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봄이 찾아왔다. 햇살이 환하게 비추어지고, 온기가 온 대지에 만연히 전해지는 나날이 이어지기 시작하였다.
  간만에 돗자리를 하나 들고 밖으로 나가, 풀밭의 큰 나무 근처에 돗자리를 깔고, 준비한 도시락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내가 이전부터 준비해 놓았던 샌드위치와 치즈 조각을 하나씩 집어 먹으면서 주변의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려 하였다. 맑은 색을 띠는 하늘과 그 위를 지나가는 여러 구름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서늘한 봄 바람이 나무를 지나치면서 나뭇가지를 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가지에서는 잎이 겨우 돋아나고 있었기에, 잎이 흔들리는 광경은 당연히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식사를 마치고서, 나는 미리 준비한 붉은 종이를 나무에 붙여서 표시를 해 놓았다. 혹시나 있을 자리를 비울 일에 대한 대비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다가, 태양이 중천에 이르렀을 때가 되자 나의 앞으로 한 마리의 하얀색을 띠는 나비가 날아오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렸을 적, 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기 시작하였다. 어렸을 적, 나비들을 쫓으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모습. 그 모습을 떠올리면서 나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그래, 그런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지."
  그러는 동안 나비는 나의 주변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날개짓을 하면서 나의 머리 주변을 이리저리 돌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왠지 모르게 나비를 잡기에 좋은 때가 나에게 찾아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후, 나는 나비가 나의 얼굴 앞에 이를 때를 노려 두 손으로 나비를 사로잡으려 하였다. 하지만 나비는 그 모습을 보며 겁을 먹었는지 나의 바로 앞으로 도망치려 하였다. 이에 나는 나비를 잡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이미 멀리 나아가고 있는 나비를 뒤쫓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나는 한참 동안 두 손을 앞으로 향하면서 나비를 뒤쫓았고, 결국 나비를 따라잡았지만 내가 나비를 두 손으로 잡기 위해 앞으로 뛰어드는 순간, 나비는 이미 하늘 높이 날아가 결국 잡지 못하고 나만 넘어지는 결과가 나타나고 말았다.
  그 일이 있은 직후, 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돗자리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 때, 돗자리에 한 사람이 앉아있는 광경을 보려 하였다. 그는 다름 아닌 나의 친구인 아샨(Aschan)이었다. 그는 내가 자신의 곁에 이르자마자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지금까지의 광경을 잘 지켜보았다는 말을 건네고서, 그 때나 지금이나 나비 하나를 잡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순수한 모습은 여전하구나, 라고 나에게 말하였다. 이에 나는 당황하면서 무슨 의미냐고 물었다. 이에 아샨은 나에게,
  "어렸을 때의 그 마음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좋게 보였다는 거야."
  라고 답하였다. 그 이후, 아샨은 나에게 어렸을 때와 같이 순수한 마음씨를 가지며 언제나처럼 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라고 나에게 말하였고, 이에 그의 곁에 앉으면서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그래." 라고 화답하고서 세상의 모든 이들이 그렇게 살아간다면 세상은 보다 더 아름다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에 아샨은 공감을 한다는 듯이 "그러할 거야." 라고 나에게 말하였다.
  그 이후, 아샨은 나뭇가지의 곳곳에 노란 꽃 봉오리들이 피어났는데, 함께 보러 가지 않을 것이냐고 나에게 물었다. 이에 나는 좋다고 답하고서, 도시락을 정리하고, 그것을 돗자리 옆에 올려놓은 후에 두 사람이 일어나자마자 돗자리를 말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돗자리와 도시락을 한 손에 하나씩 들고, 아샨과 함께 아샨이 가리키고 있는 꽃나무들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