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하얀 모자까지 준비해 놓았다지만 여전히 날씨는 춥다.
  날씨가 춥기보다는 바람이 강하다고 보는 편이 나을까. 냉혹한 바람이 강한 기세를 일으키며 온기를 되찾으려 하는 대지를 식힌다. 그래서일까, 아직도 나무에서는 꽃눈의 껍질이 벗겨지지 않고 있으며 풀들은 온전히 초록색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았음을 그들은 모르기 때문일까.
  그러한 날씨를 맞이하면서 마을의 바깥으로 나아갔다. 여전히 나뭇가지들은 겨울을 느끼고 있었으나, 얼어붙었던 계곡의 물은 이제 거의 녹아 투명한 물이 계곡을 따라 물살을 이루며 흘러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보고 있다가 시냇물의 근처로 다가가서 흘러가는 물에 잠시 왼손을 담갔다. 흐르는 물의 차가움이 그대로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 시냇물도 조금씩 따뜻해져서 겨울의 냉혹함을 잊을 때가 오겠지.
  손을 들어 시냇물에서 손을 빼낸 후, 나는 잠시 시냇가에 앉아 있으면서 주변의 광경을 둘러보려 하였다. 그러다가 바위에 피어있는 민들레 하나가 노란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겨울에는 꽃을 피우지 않는 민들레인지라 그 모습을 보면서 봄을 느끼고 있는 이들도 세상에는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 이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근처에 있는 산길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그 때 마침 강한 바람이 한 줄기 불어 나를 스쳐 지나갔다. 그 바람을 맞자마자 유난히 강하고 차가웠던 바람의 흐름을 떠올리면서 그 바람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하늘에서 불어온 것임이 확실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나는 하늘의 나의 바로 앞에 드러난 곳에 무언가의 형상을 띠는 구름 하나가 자리잡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마치 여인의 모습과도 같은 형상을 이루고 있는 구름. 그 구름은 마치 세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나의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그 구름이 바람의 근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면서 바람이 그칠 무렵, 구름에 시선을 두는 채,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말하였다.
  "그래, 정말 겨울이 끝나는 때가 오기는 하는가 봐."
  그리고 아직 차가운 공기를 느끼면서 하늘의 저편으로 떠나가는 구름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앞으로 시선을 향한 다음에 산길을 계속 걸으면서 말하였다.
  "겨울의 혼도 환하게 웃으면서 떠나고 싶었을 거야. 아이들이 추위 속에서도 즐겁게 밖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즐거웠기에. 그들 중에는 나도 있었지, 지난 달에 눈이 많이 내렸을 때, 마을에 사는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눈싸움을 하루 종일 즐겁게 했었으니까."
  그러면서 생각했다. 그렇게 떠나가는 겨울의 혼을 환한 미소로 떠나보내면서 서서히 다가올 봄을 즐거운 기분으로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그러면서 나는 밝게 미소를 지으면서 산길 주변의 나무들을 잠시 둘러보는 일을 행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안 될지는 몰라도, 언젠가 공기가 서서히 온화해지면서 새로운 생명이 깨어나는 모습을 조금씩이나마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서 곧, 집에 준비해 둔 모자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그 모자를 쓰고 밖에 나가볼 준비를 해야 하겠다고 혼잣말을 하였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 나는 산길 오른편의 한 나무 근처를 지나다가 그 나무의 이파리 아래에서 옹기종기 모여있는 무당벌레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모습을 잠깐 본 이후, 나무를 지나쳐 가면서 혼잣말을 하였다.
  "내가 살고 있는 집 근처에도 저런 무당벌레들이 모여있으면서 추위를 견디고 있었지, 이제 며칠 더 보내고 나면 그들에게도 봄이 왔음을 알려야 하겠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