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성야(聖夜)의 날까지도 5 ~ 6 일 정도 남았다. 신께 바치는 가장 큰 행사를 준비하는 기간으로서, 매우 중요한 기간이었기에 인근 마을 성당의 사정이 매우 분주해졌으며, 아침 청소도 매일 같이
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그 성당은 규모가 보통이 아닌지라 한 사람이 모든 청소를 도맡기에는 힘든 면이 있어서 나만 아니라, 다른 이들 역시 청소에 참가하게 될 지경에 이르렀다.
성야의 날에 대한 본격적인 준비를 하는 날은 24 일. 성야의 날에 신께 기도를 바치는 시기는 25 일 새벽이다. 25 일이 되는 때인 0 시부터 6 시간 동안 내도록 기도가 행해진다는데, 이는 성스러운
날을 만인이 축복되게 보내기를 기원하기 위한 전반의 기도와 행복하게 한 해를 끝내기를 기원하기 위한 중반의 기도, 그리고 새로운 한 해를 밝게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하기 위한 후반의 기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만인의 행복을 기원하기 위한 행사로서, 각 부마다 성직에 참가하시는 분들과 미사 참가자들에 의한 경전 봉독과 성가 합창이 쉼 없이 이루어지는 신성한 행사라 한다.
그러하다 보니, 매일 같이 수녀 분들까지 직접 나서 청소에 참여하고 있으며, 예배당을 꾸미는 색유리까지 닦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그 일은 위험하기 때문에 바람의 정령과 같이 비행이 가능한
이들이 맡게 된다는데, 이번에 내가 맡은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날면서 하게 되니, 일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으나, 색조가 지워지지 않아야 하며, 세탁물이 수녀를 비롯한 협력하시는 분들의 머리에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했다. 또 걸레가
마를 때마다 내려와야 했으며, 경우에 따라 물을 갈기 위해 예배당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온 후, 다시 창가로 올라오는 귀찮은 과정을 겪어야 할 일도 생기게 된다.
"이번 성야에도 눈이 내리지 않겠네요."
"그러게요, 지난 16 일에 그렇게 눈이 쏟아졌으니."
그렇게 조심하면서 일을 수행하는 동안 지면에 머무르고 있던 수녀들 사이에서 그런 대화가 오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이후, 수녀들 사이에서 눈이 내린 성야에 대한 추억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수녀들 역시 눈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는 수녀들도 여느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수녀들의 광경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여유롭게
창문을 닦는데, 그 때 원장되시는 나이 드신 수녀 분의 목소리가 그런 나를 질책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어서 청소를 마치셔야 하니, 여유를 가지시는 것은 자제해 주세요!"
"예, 예." 그러자 나는 다시 일에 전념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일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파란색, 빨간색 그리고 투명한 유리들이 눈앞에 나타나며 쌓인 먼지가 물 묻은 천에 의해
사라지는 광경을 계속 보려 하였다. 사실 원장님이 항상 그러하신 것은 아닌데, 워낙 바쁜 일이다 보니, 신경이 다소 날카로워진 것이었다. 현재 시각은 아마도 6 시 45 분. 앞으로 5 분 내에 예배당 일을
마치고 본당 2 ~ 3 층의 청소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하다보니, 아직 우측 창가의 모든 창문들을 다 닦지도 못한 나에게 질책을 하신 것. 그렇게 그의 심정을 이해하려 하면서 계속 일에 나섰다.
그렇게 서두르며 6 시 50 분에 모든 일을 마치고 다급히 내려온 이후, 예배당을 나서면서 수녀들, 그리고 청소를 위해 나선 마을의 사람들과 함께 일을 마치고, 수녀들과 함께 잠시 쉬게 되었다.
아침 일찍부터 청소의 연속이었다. 4 시에 성당에 도착한 이후, 수녀원을 비롯한 시설 청소부터 시작해서 6 시에 예배당 청소에 7 시에는 본당과 주변 시설 청소, 그리고 7 시부터 9 시까지는 앞마당을
비롯한 성당 외부 청소를 하면서 마쳐야 했다. 그 모든 과정이 3 시간 내에 이루어져야 했고, 두 시간마다 많은 구역을 오가면서 또 청소 자체를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해야만 했기에 한시도 쉴 수 없었다.
게다가 예배당 청소는 50 분. 가장 작은 구역의 청소가 이루어진다지만, 창을 닦아야 하는 나에게는 꽤나 괴로운 시간이었다. 창의 개수가 26 개나 되어 하나 당 2 분을 들여도 모자랐다.
그런 중대한 일이었기 때문일까, 원장 수녀님도 직접 참관하시고, 이 기간 동안은 사베라테아(Saveratea, 찬과) 와 데 아레네테아(De Arenetea, 제 1 시과) 까지 생략된다고 한다.
"창 닦는 일만큼은 봐 주세요, 2 분씩 들여도 모자라요~."
쉬는 시간 동안 나는 문 앞에 웅크려 앉은 채, 오른편 곁에 앉은 원장 수녀님께 사정을 했지만, 그러하면 아직 나오지 않은 사람 찾느라고 다른 사람들의 쉬는 시간이 줄지 않느냐고 바로 반박하여
나는 달리 할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이후, 원장 수녀님께서는 할 말을 잃은 나에게,
"워낙 중대한 일이고, 또 예정에 맞추지 못하면 일이 흐트러질 것 같아 그러는 거예요, 항상 제가 그러하는 것은 아니니까, 양해해 주세요, 부탁합니다."
라고 온화해진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나는 주변의 수녀들을 둘러보며, 그들 역시 웅크려 자거나,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또 어떤 이들은 주변 일대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광경을 보면서 원장 수녀님뿐만 아니라 다른
수녀들 역시 그런 모습을 보면 여느 인간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청소 시간. 원장 수녀님의 독려와 함께 성당 외부 청소가 시작되었다. 나는 이번에도 위험한 구역의 청소를 맡아 고층 구역의 먼지를 털고 물을 뿌리고, 창문을 닦는 일을 행하고
있었다. 2 시간이다 보니 시간이 많기는 많았지만, 성당에 속한 구역이 많은 탓에 여러 구역을 빠르게 청소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열심히 닦아내는 작업까지 해야만 했다. -빨리 하려면 1 시간 내로 끝낼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되니까.-
8 시 50 분에 청소 종료. 이어서 30 분 간 이어진 원장 수녀님의 청소 상태 점검을 끝으로 청소 시간은 마무리되었다. 그 이후, 아레네테아가 종료되어 수녀들이 헤어졌다.
그러는 동안 가끔씩 수녀들과 일에 나선 다른 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여느 일꾼들과 다를 바 없이 일에 전념하는 수녀들의 모습, 그 모습을 보면서 성당에 사는 이들이라 하여
특별하기만 한 이들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은 수녀들이기에 여느 사람들과 다르게 정숙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고, 다른 사고 방식을 가지며 살고 있는 이들이지만,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면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청소가 끝나고 10 여 분 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 예배당 입구 바로 앞에서 원장 수녀님과 다시 만났고, 수녀들이 없는 틈을 타서, 수녀들도 가끔 평범한 여인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었다고 그들에 대해 언급을 하였다. 그러자 활짝 웃으며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시는 원장 수녀님.
"그러할 수밖에 없지요, 그것이 인간의 본성 아니겠어요. 저도, 지금과 같은 경우에는 억척스러운 아주머니 같은 사람이 돼요. 아무리 단련된 사람이라도 기쁨, 슬픔, 분노, 즐거움과 같은 기본적인
감정은 어찌할 수 없어요."
그리고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말을 이어가셨다.
"하지만, 각자 일에 종사하다 보면 그 일에 걸맞는 특성을 드러내는 면모를 갖추는 것도 사실이고, 그 일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서 자신의 인격 역시 성숙해지면서 기본적인 인격이라도 표현하는
방식이 점차 온화해지고, 어른스러운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대개의 어르신 분들이 정중하고 차분하심은 그것에서 유래되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러하시겠지요, 게다가 수녀님은 오랫동안 이 곳에서 인격을 닦으신 분이시니까."
이에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런 그에게 밝게 목소리를 내었다. 그 이후, 나는 원장 수녀님께 다음 날에도 와야 하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그는 그렇다고 화답하였다. 그리고 그 날에는 진실로
많은 도움이 되었음을 밝히고서 앞으로 적어도 동지가 되는 22 일까지는 참가해서 아침 운동 삼아, 성당에 찾아와 열심히 청소를 해 줄 것을 차분한 목소리로 당부하셨다.
"알았어요. 원하신다면 저도 어쩔 수 없지요."
이후, 내가 밝게 목소리를 내어 그렇게 답하자, 원장 수녀님께서 갑자기 독기를 다소 드러내는 목소리를 내며, 그런 나에게 말씀하셨다.
"다음에는 오늘과 같은 자세로 일하시면 곤란해요, 예나 양. 다음부터는 제가 직접 당신을 지켜보고 있을 테니, 각오하시도록 해 주세요! 다음에도 그런 자세로 청소를 하신다면, 하루 종일 수도원에
데리고 있으며, 수도복도 입히고, 남은 성무 일과를 모두 볼 수 있도록 할 테니까요!"
"예!?" 그러자 나는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그런 원장 수녀님께 외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