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얼음 덩어리들이 하늘에서 내리기도 하고, 본격적으로 겨울이 찾아왔다. 비록 그것은 눈이 아니라, 진눈깨비였다지만.
마지막 달 중순에 이르면서 유난히 깨끗하고 미려해지는 하늘 아래로 찬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그 바람과 함께 아침을 맞이하면서, 나는 빗자루로 길바닥에 떨어진 이파리들을 쓸어 마을 바깥으로
내보내는 일을 행하였다. 마을의 크기가 그렇게 작지는 않다보니, 혼자서는 힘든 일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셀레아(Celea) 가 도움을 주어서 큰 어려움 없이 잘 끝날 수 있었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서, 나는 셀레아와 헤어진 다음에 교회의 안으로 들어가서, 그 곳에서 역시 청소 작업을 행하였다. 성스러운 밤이 10 일 정도 남은 시점에서 조금씩 준비를 해야 하기에, 어느 정도
도움이 필요하다는 교회 측의 부탁에 의한 일이었다.
그 일을 마치고, 교회를 나설 무렵, 태양은 이미 남쪽 하늘 높은 곳에 이르는 모습을 보였다. 그 광경을 잠시 바라보고 있으면서 나는 가만히 서 있으려 하였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태양이기는
했지만, 오늘 내 앞에 머무르고 있는 태양은 이전까지의 태양과는 유별나게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어제 잠을 자다가 꿈을 통해 높이 떠오른 태양에서부터 금색을 띠는 축복의 빛이 나의 머리 위로 날아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하늘 높은 곳에 이른 태양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있다보면 행운이 알게 모르게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태양의 모습을 한 동안 바라보게 되었다.
물론, 축복의 빛이 떨어지는 일 같은 것은 없었다. 없을 수밖에 없는 일 아닌가.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집으로 돌아가서 현관문을 열었는데, 현관의 바닥 앞에 붉은색을 띠는 자그마한 무언가가 떨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놀란 나는 곧바로 그 물건을 주워서 무엇인지를 자세히
보려 하였다. 종이 봉투였다. 뒷면의 세모꼴을 갖춘 부분이 붙어 있어서, 그 부분을 떼는 방식으로 열어낼 수 있는 봉투. 주로, 카드를 보낼 때에 쓰일만한 봉투였다. 그 봉투를 보자마자 세모꼴을 갖춘 부분을
떼어내고,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을 꺼내 보았다.
역시나,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겉면이 두꺼운 종이로 이루어져 있는 카드였다. 그 앞면에는 밤하늘 아래에 있는 눈이 싾인 나무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이 그려져 있었으며, 하늘의 모습 한 가운데에는
'좋은 성야가 되기를' 이라고 하얀색을 띠는 글자들이 적혀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내심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내가 살고 있는 곳과 같은 곳에 누가 이렇게 카드를......."
그리고 카드를 펼쳐서 그 안에 무엇이 쓰여져 있는지를 보려 하였다. 한 여인이 성야를 맞이하는 사랑하는 남자에게 보내기 위한 문구가 적혀 있는데, 그 아래에는 카드를 보낸 이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리아나(Liana) 였다. 그 이름을 접하자마자, 나는 잠시 웃으면서 다시 카드를 닫았다. 그리고 성야가 기대된다는 말을 하고서, 카드를 봉투 안에 넣어놓고, 현관 근처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집의
바깥으로 나아가서, 도구를 파는 가게를 향해 나아가서, 그 곳에서 봉투로 쓸 종이와 카드로 쓸 두꺼운 종이를 한 장씩 마련하여,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가서 책상에 앉은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 나는 카드를 완성해서 리아나의 집을 향해 출발하였다, 리아나는 마을 밖으로 나가서 나뭇가지를 자르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
카드를 보낼 좋은 때라고 생각하면서. 나름 정성을 들여서 만든 카드. 겉면의 앞쪽에 밤하늘 아래에 눈이 내리고 눈사람이 만들어져 있으며, 눈사람 위에 붉은 모자가 씌워진 그림이 그려진 카드. 그 안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를 적어놓고 있었다.
---- 항상 순수하게 살아온 리아나에게 성야의 축복이, 그리고 새해를 맞이하는 리아나에게 천사의 축복이 가득하길. ~ 피레니아. ----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