후,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건너편에 있는 나뭇가지들로 갈색 털을 가진 새들이 날아오더니 나뭇가지에 앉아서 서로 지저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 광경을 보면서 활발한 기운을 느낀 나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다른 행동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새들의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다가, 다시 일어나서 집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면서 "눈이 오려면 멀었나." 라고 혼잣말을 하였다. 눈이 올 때가 되려면 적어도 1 ~ 2 주 정도는 더 기다려야만 한다. 그래도 기대가 된다, 눈이 올 수 있다면 다른 이들과 함께 뛰어놀면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테니까. 지금 같이 나뭇잎들이 떨어지고 쌀쌀해지기만 하는 시기라면 누구라도 나처럼 적막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틀림 없이.
  집으로 돌아가고서 나는 쓸쓸함을 달래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그 후,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날이 어두워지려 할 즈음에 다시 일어났다. 그러다가 문득 무언가 하지 못한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서 그것이 무엇인지를 떠올렸다. 그리고 지난 주에 마련한 장작들의 크기를 맞추는 일을 오늘까지 하겠다는 일정을 잊었음을 알아차리고서, 부리나케 창고로 뛰어갔다. 편안함 속에서 쓸쓸함을 느끼는 일도 분명, 그 일을 마친 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당분간은 쓸쓸하지 않을테니까.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