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기회를 얻어, 먼 곳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로 나아갔다. 간만에 보는 도시의 모습이라서 그런지, 비행선을 타고 있으면서 마음은 한껏 들떠 있었다. 그러다가 식사를 했기 때문인지, 잠시 졸기도
했었는데, 그러다가 도시에 위치하고 있는 비행 선착장에서 내리는 기회를 놓칠 뻔하기도 하였으나, 다행스럽게도 기회를 놓치기 전에 잠에서 깨어 부랴부랴 내릴 준비를 하였기에 무사히 선착장에 내릴 수
있었다. 일단 결과는 좋게 끝나기는 했는데, 정말 하마트면 큰일날 뻔했다.
시가지에 이른 후, 나는 일단 시가지의 중심지를 목표로 걸어가는 일을 행하였다. 중심지까지 길은 하나로 이어져 있어서 가는 일 자체에는 어려움은 없었으나, 생각 외로 도시의 규모가 커 중심지까지의
길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던 탓에 걸어가면서 발이 아프기도 하였다.
언제나 그러하지만, 겨울을 맞이하는 도시의 거리에는 사람이 없다. 눈으로 덮인 길과 건물들의 모습만 보일 따름이다. 전부 어디로 갔을까. 집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체로 타 차원의
세계로 전송되어 버린 것일까. 다른 곳의 마을들은 규모는 작아도 집 안이든 밖이든 사람들이 사는 흔적이 분명하게 보이는데, 이 도시에는 그러한 것을 찾을 수 없어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제대로 알 수
있는 도리가 없다. 다만, 도시의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다는 추측만 접할 수 있을 따름이다.
한참 걸어간 끝에 도시의 중심가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중심가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하얀색을 띠는 외벽을 드러내고 있는 교회의 모습을 보고, 그 교회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었다. 그 곳에 있는
이라면 도시에 오랫동안 머무르고 있었기에, 도시에 사람이 없어진 이유에 관해 나름대로 알고 있는 바가 있으리라는 생각에 의한 일이었다. 철창과 이들을 잇는 금속 봉으로 이루어진 문이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으나, 날개를 가진 나를 막지는 못하였다.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라 문의 너머에서 착지하였다. 그 후, 나는 교회의 예배당 정문으로 발걸음을 옮기어 그 문을 열고 문 너머로 들어섰다.
과연 나의 예상대로, 그 교회의 예배당 한 가운데에는 검은 옷차림을 하고 있으며, 머리카락이 하얗게 샌 늙은 신부 한 명이 서 있었다. 그러다가 나의 모습을 보고 놀라면서 어떻게 찾아왔느냐고 물음을
건네었고, 그 물음에 나는 도시에 사람이 없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그 물음에 답하는 것으로써, 내가 교회를 찾은 목적을 밝혔다. 그러자 신부는 환하게 웃으면서 그 일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는 못하니, 다른 곳으로 가 보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내가 물었다.
"정말 모르시는 거예요, 신부가 되신 이후부터 줄곧 이 도시에서 살고 계셨을 텐데?"
그렇게 생각해 볼 법도 했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의 교회는 신부가 한 번 부임을 하면, 한 평생 동안 그 곳에서 살게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도시의 교회에 살고 있는 신부가 도시에 대해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도 그러한 사실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러자 신부는 줄곧 도시에서 살아왔지만, 도시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하였다. 그 후, 나는 그
신부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죄송하다고 말하고서 교회의 예배당을 나섰다. 그 이후,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나는 결국 도시의 비밀에 관해 알아내지는 못하였다.
결국 사람이 없는 도시의 비밀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나는 상자처럼 생긴 탑 모양 도시 양옆의 건물들 사이를 지나는 냉혹한 천사의 긴 머리카락과도 같은 세찬 바람을 맞으며 계속 길을 걸어갔다.
그러다가 마침내 거리의 중심에 이르렀다. 눈으로 덮인 상자처럼 생긴 거대한 탑들이 모여있는 거리의 중심가. 가장 번영해야 할 곳이지만 그 곳은 다른 거리의 구역들처럼 고요하기만 할 따름, 번영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래도 그러한 도시가 가질 수 있는 좋은 점은 분명히 있었다. 한 사람조차 거의 볼 수 없는 곳이기에 혼자 사색하거나 누군가의 방해를 받지 않고 밖에서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몇 명이
모여서 자유롭게 놀기에도 좋은 곳 같아 보였는데, 실제로 길 위에 싾인 눈을 가지고 누군가가 만들었을 눈사람이 거리의 곳곳에 놓여져 있었다. 도시에 놀러온 이들이 도시의 거리에서 뛰어놀다가 만든
물건이겠지.
실제로 나 역시 순수한 눈으로 덮인 하얀 거리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새파란 하늘 아래로 펼쳐진 깨끗한 세상 속에서 잠시 어렸을 때의 기억을 비롯한 여러가지를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마침내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이 되자 선착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한참 시간이 지났을 무렵, 나는 마침 선착장에 도착한 비행선을 타고 마을과 가까운 선착장을 향해 나아갔다.
그러면서 다음에 갈 때에는 마을에 사는 몇 명의 아이들도 함께 데리고 가도록 해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The End
Mitrea - 중도를 지키는 자
Edinul - 어둠을 피하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