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서 '회색 사념체' 라 칭해지는 사념체의 존재가 곳곳에서 확인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기에, 그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회색 사념체라는 존재에 대한 기록을 뒤져보고 그것이 어떠한 원리로 형성되는지에 대해 약간이나마 알아내려 하였다.
  도서관을 통해 흥미로운 기록들이 나왔다. 회색 사념체는 단수 혹은 복수개의 사념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하나의 영체로서, 영혼이 하나의 사념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모습이라는 점에서는 나와 같은 정령과 같은 부류의 존재라 칭할 수 있었다. 분명한 것은 생명체와는 다르며, 영적인 특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령을 비롯한 다른 영체와는 다른 점도 있었다. 사념에 따라 실체화되는 모습이 달라지기 때문에, 영이 살아있는 한, 그 모습이 변화할 수도 있으며, 실체화된 모습이 파괴된 이후에도 혼이 살아있을 경우에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 그리고 모습을 기억하는 능력이 뛰어나, 하나의 모습을 기억하면 그 모습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고 한다. 회색 사념체라는 존재가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서 나는 회색 사념체가 형성되는 원리에 대한 조사를 몇 번 행하였다.
  그리고서 나는 나 자신에게 머무르는 사념을 복사하여 눈에 보이는 개체로 변화시키는 법과 그 형체들을 하나의 사념체로 결합하는 법에 대한 조사를 행하고서 조사를 마치는대로 도서에 수록된 기록을 적은 문서를 집으로 가져와 그 문서대로 사념을 복사하고, 복수개의 사념들을 하나의 개체로 결합하는 시도를 안방의 책상에서 행해 보았다. 그리고서 나는 정말로 나의 앞에서 새하얀 연기처럼 생긴 몇 개의 물질들이 하나로 모여, 새하얗게 빛나는 하나의 형체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이후, 형체는 방의 한 가운데로 떠오르더니 우선 박쥐의 모습으로 변화하였다. 새하얀 날개를 가진 실제의 커다란 박쥐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나의 앞에 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내 명령을 따르는 존재인가.'
  그 이후, 나는 방 일대를 돌아다녀 보라고 명령을 내렸고, 그리고 한 동안 박쥐가 방 일대를 돌아다니고 있을 때, 내가 멈추라고 명령을 내리자, 나의 앞으로 돌아와서 다시 멈추었다. 그 이후, 나는 그 사념체에게 모습을 바꾸어보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새로 변하면서 날개를 파닥거리는 모습을 나에게 보였다. 그 이후, 나는 새로 하여금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하다가, 새가 내 오른쪽 어깨 위에 앉도록 하고서 방문을 열고 거실 밖으로 나갔다.
  그 무렵, 나를 향해 야이라(Jeira)가 다가왔다. 야이라는 나의 모습을 보다가, 내 오른쪽 어깨 위에 앉은 새에 유심히 시선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새에 대해 어떻게 들어온 새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나는 집에서 개인적인 연구를 하고 있음을 야이라에게 알리지 않고 있었던지라 그저 집에 날아온 새를 잠시 집으로 들여보내고 있었음을 밝히기만 할 뿐, 다른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 이후, 나는 새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간 다음에 창가를 통해 새를 날려보낼까 하다가 결국 사념체를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한 다음에 사념들을 날려보내는 것으로 없애 버렸다. 그리고 한 숨을 내쉬고서 말하였다.
  "이런 연구는 당분간 하지 말아야지."
  성급히 끝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차피 끝낼 것을 잘 끝냈다고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위로하였다. 사실, 나도 내가 마음 속으로 생각한 바에 따라 변형을 행할 수 있는 사념체가 항구적으로 나의 곁에 머무르면서 나의 뜻에 따라 내가 원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사념체에 대한 욕심이 들었는데, 그 욕심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사념체를 날려보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어차피 날려보내야 할 거야, 저것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푸른 하늘이 보이는 창가로 시선을 향하며 밝아진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였다. 그 이후에 야이라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갔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