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여행 끝에 집으로 돌아왔다. 엘젠 산맥 일대를 돌아다니며 라이다(Layda) 가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던 꽃씨와 마석의 조각들 그리고 수정들을 가져오는 일을 행하였는데, 그 모든 일들을 금방 마쳤기에, 남은 시간에는 여행에 집중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라이다도 나에게 건네받은 꽃씨를 비롯한 물품들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어서 이번 여행은 꽤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꽃씨 이외에 내가 추가로 가져온 물품들인 '눈꽃 수정' 들과 '빙정' 들도 라이다가 흥미를 가지고 있었기에 그 물건을 가져온 나에게 무척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이후, 라이다는 끌어안아 주는 것으로 나의 일에 대한 답례를 하고서 지금까지 어디를 갔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야이라는 지금까지 어디에 가서 무슨 일을 겪었었어?"
  "그러니까, 으응....... 생각나는대로 이야기를 해도 되는 것이지?"
  "그래, 뭐라도 좋으니까 생각나는 것부터 이야기를 해 봐."
  식탁 근처의 의자에 나와 라이다가 나란히 앉으면서 라이다가 부탁을 하자, 나는 알았다고 답을 하고서 잠시 생각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잠시 떠올렸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하나의 일이 있어서 그 이야기를 해 주겠다고 말하고서,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산맥 남쪽 저지대에 위치한 한 거리에는 무대를 갖춘 하나의 찻집이 있었다. 밤만 되면 무대에서 여러 사람들이 한 명씩 나타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다고 하는데, 호기심이 생겨서 날이 어두워질 무렵에 그 찻집으로 들어갔었다. 그 찻집에서 나는 푸근한 인상을 주는 새하얀 정장 차림의 한 남성이 큰 자신감을 가진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무대 위로 올라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남자는 나를 비롯한 관객들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면서 자신이 예전에 겪었던 이야기를 마치 무용담을 들려주는 듯이 들려주고는 하였다.
  한 사람의 권투 선수로서 왕국에서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왕국 최고의 무용을 자랑하는 자로서 명성을 떨치던 모습에 관한 이야기, 자신의 힘으로 1 년 내내 수많은 상대를 물리쳤던 시절의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늘어놓던 그 남자.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그렇게 명망이 높은 사람이라면, 왜 이 작은 마을의 찻집에서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기만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 의문은 공연이 끝난 후, 찻집을 나오는 순간, 만났던 한 노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수상한 사람으로 여기고 경계를 하였으나, 곧 마음이 착한 사람임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었는데, 그가 그 남자를 잘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그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 남자는 이 세계와 상당히 멀리 떨어진 어느 행성에서 아름다운 아내 그리고 믿음직한 형과 함께 살면서 가장 강한 선수라는 의미를 가지는 '우승자' 라는 명칭을 받으며 명망 높은 삶을 살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신경질적이고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로서, 아내에 대한 집착이 상당히 강해 그로 인한 문제를 숱하게 일으키고는 하였다. 실제로 아내가 한 남자를 일로 인해 만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외도를 하고 있다고 멋대로 생각하면서 아내를 마구 때리는 등의 만행을 행하였고, 결국 그 만행을 견디지 못한 부인은 자식들과 함께 그의 곁을 떠났고, 그런 그의 모습에 실망한 형마저 결국 그의 곁을 떠나가 버리면서 그가 남긴 모든 재산을 보상금으로서 빼앗아 갔다.
  그 이후, 그는 분노를 발산할 곳을 찾기 위해 온갖 만행을 저질렀고, 그로 인해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으며, 그에 이어 숱한 상대와의 대결 후 처절히 패배하는 일만 반복하였다. 그러다가 시가지에서 한 미숙련된 선수에게 패하고 살해당하는 위기에 놓이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그는 결국 '우승자' 라는 명성마저 빼앗기게 되었다. 그 이후, 그는 모든 죄상이 폭로됨과 동시에 감옥에 갇혀 몇 년 간을 그 곳에서 지내는 운명을 우승자이라는 명성과 그 명성과 함께 들어온 막대한 재산을 대신하여 가졌다.
  그렇게 감옥에서 나온 후, 그는 재산과 가족을 빼앗기고 선수로서의 삶도 살 수 없어서 과거의 명성을 바탕으로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는 일만 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그 도중에 한 어린 소녀와 함께 행동하였으나, 그 소녀는 실은 그를 이용하여 보상금을 받아내려 한 존재로서, 소녀는 그를 자신을 능욕하려 한 사람으로서 경찰에 고발, 그는 범죄자가 되고 말았다. 이어서 그는 감옥에 들어가는 대신, 막대한 보상금을 내놓기 위해 우승자를 상징하는 여러 물품들까지 팔아야 했으며, 자신의 세계 곳곳으로 소녀를 능욕하려 하였다고 알려짐으로써 그 세계에서는 어디에도 무용담을 늘어놓는 일마저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운명 속에서 그는 우주 곳곳을 전전하며 무용담을 늘어놓는 일만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었다. 마침 그 세계의 찻집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사라졌지만, 그 이후 그가 갈 곳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이 세계에서 그를 다시 볼 일은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게 된 남자. 그에게 한 가지 다행스럽다고 여기어질 만한 사항은 하나 있었다. 이제 그는 모든 잘못을 뒤늦게서야 뉘우치고 후회와 미련이 남더라도, 자신의 주어진 삶에 충실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바로 그 사항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서 이제 그 남자에 대해 잘 알겠느냐고 남자가 나에게 물었다. 이에 나는 "그렇군요." 라고 답을 하고서 어떻게 그에 대해 잘 알게 되었느냐고 묻자, 그 남자는 오래 전부터 자신은 그를 따르던 사람이었음을 밝히고서 그의 운명이 정해졌다고 생각한 이후, 그의 곁을 떠났음을 밝힌 후에 발걸음을 옮겨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 이후, 나는 최강의 선수였다는 그 남자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사람을 다시 만나지는 못했으나, 그 이후로 그 이야기는 당분간 명성을 얻었다가 자신의 과오로 인해 몰락한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그에 대한 여러가지 상념을 늘어놓고는 하였다.

  그 이야기를 하고서, 나는 라이다에게 그 이야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라이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남자에 대한 생각을 줄곧 하고 있었음을 밝히고서 나에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차분한 목소리로 풀어 놓았다.
  "스스로의 과오에 의한 운명을 마침내 받아들이며 속죄의 삶을 살게 된 사람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그는 잘 됐어, 그대로 어둠 속에서 침몰하는 채,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지는 않았으니까. 슬프게 여기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네가 생각하는 바는 그 정도야?"
  그 말에 내가 그렇게 묻자, 라이다는 "응." 이라고 바로 답을 한 이후에 그에 덧붙이는 말을 하였다.
  "스스로 인생의 선택을 잘못해 실패한 사람이라면, 그 대가로서 스스로 그 운명을 지며 살아가야 하겠지, 도움이나 동정은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슬프더라도, 괴롭더라도 자기 자신의 잘못을 하늘에 변상하는 하나의 과정으로서 생각해야 할 거야."
  동정의 여지가 없는 차분한 목소리. 그 목소리로 이야기의 주요 주제였던 그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그는 잠깐 동안 하고서 한 동안 차분히 앉은 모습을 보였다. 그 이후, 라이다는 나에게 또 다른 이야기 할 것이 있으면 나에게 알려달라고 약간 밝아진 목소리를 내며 부탁을 하였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