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만들어 주는 아주머니의 일거리가 밀렸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일의 해결을 위해 내가 나서게 되었다. 이른 아침인 8 시부터 일을 시작해야 한다기에 일찍 일어나서 거리 중앙에 위치한 그 아주머니의 작업장에 도착하였다. 대기는 이미 차가워지고 있었고, 바람도 세차고 있어서, 확실히 겨울이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집에 도착한 이후,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언제나처럼 감색 옷 위에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푸근한 모습을 보이는 아주머니께서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맞이하셨다.
  "어머나, 리사이아로구나, 어서 오거라, 일을 도와주겠다고 하였던 그 아이이지?"
  "예." 이에 내가 그렇게 화답을 한 이후에 아주머니의 "그래, 어서 들어 오거라." 라는 말을 들으면서 그를 따라 작업하는 곳에 이르렀다. 그 이후, 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곧바로 빵을 만드는 일을 시작 단계부터 하기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반죽을 내가 전담하는 대신에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내가 원하는 대로 반죽의 모양을 만들어도 된다고 말하여서, 내가 원하는 대로 여러 모양새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밀가루에 물을 붓고, 커다란 통에 들어있는 효모 액의 일부를 작은 병에 넣어놓은 다음에 물에 섞인 밀가루를 넣는 일을 시작으로, 손으로 반죽을 주무르는 일까지 내가 모든 것을 다 해야만 했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상관하지 않으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 빵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만 하면서 계속 반죽을 빚어내려 하였다.
  마을에 사는 이들의 숫자는 나를 포함하여 30 여 명. 이들을 위해 만들어 줄 빵의 수는 개인 당 6 개인만큼, 주어야 할 빵의 수는 200 개. 여기에 개인 당, 크고 작은 쿠키 30 개씩을 만들어야 하기도 하기에, 결국 만들어야 할 모든 과자의 숫자는 1200 개에 이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주머니께서는 전날에 인근 마을 교회에서 일을 도와야 했던지라 어제와 오늘 해야할 일까지 전부 밀려 200 개의 빵과 1000 개의 과자를 두 사람이서 전부 만들어야 할 형편에 놓이게 된 것이었다.
  "미안하구나, 리사이아, 이런 식으로 너까지 고생하게 만들어서."
  "괜찮아요, 어쩔 수 없었잖아요." 이에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화답을 한 이후에 물이 부족해지자, 물을 퍼오기 위해 양동이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면서 마을 중앙의 샘으로 나아갈 무렵, 나의 곁으로 한 사람이 다가왔다. 북쪽 먼 거리 인근의 집에 살던 아바엔(Avaen) 이었다.
  "밀가루 반죽을 위해 물을 퍼오는 것이로구나."
  "응." 아바엔이 다가온 다음에 나를 향해 허리를 굽히고, 두 다리 위에 무릎을 올린 채, 물음을 건네는 모습을 보이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을 한 이후에 샘에서 물을 가득히 퍼오고서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때, 아바엔이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에 두 손으로 양동이의 손잡이를 잡고 있는 나에게 오른손을 내밀며 물었다.
  "잠시 들어줄까?" 이에 나는 필요 없다고 말하였지만, 그래도 들어주겠다고 말하니 고맙기는 하였다. 결국 먼저 아바엔이 오른손으로 왼쪽 손잡이를 들고, 내가 오른손을 치우면서 물을 들어주었다. 그 이후, 아주머니의 집으로 돌아오자, 아주머니께서 아바엔의 모습을 보고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아바엔이로구나, 너도 도와주려고 왔니?"
  이에 아바엔은 내가 물을 혼자 들고 있는 모습이 처량해 보여 양동이를 함께 들어주었을 따름이라고 말하였다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내가 양동이를 들어 작업장에 이르는 순간,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아주머니 일, 도와드릴까요?"
  "일손이 많아지면, 나야 고맙기는 한데."
  이에 아주머니께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였고, 그 이후 아바엔 역시 나와 함께 그 분의 일을 도와드리게 되었다. 그 이후, 그는 내가 반죽한 것을 보고 평가를 하다가, 괜찮다고 여기어진 것에 열을 가해 부풀어 오른 것을 화덕에 구워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효모가 반죽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네."
  그러는 동안 아바엔이 밝게 미소를 지으며 묻자, 나는 빵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 아주머니께 들어서 알고 있었다고 화답하였다. 그 이후, 아바엔은 이번에는 수확된 밀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물음을 건네자, 아주머니께서는 그 대답으로써 이번에는 폭풍이 불기도 하고, 여러모로 기후가 불안정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수확량이 그럭저럭 괜찮아 다행이라고 화답한 다음에,
  "그래서 내년 봄까지는 어떻게든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단다."
  라는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 이후, 겨울밀 재배를 이번에도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나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당연히 그래야지요." 라는 화답을 하고서 이번의 겨울밀 재배 담당은 자신과 아바엔임을 밝히고서 반드시 잘 도와주겠음을 밝혔다.
  "올해가 우리가 도와주는 해였어? 그랬었나?"
  그러자 반죽을 나와 함께 만들면서 아바엔이 물었다. 그러자 내가 반죽을 빵으로 빚어내는 일을 반복하면서 이번 해에 나와 아바엔이 맡게 되지 않았느냐고 되묻고서, 기억하고 있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이후, 내가 둥글고 평평하게 빵을 빚어내려 하자, 아바엔이 말하였다.
  "그렇게 만들면 가운데가 설익으니 조심해."
  "알았어, 이번 것은 별 모양으로 얇게 만들 테니까."
  이에 나는 밝게 미소를 지으며 화답한 다음에 그렇게 말한 대로 반죽을 빚어내었다. 그 이후에도, 나는 아바엔과 함께 계속 일거리를 맡아서 행했다. 그래도 아주머니께서는 50 분 일하고 10 분 쉬게 해 주었고, 경우에 따라 45 분 일하고, 15 분 쉬게 해 주기도 하면서 나에게 배려를 해 주었지만, 아바엔은 그에 굴하지 않고 쉬지 않으며 일을 하며 계속 빵을 만들어 갔다.
  "그렇게 계속 일하면 지칠 것 같지 않아?"
  이에 아주머니께서 걱정의 목소리를 내면서 아바엔에게 물었으나, 내가 그를 대신해 대답으로써 그는 한 번 만족할 상황이 오지 않으면 심기가 불편해지기 때문에 그러하다고 말하고서, 그런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는 편이 낫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면서, 밝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지치면 알아서 쉬겠지요."
  그러는 동안 작업은 이어져 갔고, 그러면서 만들어지는 빵의 수도 조금씩 늘어갔다. 아주머니께서 만드신 반죽을 이용해 1 시간에 50 개씩 나와 아바엔이 빚어내기를 반복한 끝에 모든 빵을 만드는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더 많이 만들 수도 있었지만, 반죽을 내가 원하는 대로 각자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려 하면서 시간이 지체된 감이 있었다.
  그 이후에는 쿠키 만드는 일을 행하기 시작, 아주머니께서 밀가루 반죽에 계란을 넣고, 만들어낸 부드러운 노란 반죽을 형성하면, 그것을 이용해 아바엔이 형틀을 이용해 형틀에서 반죽 덩어리를 떼어내는 방식으로 노란 반죽을 30 개의 쿠키를 위한 형체로 변화시키고, 이어서 내가 화덕에 그 모든 것을 구워내는 과정을 반복, 1 시간에 90 개씩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아주머니께서도 가세하여 60 개씩 만들어 내면서 150 개의 형체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만들어야 할 양이 양이다 보니, 다시 6 시간을 들여야만 했다.
  모든 소요 시간, 9 시간. 해가 질 무렵에 결국 작업이 끝났다. 아직 빵을 위한 반죽은 구워지지 않았지만, 얼음 창고에 들어간 그 반죽 덩어리들은 아주머니께서 다음날 아침에 화덕에 구워 빵으로 변화시키고, 그렇게 만들어진 빵들은 아주머니께서 직접 집에 전해주실 것이다.
  "수고했다, 모두." 그렇게 작업이 끝난 후, 작업장을 나서는 나와 아바엔에게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한 다음에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고서 다시 작업장 안으로 돌아갔다. 그러다가 잠시 후, 다시 현관을 나서면서 노란 잼이 들은 병을 한 손에 하나씩 들어, 나의 곁으로 돌아왔다.
  "포도로 만든 잼이잖아." 이에 그 모습을 보며 아바엔이 그렇게 말하였다. 그 이후, 아주머니께서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9 시간 동안 일을 해 준 대가임을 밝히고서 사양말고 받아달라고 부탁하였다. 이에 나는 두 손으로 그가 왼손으로 드는 물건을 들고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마워요!" 라고 밝게 목소리를 내며 말하였다. 그 이후, 아바엔도 나처럼 포도로 만든 잼을 받고서 밝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이렇게 주실 필요는 없는데."
  "실제로는 좋으면서." 이에 미소를 지으면서 그를 놀리는 듯한 목소리로 내가 말하였다. 그리고 나는 두 손으로 병을 안은 채, 고개를 숙이며 아바엔과 함께 수고했다고 인사를 하고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이미 날은 어두워져, 서쪽 하늘의 낮은 곳에 빨갛게 물든 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아바엔이 오른손으로 병의 머리를 꽉 잡고 있는 채, 나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을 걸었다.
  "오늘은 새들이 날아오지 않네."
  "응." 이에 하늘을 바라보고, 내가 정말 새가 날아오지 않는 모습을 보며 말하였다. 그러다가 잠시 후, 하늘 위로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잠시 둥글게 하늘을 맴돌고 있다가, 어둠에 물들어 가는 하늘의 저편으로 떠나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걸었다.
  "새가 날아왔잖아, 평소 때와는 달리 독수리이기는 하지만."
  그러자 아바엔이 나에게 독수리를 보는 일이 주는 운명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 물음에 나는 두 가지 의미가 있지 않을까, 라고 화답을 한 다음에 높이 날 수 있게 된다라는 의미와 강인한 존재가 된다라는 의미가 그 두 가지일 것임을 언급하였다. 이에 그가 다시 물었다.
  "모두 좋은 의미이잖아?"
  "물론." 이에 나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화답하였다. 그 때, 아바엔의 손힘이 약해졌는지, 잼이 든 병을 바닥에 떨어뜨리게 되었다. 이에 나는 두 손에 안고 있던 잼 병을 하늘 높이 던진 다음에 재빨리 앞으로 미끄러지면서 오른 손바닥으로 잼을 받쳐, 그것을 바닥에 올려놓고, 던져 올렸던 잼 병을 향해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 그것을 왼손으로 잡았다.
  그 이후, 나는 다시 착지한 다음에 놀랐다가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잼 병을 두 손으로 안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말하였다.
  "다 좋은데...... 잼 병은 조심해서 들고 가, 열심히 일하고 받은 것인데, 병이 깨져 못 먹게 되면 안 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