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맞이하면서 수없이 많은 별들이 떠올랐다. 차가운 하늘에 가득히 모인 작은 빛들. 세니티아에 사는 이들은 겨울을 두고, 별의 계절이라 칭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그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길을 돌아다닌 때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 주 전, 같은 곳을 돌아다니다가, 마을의 서쪽 한 곳에 위치한 세 개의 그네 중 왼쪽에 있는 것에 여태껏 보지 못한 이가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다.
  난생 처음 보는 옷차림. 그래도 일단은 다른 곳에 온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색의 유난히 긴 머리카락과 검은색을 띠는 맑은 눈동자를 가진 이로서, 분홍색을 띠며 소매가 길고 폭이 좁은 블라우스와 하얀색을 띠는 긴 치마를 입고 있었으며, 블라우스 위에는 털로 만들어진 얇은 옷으로서, 하얀색을 띠며 블라우스처럼 소매가 길고 폭이 좁은 겉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그네를 약하게 흔들고 있으면서 시선을 앞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차분해 보이면서도, 무언가를 그리워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일단 그를 향해 다가가서 그의 곁에 위치한 그네에 앉았다. 그리고 그네의 줄들을 손으로 잡으면서 그에 관해 물음을 건네 보려 하였지만, 생각 외로 그 일이 잘 되지는 않았다. 뜬금 없이 어디에서 왔는지부터 물어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대신, 인사를 하고서, 못 보던 아이라는 말을 건네기만 할 따름이었다. 그 이후, 나는 그로부터 좋은 밤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고, 이에 나는 환하게 미소를 띠면서 "그렇지." 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나는 그에게 조심스럽게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해 물었지만, 그 대답은 뜻밖이었다. 자신도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당혹스러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에 "그렇구나." 라는 말을 건넨 다음에 내가 살고 있는 곳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 이야기를 신기하다는 듯이 듣고 있던 아이. 그 아이는 내가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왠지 살고 싶은 곳 같다고 나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나는 왼손을 머리 위에 올린 채, 밝은 목소리를 내면서 말하였다.
  "정말 살기 좋은 곳이야. 보통 사람들과 전혀 다른 모양새를 가진 이들이 살고 있다지만, 그들 역시 마음씨가 좋기 때문에, 너 같은 이들은 잘 살 수 있게 해 줄 거야."
  "그래?" 그 말을 듣자마자, 그 아이는 환하게 미소를 띠면서 물었고, 이에 나는 "그럼!" 이라고 답하였다. 그 이후, 나는 집으로 가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을 자야 할 것 같아서 먼저 가야 하겠음을 밝히고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 일주일 동안 밤이 되면 그 곳으로 나아갔고, 언제나 그네에 앉아있는 소녀와 함께 잠시 동안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마을에서 주로 일어나는 일과 내가 하는 일에 관한 이야기를 그에게 해 주었고, 그 이야기를 소녀는 흥미롭게 들어 주었다. 그러다가, 20 일 밤이 되었을 때가 되자 소녀가 나에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여태껏 들어보지 못한 여러 이야기가 그에게서 나왔다. 별들의 움직이면서 시기마다 다른 하늘 아래를 바라본다는 이야기와 세상을 떠난 이들이 하늘로 올라서, 변화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하늘로 오른 이들이 때로, 옛날의 광경을 추억하면서 변화한 세상으로 내려오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그것들이었다. 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무척 신기한 이야기인 듯이 들어주었던 소녀. 그러한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가 나와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소녀는 나의 양 어깨에 돋아난 두 쌍의 날개를 보면서,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날개를 가진 이들이라면, 자신이 머무르는 곳에 이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건네고서, 언젠가 때가 되면 자신이 있는 곳으로 와 달라는 부탁의 말을 건넨 다음에, 곧바로 자신과 함께 있어주어서 고마웠다는 말을 건네고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마을의 북쪽 거리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네에 타고 있을 때에는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녀였지만, 마을을 떠나는 동안에는 무슨 이유가 있는지, 무언가 깊이 슬퍼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잠시 보이고 있었다. 그러한 모습을 잠시 보이고서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 채,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그 때, 내가 그러한 그의 왼편 곁으로 다가가서 그의 이름을 물었다. 이름이라도 알아야 다시 만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의한 일이었다. 그 이후, 나는 떠나가는 그로부터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지나(Gina)', 그것이 그가 가진 이름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고서, 소녀는 언젠가 다시 만나도록 하자는 말과 함께 마을을 떠나갔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그 모습을 감추었다. 나중에 그가 떠나간 곳을 따라 나아가 보았지만, 지나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 이후, 나는 지나라는 소녀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밤에 그 그네가 있는 곳에 가 있다 보면, 그 때 만난 지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오늘 그네에 앉아 있으면서도, 나는 지나의 밝게 미소를 짓는 모습을 떠올렸다. 이 세상의 일에 관해 전혀 몰랐지만, 하늘과 별들에 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소녀. 그 소녀는 어디에서 이 곳으로 찾아온 이였을까? 정말 하늘로 날아오르면 그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는 사실....... 하지만 함부로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지상의 일에 관해 잘 몰랐던 지나처럼, 하늘 높은 곳의 일은 잘 모르기 때문에.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