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이렇게 아프니, 어떻게 해?"
  나를 내려다보는 에샨(Eshan) 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무척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는 한 낮에 이르렀을 때에도 추위 때문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잠시 이마에 왼손을 얹어 봤다. 조금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 일어난 그 이상한 일은 정말 예상하지 못한 사이에 일어났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새해 맞이를 위해 추운 날에 밤을 샜다가 돌아왔을 무렵부터 머리가 조금 어지럽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니, 한 번씩 기침과 재채기를 하는 일까지 발생해서 결국 나는 3 일 무렵에 일찍 잠을 청했다. 그러는 도중에, 잠자리 주변이 덥다는 느낌이 들었고, 결국 나는 창문을 약간 열어놓은 다음에 잠자리에 들어갔었다.
  그 이후, 나는 일찍 일어났지만, 머리가 어질어질하다는 느낌 때문에 제대로 일어날 수 없었고, 결국 다시 누워 버린 채, 태양이 높은 곳에 이를 때까지 그 곳에 있었다. 에샨은 그 때부터 의자를 마련해서 내 곁에 계속 앉아있었던 것 같다.
  한참을 누워있다가 마침내 다시 일어나서 책상을 향해 걸어간 다음에 그 책상에 앉았다. 그 때, 에샨이 방의 바깥으로 나아가더니, 좋은 것을 마련해 오겠다는 말을 하였다. 그렇게 에샨이 떠나간 후, 나는 창가를 바라보고 있으면서 그 너머로 펼쳐진 푸른 하늘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려 하였다. 그러다가 먼 곳으로 떠나가는 두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몇 년 전에 대륙 서쪽에 위치한 성지 순례를 위한 여행을 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그 때처럼, 먼 곳으로 가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 이후, 에샨이 하나의 큰 접시를 두 손으로 들고 있는 채, 방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내 곁에 이르고서 접시를 내 앞에 올려놓은 다음에 한 개씩 시간 날 때마다 먹도록 하라는 말을 건네었다. 접시 위에 올려진 것은 세 개의 오렌지. 이 곳에서는 결코 구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것들이 내 앞에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놀란 내가 에샨에게 어디에서 오렌지들을 구했느냐고 묻자, 그는 그 물음에 곧바로 며칠 전에 남쪽의 한 마을로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상인으로부터 마련한 것임을 밝히고서, 병에 큰 도움이 될 것임을 알렸다.
  그 말을 듣고서, 나는 고맙다는 말을 건넨 다음에 오렌지의 껍질을 벗기면서 이전에 창가를 통해 아이들이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았다는 말을 건네고서, 에샨에게 말하였다.
  "에샨, 나중에 한 번이라도 여행을 떠나도록 하자. 함께 먼 곳으로 나아간 일도 이제 오래 전의 일이지?"
  그러자 에샨이 당황하면서 갑자기 그 말을 왜 건네는지에 대해 물었고, 이에 나는 문득 겨울에 갈 만한 곳이 떠올랐었다는 말을 대답으로써 건네었다. 그러자 에샨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 곳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떠날 때에 알도록 할 것임을 알리고서, 병이 나으면 반드시 떠나자고 말하였다.
  "그래, 반드시 그렇게 하는 거야." 그 말을 듣고서 나는 밝게 미소를 지으며, 에샨에게 그렇게 말하였다. 그 이후, 에샨은 잘 쉬도록 하라는 말을 건넨 다음에 다시 방을 나섰다. 그 이후, 잠시 머리 상태가 괜찮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곧 그러한 나에게서 세 차례 연속으로 재채기가 나왔다. 그리고 머리에 다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나는 다소 약해진 목소리를 내며,
  "이전까지는 분명 괜찮았었는데......."
  라고 말하였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