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사물들은 낮에 활동을 하며, 그래서 어지간한 사물들은 낮에, 적어도 태양이 서쪽 하늘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한, 찾을 수 있으며, 밤이 되면 발견할 수 없거나, 발견해도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자연의 사물이 가지는 법칙에는 가끔 예외가 있게 마련이라서, 밤에 활동을 하며 낮에는 볼 수 없는 모습을 밤에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낮에만 보이는 것의 수에 비하면 적더라도 존재한다.
나도 그런 사물을 몇 가지 알고 있다. 물론, 그 중에는 귀뚜라미나 부엉이와 같이 흔히 알려진 부류도 있지만, 또 나만이 알고 있는 또 하나의 것이 있고, 또 그것은 내가 알고 있는 특정한 곳에서만
찾을 수 있어서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그 장소로 내가 가야만 한다.
그 사물을 발견한 때는 지금으로부터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4 개월 즈음 전, 나는 밤마다 서쪽 교외로 나아가며, 별들의 모습을 관찰하려 하였고, 그러면서 책자와 펜을 들고 그
곳으로 나아가려 하였고, 그러면서 별을 관찰하기에 좋은 곳을 찾아 헤매고는 하였다.
그렇게 헤매는 도중, 나는 어느 골짜기 아래에 위치한 호수의 근처에 이르렀고, 그 이후에 그 곳에서 한 때, 시가지였을 곳에 이르렀다. 시가지였다고 누가 가르쳐 주지는 않았으나, 도처에 널린
건물들과 그 건물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던 곳곳이 부서져 구멍이 난 검은 길을 보며 그 구역이 시가지의 유적이었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한 때, 일부 마녀들이 그런 곳에 버려져 있던 유골이나 미이라를
소재로 주술을 위한 약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이제는 먼 옛날의 이야기이다.
단순하게 치장 되었'던' 흔적만 남은 건물들은 이미 색이 바래지고, 유리가 박혀있었을 창문은 텅 빈 채, 바람만 부는 모습을 보이는 거리. 그 거리를 둘러보고 있으면서 별을 관측하기에 좋은 곳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가 길 왼편의 어딘가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피아노포르테(Pianoforte) 특유의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그 건반의 음색.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와 비슷한 것 같은 그 소리의 모임은 바람 소리만 고요히 들려오는 시가지의 흔적을 조용히 달래는
듯이 조용하면서 애틋한 느낌을 주는 하나의 곡조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이름 모를 관악기의 울리는 소리가 그 피아노의 음색이 주가 되는 곡을 꾸미면서 피아노의 울림이 전하는 느낌을
더하고 있었다.
'어디서 들려오는 음악이지?'
처음 그 음악이 들려왔을 때, 나는 그 소리의 감상에 관심을 가지기도 하였지만, 그것보다는 그 소리의 근원을 찾아내는 일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려 하였다. 그러면서 그 소리가 내가 걷고 있던 길의
왼편 근처에서 울리고 있음을 확인한 다음에 그 길을 따라 나아가며 소리가 가장 분명하게 들려오는 곳을 찾으려 하였다.
그러면서 옛 흔적만 남긴 건물들을 둘러보았지만, 건물들마다 사람이 있었던 흔적만 드러내고 있을 뿐, 어둠을 비추는 하얀 빛 아래로 모습을 드러내는 건물들은 창가 너머로 부서진 돌 조각들과
여러 문물의 흔적들만 흩어 놓고 있을 뿐, 음악의 근원과 관련된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 이후에도 계속 음악의 근원을 찾으려 하였지만, 결국 그 근원을 찾지를 못하였다. 그러면서 결국 한숨을 내쉬면서 포기하고, 호수가로 나아가 바위를 발견, 바위에 앉아서 책자를 펼치고 하늘로
시선을 향한 다음에 펜을 들어 책자로 별들에 대한 기록을 적기 위한 준비를 하였다.
그러는 동안 계속 악기들이 이루어내는 음악 소리는 계속 들려오고 있으면서 호수가의 정적을 조용히 달래고 있었다. 감색을 띠는 하늘을 꾸미는 빛들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들려오는 그 소리가
고요함 속에 있는 나를 위해 울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그런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이후, 내가 그 거리로 나아갈 때마다 음악 소리가 들려왔고, 한 때는 그 소리를 듣기 위해서라도 거리를 방문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평상시에도 밤이 될 때마다 그 소리가
들려오는 지에 대한 의문을 품었고, 그러면서 인근에 사는 노인 분께 거리로 사람이 찾아올 때마다 음악 소리가 들려오느냐고 물음을 건네었다.
그 물음에 근래까지 거리는 항상 고요하였으며, 노래 소리가 들려오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답을 하시는 노인 분. 그러면서 분명히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이상하게 밤이 될 때마다 음악 소리가
거리에서부터 들려오기 시작했음을 밝힌 이후에 어떻게 된 일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는 언급을 하신 이후에 그래서 자신도 실제로 거리로 와서 음악 소리의 근원을 찾기 위해 나선 적이 있음을 밝히셨다.
그리고서 한 정령이 호숫가에 머무를 때마다 음악 소리가 들려오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그 정령이 떠날 때 즈음이면 음악 소리가 어김없이 그쳤다고 말한 다음에 그 정령이 음악 소리와 모종의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는 언급을 하시면서 이야기를 마치셨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나와 관련된 무언가가 거리에 숨어 연주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이후에 사이라(Sajra) 와 함께 밤이 깊어지고, 시각이 21 시가 되자마자 그 거리로 나아가,
22 시가 되자마자, 호수가의 거리에 진입, 그 음악 소리가 들려오는 곳에 이르려 하였다. 그 이후, 나는 놀랍게도 아무도 없는 호수가에서 피아노와 현악기, 그리고 관악기 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이에 사이라가 주변을 둘러보며 어디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오는지 찾으려 하였지만, 결국 음악 소리가 들려오는 근원을 결국 찾지 못했다. 그러면서 거리로 가기 전에, 행한 거리를 들를 때마다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는 나의 진술을 상기했는지, 사이라가 환하게 웃으며,
"다른 이들 모두가 떠나가고 홀로 거리에 남은 누군가가 아란이 찾아오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음악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왔다고 생각하면서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라는 말을 한 이후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있을 것이라고 음악 소리를 들려주는 이에 대한 추측의 말을 건넨 다음에 굳이 찾으려 하지 말고, 나를 위해
음악을 들려주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음악을 들어줄 것을 부탁한 다음에,
"지금껏 네가 행하고 있는 하늘에 머무르는 별의 관찰에 그 연주가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잖아? 어쩌면, 그 연주는 밤에 거리를 찾아올 사람이 쓸쓸하지 않도록 거리에 머무르고 있을 이가 들려주는
것일지도 몰라."
그리고 그런 식으로 계속 그런 이들을 찾는 일에 집착을 하려 하면, 그 사람들이 무서워하다가, 결국 거리에서 더 이상 음악의 연주를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음을 밝히고서, 그런 일이 일어나도
좋은지에 대해 나에게 물음을 건네는 모습을 보였다.
확실히, 일리가 있어 보이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하는 뜻을 드러내기 위해 "그건 맞아." 라는 답을 한 다음에 음악 소리가 계속 들려오는 동안, 호수가로 시선을
향하고서 그에게 말하였다.
"내가 성급했었나."
그 이후, 나는 두 번 다시 음악의 근원을 찾아내려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어쩌면 하늘에서 거리를 찾아오는 이를 위해 연주하는 이를 보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근방의 노인 분께 음악 소리에
대해 물음을 건네기 전의 때처럼, 음악 자체를 즐기려 하였다.
지금도 내가 거리를 찾을 때에는 폐허의 어딘가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음악을 연주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물론, 별들을 관찰하기 위해 얼어붙은 호수가를 찾아와 그 근방의 바위에 앉고
있는 동안, 나는 하늘로 시선을 향하면서 음악을 즐긴다. 고요하고 적막할 수도 있는 별의 관찰 시간이 그래서인지 무척 즐겁다. 때로는 밤에 들려오는 애틋한 느낌의 음악에 의해 감상적인 상념에 잠기기도
하는데, 그러면서 다른 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지금도 나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남지만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것에 대한 심정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들이 어떤 모습을 가지며 음악을 연주하고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을 품으면서 그 모습을 보려 하였지만, 이제는 분명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하는 정도로 그치고 있다. 진실된 마음을 가지고 음악을 연주하는 이들이라면, 적어도 그 마음씨 만큼은
아름다울 테니까.
세상에는 밖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를 원하는 이들이 많지만, 때로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면서 자신이 내세울 수 있는 것만을 내세우는 이들도 있다. 이유라면 그런 이들마다 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무언가 사연이 있어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을 것이리라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일은 올바른 일이 아닌 경우가 많으며, 모습을 드러내며 살아가는 편이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때로는 말할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자신의 모습을 감추게 되는 이들도 있다.
그런 사정이 있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곤란해진 이들이라면, 함부로 그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그렇게 하다가 잘못하면 자신이 할 수 있던 일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에게 해가 되지 않고, 오히려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큰 문제가 될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런 이들이 바깥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로 드러내어 사람들이 그 진실 된 모습을 알 수 있게 된다면, 그런 이들을 통해 즐거움을 얻던 이들이라도 분명 이전보다 더욱 밝은 표정을 지으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리라, 자신들의 모습을 감추도록 한 모든 것을 떨쳐낸 그들의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