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1 일에서부터 28 일까지 이어지는 '동지 주간' 의 마지막 날로서, '선물을 주고받는 날' 이라는 이름을 가진다. 이 날에는 마을의 모두가 선물을 하나씩 마련해 다른 이에게 전해주는 풍습이
예로부터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마을에서도 사람들이 각자에게 필요 없다고 여기어지는 물품을 하나씩 필요하다고 여기어지는 이에게 가져다주는 행사를 가지기 시작, 그 행사를 위해 마을 중앙의
구역에 모였다.
사람들이 마을에 모일 무렵, 나는 집에서 가장 필요 없다고 여기어 왔던 물품인 새파란 유리잔을 가져와 두 손으로 안고 있는 채, 그 푸른 유리잔을 받아갈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단순한 유리잔처럼
보이지만 밑면만 하더라도 손바닥 크기의 1.5 배에 이를 정도였으며, 유리 자체도 두꺼운 물건으로서 상당한 무게감이 있었다. 더욱이 반 즈음 투명한 물건이라는 점이 매력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책장의 장식품 이외의 가치가 전혀 없게 되어-그 모습을 감상하기 위해 잔을 사용하지 않았음이 문제였다.- 마침내 필요 없는 물건으로서 다른 사람의 손에 쥐어질 기회를 기다리게 된 것이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한 사람이 나의 곁으로 다가와 나에게 무언가로 채워진 유리 항아리를 두 손으로 안은 채, 나의 곁으로 오고 있었다. 날씨가 추운데도 불구하고 소매가 어깨까지 내려가며, 치맛단이
짧아 다리를 전부 드러내는 옷차림을 하고 있는 소녀. 그 소녀가 나를 보더니 갑자기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어느새 나의 곁에 이른 소녀의 모습을 보며 물었다.
"혹시 이 물건을 원하신 거예요?"
"예." 이에 그렇게 답을 하는 소녀. 이어서 그는 유별난 잔의 모습을 보면서 갖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을 한 이후에 자신이 누군가에게 주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 가져왔으며, 혹시 가질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는 동안 그가 안고 있는 유리 항아리 안에는 형형색색의 종이로 만들어진 자그마한 새와 거북이들의 모습이 들어가 있었는데, 그 개체 수가 많아 상당히 많아 오랫동안 많이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물건들은 함부로 줄 수 있을만한 물건 같지는 않네요."
그러자 소녀는 밝게 목소리를 내어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자신에게 오지 않을 행운을 위해 행운의 상징을 집에 놓아두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른 이들에게 선물이라도 해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가져왔음을 밝혔다. 이에 내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이 새와 거북이들이, 행운의 상징이에요?"
"예, 새 1000 마리와 거북이 1500 마리. 이렇게 형형색색의 종이로 이루어진 새와 거북이들을 가지고 있으면 행운이 다가온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 이후, 자신 역시 20 여 년 전에 어느 노인으로부터 항아리를 받아 간직하고 있었지만 20 년 간, 어떤 행운도 다가오지 않았음을 밝히고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지 않고 있던 자신에게는
필요 없음을 알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른 이에게 양도하기로 결심하였음을 알렸다. 그리고,
"받으시는 분께서 무언가 하나의 목표를 가지며 살아가시고 계신다면 좋을 텐데."
라는 자신의 소망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러자 나는 혹시 잔을 바라고 있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소녀는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였다. 그러자
나는 특별한 목표를 가지지는 않고 있다지만 곧 다가올 다음 해가 되면 무언가 하나라도 특별히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하였고, 일단 자신이 받아두겠음을 밝힌 다음에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겠음을 약속하면서 잔을 건네고, 이어서 종이로 만들어진 새, 거북이를 받을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책상에 놓여진 항아리의 새, 거북이들을 보면서 그 물건들이 어쩌면 '행운이 필요한 이들', 즉 하나의 의미 있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이들을 위한 보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30 년을 둘러보면서 하나의 혼잣말을 조용히 하였다.
'30 년, 그 긴 세월 동안 의미가 있을 만한 일을 했던가.'
물론, 나 역시 여러 일을 하며 여러 나날을 보내기는 했지만, 지금껏 의미 있다고 여기어지는 일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지금껏 구상만 하고 있었을 내가
할 수 있었던 의미가 있을 만한 일을 떠올리면서 그 일이라도 하나씩 해결해 나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다가 10 여 년 전에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잊고 있었던 한 가지 일을 떠올리며 그 일부터
해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큰 일이기에 1 년 내로 해결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고, 잊지 않을 수 있도록 책장의 종이 한 곳에 관련된 내용을 적어두었다.
사람들은 하나의 해가 지나간 이후에는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자신을 변화시킬만한 일을 하나씩 정하고는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항들은 결국 정한 이의 마음 속에서 잊혀지고, 그러면서 사람은
이전 해와 변함 없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전 해와 변함 없이 살아가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겠지만, 변화하겠다고 생각만 하고, 실제로 변화를 하지 않음이란 자기 자신에게 한 약속을 스스로 어김과 다를
바 없으니, 차라리 그런 목표를 정하지 않음만 못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행운이란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밖에.
자기 자신에게 한 약속은 어긴다고 해서 다른 이에게 피해가 오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다. 그것을 어긴다면 결국 자기 자신에게 반드시 돌아오게 마련, 자기 자신에게 한
약속이기에 더욱 그렇다. 따라서 나는 자기 자신과 하는 한 해의 첫 약속을 하는 만큼,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하고자 하는 일을 정했으면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며 이번에야말로 새로이 하고자
한 일을 반드시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그 결심이 오래 갈 수 있도록 정신을 다잡기 위한 준비를 행하려 하였다. 그래야만 그 소녀로부터 받은 항아리 선물 역시 의미를 가져, 내가 선물을 주고받는 날에
그 항아리를 선물로 전해주는 일을 할 필요 역시 없게 될 것이다.
결국 이런 결심도 선물을 위한 것이었을까.
....... 그러하지는 않으리라고 나 자신을 믿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