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슈니히데라는 곳에 잠시 다녀갔다.
  항시 눈으로 덮여있던 그 곳도 이제는 빠르게 겨울의 흔적을 벗고,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눈은 없어져가고 있었으며, 적막한 거리 위로 여러 새싹이 피어나 가슈니히데에서 시작될 초록색 나날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그 도시의 중앙 거리를 지날 무렵, 나는 곳곳에 갈라진 흔적이 남아있는 한 건물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층 수만 해도 30 층 즈음 되어 보이며 단순하게 육면체 상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높은 탑으로서 지어진지도 이제는 상당히 오래되었을 건물. 그 건물의 입구에서 날개를 펼치고 옥상으로 날아 올라가 옥상의 한 곳에서 착지를 한 다음에 그 곳의 난간에 이르렀다. 난간 근처에서 시가지와 하늘의 모습을 보기 위한 일이었다.
  우선 시선을 아래로 향하여 봄을 맞이한 시가지의 모습을 보기 시작하였다. 높은 곳에서 주변 일대를 내려다보는 일은 자주 행하였지만, 이렇게 마을이나 도시의 건물 옥상에서 시가지의 모습을 내려다보는 일은 정말 처음으로 하는 일이었다. 그러한 탓인지 건물 아래로 자그마하게 보이는 여러 건물들의 모습이 신기하게 보였다. 그러한 느낌을 가지면서 나는 한참 동안 시가지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려 하였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시선을 위로 향하여 하늘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 어떠한 더러운 것도 섞이지 않은 하늘이 유난히 깨끗하고 선명한 색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천사의 옷처럼 새하얀 구름들이 하늘 위에 조용히 머무르고 있었다. 태고 시대 문명의 소산에서 이런 광경을 보게 되다니, 참 이상하고도 흥미로운 일이라 여기어질 수 있을만 했다. 그런데 하늘의 모습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그 건물의 근방에 위치하고 있는 그 건물보다 더 높은 건물들의 모습이 하늘의 모습을 가리기도 하였다. 그 모습을 보는 일은 별로 기분 좋은 일이 결코 아니었다.
  그 이후, 나는 날개짓을 하면서 건물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시가지 중앙 구역을 가로지르는 한 강물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인공적으로 지어진 듯한 작은 시내였으나, 이제는 자연적으로 흐르는 시내가 된 물길. 그 물길 사이로 수많은 식물들이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작은 풀들이 곳곳에서 자라나 귤색과 하얀색을 띠며 둥그런 작은 꽃을 피우는 모습도 보였다. 꽃의 앞에 앉아서 그 냄새를 맡아 보았다. 향기로운 냄새가 나를 지나치고 있었다.
  그 얕고 투명한 물이 흐르는 시냇가를 따라 길을 나아다가, 시가지 중앙의 동부 구역에 이르렀을 무렵, 하얀색을 띠는 소매가 길고 적당히 넓은 흰 상의와 역시 적당히 넓은 긴 바지 차림을 하고 있는 한 나이많은 아저씨가 떡이 몇 개 남아있는 네모난 나무 상자를 목에 걸어 자신의 허리 높이에 이르게 한 채,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아저씨에게 약간의 돈을 내고 갈색 가루가 묻은 떡을 몇 개 사서 먹었다. 상당히 맛이 있었다.
  아저씨는 과거에 무언가 슬픈 일을 당한 듯해 보였으나, 그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것을 초월한 사람처럼 밝은 표정을 지으며 가볍게 길을 나아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한 동안 아저씨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알 수 없어서 그냥 아저씨를 떠나보내고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 배고픔은 해결해서 다행이었으나 마냥 좋아하기만 하기는 조금 그러했다.
  초록빛 잎사귀에 감싸이기 시작하는 도시의 큰 시가지 구역을 몇 번 둘러본 후에 비로소 나는 시가지를 떠났다. 그러면서 이전의 아저씨처럼 거리를 떠도는 사람들이 세상에 자리잡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그런 사람들의 유래는 무엇일지에 대한 생각도 해 보았다.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었으나, 의외로 여러가지 답이 나올 듯 했다. 인간이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참으로 다양한 삶의 방식을 가지는 존재이니까, 분명 그러할 것이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