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싾인 길을 걸어가다가 우연히 핏자국을 발견하였다가 그 핏자국을 따라 걸으면서 상처 입은 늑대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워낙 극심하게 상처를 입은지라 안 되겠다 싶어서 상처를 치료하고
보살피기까지 한 다음에 보내주었는데,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곳은 그러한 늑대가 있던 곳이었다.
그 때처럼 이 길 역시 눈이 싾여 있다. 그래서인지 그 때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 늑대는 잘 있을는지....... 분명 위험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상처를 입은 이상,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받고
싶어하였을 터. 그 때만큼은 위험한 존재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혹시라도 나의 모습을 알아보고 다시 만난다면 분명 나를 반겨줄 것임이 틀림 없다. 물론, 나의 모습을 잊어버렸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겠지만서도.
그 눈길을 지나가다가 우연찮게 한 빛나는 물체가 눈 위에 놓여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놀라면서 나는 그 물체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눈길의 오른편 한 구석에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손바닥 크기만한 꽃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수정 꽃을 발견하자마자 나는 그 꽃을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들어 올리고서 누가 이 꽃을 길에 버렸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일단 수정 꽃을 집으로 가져가기로 마음을 먹고 집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이후, 나는 수정 꽃을 책상 위에 올려놓은 다음에 그 수정 꽃의 모습을 종이에 그리고, 그 수정 꽃을 잃어버린 사람을 마을을 돌아다니며 찾으려 하였지만, 돌아오는 것은 마을의 그 어디에도 수정 꽃의
주인인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일 따름이었다. 어쩌다가 그 수정 꽃이 본래는 내 것인데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당혹스러운 말을 듣기도 하였다. 그렇게 주인을 찾는 일에 실패하고서 다시 집으로
돌아갔을 때, 나는 누구인지 몰라도 한 아름다운 여인이 내 집 안에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파란색의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으며, 하얀색의 소매가 좁고 길며, 치마 부분의 폭이 좁고 그 길이는 발까지 내려갈 정도로 긴 하얀 드레스 차림을 한 여인은 나의 모습을 보더니 환하게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이고서, "실례했습니다." 라는 한 마디 말만 남긴 채, 집을 떠났다. "누구야, 저 사람?" 그 모습을 보고 잠시 당황하고서 그렇게 혼잣말을 한 이후에 나는 책상의 수정 꽃이 위치하고 있는 곳으로 나아간
후에 그 수정 꽃 옆에 하나의 편지가 놓여져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편지를 보자마자 나는 그것을 펼치고 그 종이 위에 쓰여진 글자를 차근차근히 읽어 나아갔다.
지난 은혜에 대해서는 깊이 감사 드립니다.
아무도 받아주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삶을 포기하려 하였었지만,
당신의 자상함에 결국 저는 다시 한 번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지요.
그래서 어디에서 살고 계신지 알 수 없는 당신을 위해 이렇게 꽃을 보내 드립니다.
보잘 것 없지만 저의 정성이라 생각하시고, 잘 간직해 주세요.
반드시 당신께 축복의 산물이 되어줄 것입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 때가 되면 서로 웃을 수 있기를.......
"어라? 내가 언제 저런 여자를 도와준 적이 있었던가?"
그 이후, 나는 다시 길을 떠나 여행을 행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늑대를 도와주었던 그 길목에 이르렀을 무렵, 한 마리 늑대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다, 이전에 심하게
상처를 입고 죽어가다가 나에게 도움을 받았던 그 늑대였다.
The End
Jrasa - 어린 누이.
Adataia - 단단하고 뜻이 깊은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