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날씨가 춥다.
  이제 2 월도 끝이라고 하지만, 바깥 바람은 여전히 드세고, 차갑다. 이는 아직 겨울의 기운이 하늘을 떠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겠지.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마을 인근의 풀밭에 남은 이파리들은 초록색을 띠는 모습으로 바꾸고 풀밭의 한 곳에 머무르고 있는 꽃나무에는 자그마하게 꽃송이가 피어나고 있었다.
  "역시 봄이 다가오려 하고 있는 것일까."
  그 모습을 보며 그렇게 혼잣말을 한 이후에 잠시 풀밭을 거닐며 하늘의 모습을 가만히 보려 하였다. 무언가라도 내릴 듯한 하얀 구름이 드리워진 하늘 위로 바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는 산비둘기 한 마리가 하늘의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 광경을 한 동안 가만히 지켜보고 있기만 하다가 조용히 자리에 앉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려 하였다. 가까운 앞에 보이는 절벽과 그 너머에 보이는 수많은 산들.
  그 광경을 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향해 보았다. 그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집들. 그 집들을 바라보다가 미소를 띠면서,
  "저 곳에 있는 이들도 봄이 찾아오고 있음을 알고 있을까."
  라고 말을 건네었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왼편으로 돌아서서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풀밭이 드넓게 펼쳐진 곳에 이르렀을 무렵, 밀짚모자를 써서 얼굴을 가리고 회색을 띠는 넓은 소매를 가진 상의와 헐렁한 바지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한 채, 낡은 신발을 신고 있는 키 작은 이가 손으로 나무로 만들어진 지팡이를 짚는 채, 풀밭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의 모습을 보더니 나를 향해 다가오면서 물었다.
  "실례지만, 조금이라도 먹을 것을 가지고 있소이까?"
  차분했지만, 그 심정은 꽤 다급해 보였다.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사람인 것 같기도 했다. 때마침 나의 치마 왼쪽 주머니에는 나의 주먹 크기만한 빵 조각이 들어 있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먹을 것이라면 그것 뿐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주머니에서 빵 조각을 꺼내 두 손으로 그에게 건네었다. 그러자 그는 "고맙소." 라고 말하고서 두 손으로 빵 조각을 받은 다음에 빵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세 다 먹은 후에 그는 나의 모습을 보더니 어느 마을에 살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자신의 뒤쪽 인근에 마을이 하나 있는데, 그 곳에서 살고 있다고 말하였다. 그 이후, 그가 이름을 묻자, 나는 나의 이름만 밝혔다. 이에 그는 고맙다고 말하고서 이번의 은혜는 반드시 갚도록 하겠다고 말한 다음에 나를 지나쳐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그러자 나는 그러한 그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그가 나의 눈앞에서 모습을 감출 때가 되자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그리고서,
  "누구일까, 저 사람. 옷차림을 보아하니, 옛적 사람 같기도 하고......."
  라고 혼잣말을 했다가 조용히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발걸음이 유난히 가벼워졌다. 이전에 도움을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일단 착한 일을 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발걸음이 가벼워지면서 무슨 일을 해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의 마음이란 그러한 것일까. 이를 통해 본래 빛이 있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역시 밝은 일을 하며 살아가야 좋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의미 없이 나쁜 일을 하는 일만큼 괴로운 일이란 세상에는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다가 이전에 보았던 이와 비슷하게 생긴 산비둘기 한 마리가 나의 근처로 날아왔다. 그리고 나의 주변을 맴돌다가 잠시 나의 어깨 위에 앉은 다음에 다시 나의 앞으로 펼쳐져 있는 하늘의 저편으로 날아가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한 새의 모습을 보면서 이상한 새 같다고 잠시 생각을 한 이후에 곧바로 발걸음을 옮기어 앞으로 나아갔다.
  그 이후, 나는 꽃나무들이 모인 곳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 곳에서 한 동안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시간을 보냈다가 풀밭에 누웠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나의 잠을 깨우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고, 그 이후에 눈을 떠서 나의 눈앞에 파란색을 띠는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으며, 소매와 어깨 부분이 없는 하얀 상의와 다리가 전부 드러나는 하얀색의 짧은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한 빛의 요정이 머무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빛의 요정은 내가 눈을 뜨는 모습을 보더니,
  "이제 일어나셨나요? 어서 집으로 가 보세요! 무언가 이상한 것이 집으로 왔어요!"
  "뭐?"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놀라면서 일어났다. 그리고 알았다는 답을 한 다음에 급히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잠시 하늘의 모습을 바라보며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를 알아내려 하였다. 이미 태양은 서쪽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고서, 나는 집의 거실에 위치한 식탁 한 가운데에 한 장의 나무판이 놓여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나무판을 보자마자 나는 요정이 언급한 이상한 것이란 식탁에 놓여진 나무판인가, 라고 혼잣말을 한 다음에 나무판을 두 손으로 든 다음에 뒤집어 보았다. 나무판에는 내가 알아볼 수 있는 글자로 몇 마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지난 은혜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하오. 무언가 선물을 보내드리고 싶지만, 아무것도 가진게 없어 이것만 남겨 미안하오. 저는 산비둘기 한 마리를 찾고 있소. 그 비둘기는 나의 소중한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오. 하지만 그것을 지금도 찾지 못해 괴로워하다가 배고픔에 시달린 끝에 당신께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소이다. 아무튼 도와준 일은 고맙고, 그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나이다."
  그 모습을 잠깐 본 이후, 나는 식탁에 나무판을 내려놓았다. 그러다가 이전에 산비둘기를 본 기억을 떠올리면서 말하였다.
  "그 비둘기는 이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었어. 혹시 그 비둘기가 아닐까?"
  그리고서 나의 이웃집에 사는 이에게 한 사람이 마을로 들어오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느냐고 물었고, 이에 그로부터 그렇다는 답을 들은 다음에 나무판을 들고 있던 이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더니 나의 이름을 언급하고서 내 집이 어디냐고 자신에게 묻기도 했었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그는 나의 집으로 들어간 이후에 곧바로 집을 나서고서 마을을 떠났는데, 그 손에 나무판이 없어져 있었다는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그 말을 듣고서 나는 그에게 말하였다.
  "그가 찾고 있던 것을 내가 본 적이 있었는데......."
  이에 그는 "그래?" 라고 나에게 물었다.

  그 이후, 나는 산비둘기를 찾는다는 사람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산비둘기는 가끔씩 마을이나 마을 인근의 산길에 나타나 하늘을 맴돌다가 사라지고는 한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