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겠다고 결심한 때는 지난 해 중순 즈음이었다. 그 때부터 겨울 풍경을 그리는 일을 해 보겠다고 마음을 먹다가, 끝내 지난 5 일 즈음에 눈이 내리자 그 때서야 비로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고, 이제 전체적인 형태는 거의 완성해 나아가고 있었다.
내가 그리고자 한 풍경은 겨울밤의 얼어붙은 호수와 그 주변의 경관. 5 일 밤에 본 풍경을 재현하기 위해 그 이후부터 한 동안 밤이 될 때마다 그림판과 물감을 들고 그 호수가로 나아가다가, 이제는
그러할 필요가 없어 낮에 물감으로 덧칠을 하고 있다. 처음 그림을 그릴 때에는 그림을 볼 때의 느낌, 그러니까 풍경의 모습뿐만 아니라 풍경을 보는 나의 심정까지 그대로 물감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밤의 온기 없는 날씨를 감수하면서 밖으로 나가게 된 것. 밤마다 그림을 그려야 했기에 낮에 일어나는 시각이 늦고는 하였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바깥의 풍경을 보는 느낌을 그림판의 종이에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처음의 바탕을 그릴 때에는 조금이라도 잘못될 경우에는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는 생각에 머뭇거리다가 색칠하기를 반복해 나아갔지만, 이제 형태도 완성되고 남은 일은 형태를 다듬는 일에
불과하기에 마음 편히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일까, 걱정하던 둘째 언니 라타사(Ratasa) 도 이제는 걱정하지 않으면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 그렇게 그림을 그려나갈 무렵, 큰 언니인 아라티아(Aratia)
가 나에게 와서는 물었다.
"야스리나가 이렇게 그림을 완성하는 모습을 보면 분명 자신도 좋아할 텐데, 라타사는 괜히 걱정을 해서는......."
그리고 활짝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잘 되고 있지?" 라고 물었고, 이에 나는 그림에 집중을 하는 채, "잘 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라는 답을 한 다음에 그 일에 대한 결과로 자신이
만족할 수 있다면 어떤 어려움이 와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고, 이에 큰 언니는 "맞아." 라는 화답을 한 다음에, 곧바로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면서 나에게 한 마디 말을 덧붙였다.
"만족할 수 있을만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면, 무모함을 감수하면서 일을 행한 보람을 얻을 수 있을 거야. 더 나아가, 다른 이들에게도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더욱 좋겠지."
"좋은 결과?" 그 말을 듣고 내가 큰 언니에게 말을 건네고, 이어서 이익이 될 만한 결과만을 의미하는 것이냐고 묻자, 큰 언니는 한 번 고개를 저으며 "으으응." 이라는 목소리를 내어 그렇지 않다는
뜻을 드러낸 다음에 그에 이어 자신이 말하고자 한 바가 무엇인지를 밝혔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히 금전을 비롯한 여러 이익 요소가 있는 보람만이 아니라, 자신이 만족하고, 더 나아가, 다른 이들도 즐거워 수 있는 형태의 모든 보람을 의미해, 예를 들면 곤경에
처한 이웃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나서는 일과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다른 이들이 즐겁게 하는 일 등이 있겠지."
그리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인지, 할 수 없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는 언급을 하고서 할 수 없는데도 무모하게 진행하다 보면 시간만 낭비한 결과를 초래할 수는 있음을 알렸고,
그래서 일을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언급을 하였고, 그에 이어 그래야 라타사와 같이 걱정하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도 있으리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하였다.
"라타사는 추위 속에서 그 일을 이어가지 못하리라 장담하면서 네가 밖으로 나가는 일에 대해 불쾌하다고 생각했을 텐데, 이번 일을 계기로 그 아이의 생각도 변하려나."
이어서 큰 언니가 작은 언니에 대해 그렇게 물음을 건네었다. 물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작은 언니가 집안의 가사를 맡고 있으며, 자매의 일에 책임을 지는 역할 역시 작은 언니가
맡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걱정으로 안심하지 못하는 그의 마음이 쉽게 돌아서지는 않으리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그림 그리겠다고 추운 밤중에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할게, 큰 언니. 마침 날씨도 모질게 변할 것이라는데, 밤중에 무모하게 또 나갈 필요는 없잖아, 그렇지 않아?"
라고 말하였고, 실제로 그 이후부터 봄이 올 때까지는 밤중에 그림 그리겠다고 나가지는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인지, 그 이후부터 그림을 그리는 일에 대해 작은 언니가 뭐라 말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평안히 그림을 그리는데 문득 떠오른 바가 있어서 작은 언니를 불렀고, 그러면서 물었다, 따뜻한 옷을 입고 그림을 그리면 안 되느냐는 물음이었다. 그러자 바로 그 물음에
답을 해 주는 작은 언니.
"외투를 입으면 손의 움직임이 불편해져서 곤란해지지 않아?"
그리고 추운데 밖에서 무리한 활동을 하는 행위는 여러모로 좋지 않으니, 당분간은 그만두라고 말하고서, 밤 풍경은 여름이 좋지 않냐고 물었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렇다고
답을 한 다음에 작은 언니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였다.
"다음에는 봄날 밤에 작은 언니, 그리고 리제라(Lisera) 의 모습을 그리고 싶은데,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