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비가 오는 날이었다.
  거세게 내리는 비가 그칠 때가 찾아오지 않는 듯이 비는 계속 내렸고, 그러한 때에 나는 하필이면 집에서 멀리 떨어진 풀밭에 가 있었던 탓에 숨지도 못한 채, 그저 비를 맞으며 숨을 곳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녀야 했다. 하지만 드넓은 풀밭에 숨을 곳은 없었고, 그래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비만 계속 맞는 상황만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서쪽 방향으로 나아갔다가 산들로 둘러싸인 길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곳에서 돌로 만들어진 벽 한 가운데에 붙은 나무판자를 발견하고 그 아래에 숨어 비를 피할 수 있었다.
  나무판자는 내 허리 높이보다 약간 높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어서 웅크리고 앉아야 나무판자 밑으로 들어갈 수 있었으나, 그렇게라도 하고나니 비는 맞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웅크리고 앉아 있어야만 비를 온전히 피할 수 있었기에 나는 일단 잠시 머무르고 있으면서 쉬고 있다가 다른 곳을 찾아보도록 해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서 그 곳에 앉아 있으려 하였다. 그러다가 충분히 쉬었고, 옷 역시 약간은 말랐다고 생각될 때가 되자 나무판자 밑에서 벗어나 비를 맞으면서 다른 곳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산길 도중에 굴이 뚫려있는 모습을 보고 굴 안으로 들어갔다. 높이가 나의 키보다 작아 머리를 숙이면서 들어가야 했지만,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동굴 안으로 들어선 후, 나는 그 작은 굴의 끝에 이르고서 그 곳의 차가운 돌로 이루어진 바닥에 누웠다. 물기에 적셔진 상태에 돌의 냉기까지 다가오니 추위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이대로 추위에 의해 죽게 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그 곳에 계속 머무르려 하였다. 그러면서 잠은 자지 않으려 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잠이 오지 않았다. 이대로 잠들면 세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계속 누워있는 채, 시간을 보냈다. 누워있는 동안, 나는 어두운 굴 속에 머무르고 있었기에 시간이 얼마나 지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지금 하늘은 어떠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가 알고 싶은 탓에 밖으로 나가보려 하였다. 그러다가 굴 밖에 이르는 순간, 숱한 빗방울이 머리에 떨어지는 순간이 나에게로 찾아왔다. 날은 이미 저물어가고 있었고, 하늘은 노란빛으로 물들어가는 채 어두워지고 있었으며, 거센 바람이 물방울들이 떨어지는 하늘 위로 불고 있었다.
  "아직도 비가 오고 있구나, 아침부터 오기 시작한 비인데, 아직도 내리고 있다니."
  그렇게 내리는 비를 피해 다시 굴 안으로 들어서려 하면서 나는 우울해진 표정을 짓고서 그렇게 혼잣말을 하였다. 오후가 밤이 되면 비가 그칠 줄 알고 있었기에, 그러한 나의 기대를 하늘이 저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우울해지고 만 것이었다. 그러면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굴 안으로 들어갔다가 돌로 이루어진 바닥에 누웠다. 그리고 그대로 굴 안에서 잠이 들었고, 한 동안 그 굴 안에 잠든 채 머물렀다.
  그리고 아침이 밝았다. 태양의 빛이 다가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날이 밝았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면서 다시 굴 밖으로 나왔으나, 하늘의 색은 여전히 어두웠고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결국 나는 굴 입구에 앉아서 비가 그칠 때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비가 내린 이후에 눈앞에 펼쳐질 광경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오랫동안 구름이 머무르고 있던 하늘에서 구름이 떠나고 나면, 그 하늘의 모습은 본연의 깨끗한 모습을 되찾아 아름답게 보일 것이라고.
  이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세차게 비가 한 동안 내리고 나면, 하늘은 이전에 비해 깨끗해진다는 이야기. 하늘을 떠돌고 있던 먼지나 더러운 기운들이 비가 내리면서 전부 비와 함께 하늘을 떠나 그 더러운 기운이나 먼지가 사라진 하늘이 본연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면서 비가 하루 종일 오고, 또 오고 있으니, 하늘을 떠도는 더러운 기운은 이미 비에 실려 전부 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고서, 그 이야기대로 비가 그치면 하늘은 본래의 선명한 푸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생각을 이어서 하였다.
  그러한 생각을 하고 나니 돌아갈 때의 풍경을 보면서 기분이 굉장히 좋아지리라고 생각도 하였으나, 언제 비가 그칠지 모르는 일이었으므로 일단은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오후가 시작될 무렵, 빗방울이 점차 약해지더니, 하늘에서 물방울이 내려오지 않게 되었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