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았다. 내도록 산에 드리워져 있던 추위의 기운도 이제는 거의 사라지고, 따뜻한 기운이 하늘에서부터 대지에 이르며 생명의 기운이 다시 깨어나도록 하고 있었다. 밭을 꾸미던 꽃들도 이제는 사라져가면서 그 자리에는 생기를 되찾은 풀들이 차지하기 시작하였다.
  꽃들의 나날들, 그 끝 무렵에 이르면서도 집 주변에 피어난 다섯 개의 이파리를 가진 분홍빛 꽃들은 여전히 피어나 있으면서 주변 일대를 화사하게 꾸미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집 주변이 각가지 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집 근처에 위치한 회관 주변에 피어나기 시작하던 붉은 꽃들도 이제는 만발하여 본연의 아름다움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봄이란 좋은 계절 아니니?"
  그 때 동행하던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이에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하였으나, 그래도 여름이 봄보다 더욱 좋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은 항시 유지하고 있었다. 여름이면 언제, 어디서나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그러면서 그에 대한 언급도 하였다. 이에 친구는 "그래?" 라고 말한 후에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꽃 주변을 돌아다니는 나비를 잠시 바라보더니 그 하얀 나비가 꽃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어디론가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아름다운 꽃들을 보면서 예전에는 꽃에 대한 여러 가지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경우가 있었대."
  "정말?" 이에 내가 그렇게 묻자, 그는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그러한 믿음들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이야기를 통해 그 믿음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는 하였다면서 주변에 피어난 분홍빛 꽃들을 바라보며 그 분홍빛 꽃들에도 여러 가지 믿음과 견해가 존재하고 있다는 언급을 하였다.
  "사랑의 요정이 남긴 생명을 가진 보물이라는 언급도 있고, 옛 여신의 육신, 그 일부가 대지에 남아서 피어난 꽃이라는 견해도 있지, 그리고 일각에서는 혁명을 일으키다가 죽어간 젊은이들의 넋이 다시 태어난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고는 해. 하나의 꽃에 대한 믿음도 이렇게 여러 가지가 있지."
  "그렇구나." 그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차분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하였다. 그러자 그는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며, 세상의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의 종류도 여러 형태를 가진다는 언급을 하고서 세상의 물리적 사물을 바라보는 형태는 무엇이라도 그러할 수밖에 없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 관점들을 모두 존중하지 않고, 하나의 관점으로만 사물을 바라보게 강요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문제가 생겨, 그 사물에 대한 시선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거든."
  "그건 그래." 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대한 화답을 하였다. 그러면서 그 사실을 알면서 왜 과거 시대의 사람들은 사물에 대한 관점을 하나로 보기를 강요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그 의문을 그에게 말을 건넴으로써 드러내자, 그가 짐작을 하고 있었는지, 바로 답을 하였다.
  "다양한 관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 지배자들이 사람들을 잡지 못하잖아."

  이후, 나는 친구와 함께 하늘 아래에 피어난 수많은 꽃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려 하였다. 이전에도 했던 일이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다음에는 못할 일이 될 것 같아 꽤 신경을 기울였다. 그 때,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이전부터 너는 꽃의 모습을 한 해에 한 번씩은 그렸으면서 이번에도 또 그리려 하는 거야? 같은 소재의 그림이라 식상해질 수도 있을 텐데."
  그러자 내가 답하였다.
  "꽃들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새롭기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