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새벽에 자신이 받았던 검이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고 아세라이아(Aseraia) 에 살고 있던 라카바(Lacava) 로부터 이야기가 들려와 검의 감정을 맡게 되었다, 물론 검의 감정은 바람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결정으로 검을 만들어내는 일을 주로 맡는 도장이 할 일이었지만 새벽이고, 새벽에 일이 없다보니 잠들고 있던 탓에 결국 그 일을 검의 감정을 한 때, 도장의 검을 만드는 일을 곁에서 일을 도와주던
내가 맡게 된 것이었다.
사건은 문이 열리면서 시작되었다, 그 문이 열리고, 라카바가 들어온 이후에 두 손으로 자그마한 나무 궤짝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이며 들어왔다. 그 이후, 그는 거실의 식탁 위에 나무 궤짝을
올려놓고서 식탁에 앉아있던 나에게 시선을 향하고 있으면서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이 검이 이상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어, 실제로는 그러하지 않은데, 검이 무언가 말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갑자기 들게 된 거야. 그래서, 일단은 어떻게든 그에 대해 알아야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검신에 대한 점검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려 하였어."
그리고 도장의 집이 문을 닫은 상태라 검의 감정을 할 수 없어서 아침까지 기다리려 하다가, 내가 새벽에 깨어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나를 찾아온 것. 그렇게 자신이 온 경위에 대한 설명을
하고서 라카바는 궤짝을 열어 그 안에 들어있는 도검의 모습을 내가 보도록 하였다.
하얀 천에 싸여진 도검. 그 짤막하며 굽어진 검신은 하얀색을 띠는 집에 감싸여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왼손으로는 칼자루를 쥐고, 오른손으로는 칼집을 집어 두 손으로 도검을 잡으면서
가만히 도검의 모습을 바라보려 하였다. 그러면서 농담 삼아 칼집에 찢겨지지는 않을 것인지에 대해 묻고, 이에 라카바가 놀라며 무슨 말을 하느냐고 묻자, 환하게 웃으며 농담임을 밝히고서 왼손으로
칼자루를 쥐는 채, 도검을 왼쪽으로 끌어당겨 칼집에서 칼날이 빠져나가도록 하였다.
그렇게 해서 드러난 칼날. 그것은 바람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결정으로 만들어진 여느 칼날과 다를 바 없이 하늘색을 띠는 반 즈음 투명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며 그 칼끝부터 날까지 유난히 예리한
면모를 보이고 있어서 새로 만들어진 듯한 느낌과 더불어 특별한 사람을 위해 신경을 기울이며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느낌을 바로 가지면서 라카바가 좋은 도검을 가져왔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것, 혹시 너를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니?"
"응, 유난히 모험을 자주 떠나는 나를 위해 소로에나의 도장이 나에게 선물을 한 거야."
이에 그렇다고 답을 하는 라카바. 그 이후, 검을 얻어 처음에는 좋아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다 보니, 혹시 저주받은 검이 아닐까, 라는 의심도 하였음을 밝혔다. 이에 내가 "그래서 도검을 감정
받고 싶었구나." 라고 말을 한 다음에 바람의 기운, 그 결정의 배치 구조부터 알아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한 다음에 우선 도검의 감정을 하러 가겠음을 밝힌 다음에 왼손으로 도검을 든 채,
우측에 보이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도검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온 이후, 나는 우선 도검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책상에 앉아 도검의 모습을 가만히 관찰하면서 검을 이루는 기운의 배치와 배치가 이루어내는 무늬의 특성부터 파악하려
하였다, 그 무늬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을 통해 도검에 어떻게 이물질이 들어 있으며, 이물질이 어떻게 들어있기에 검이 이상한 성질을 가지는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표면 자체는 정상이었다, 검의 기운이 도검의 모양새를 따라 무늬를 그리는 정상적인 배치를 이루고 있었던 것. 하지만 표면만을 살펴서는 도검의 상태를 알 수 없다는 판단을 하면서 내부의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 도검을 두 손으로 들고 자세히 살피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오른손으로는 날이 손에 닿지 않도록 주의를 하였는데, 그 날에 의해 손이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늬의 이상한 특성을 알아낸 때는 도검의 내부를 관찰하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무늬 자체에 이상한 특성이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바람의 기운이 아닌 특이한 기운이 검을 이루는
바람의 기운과 어울리며 하나의 무늬를 그리고 있었던 것. 투명해서 특수한 시선을 통해 바라보아야만 제대로 볼 수 있는 무늬. 그 무늬는 검의 자루에서부터 시작되어 송곳 모양으로 곧게 뻗어 나아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한 일화를 떠올릴 수 있었다, 90 여년 전의 모험가였던 '아젤 폰 아데시아(Asel von Adesia)' 의 도검에서 특이한 무늬가 나타났다는 사실. 그 무늬는 내가 감정한 도검과 달리
투명한 무늬가 도검에서부터 시작해 나뭇가지의 형상으로 뻗어나 있었는데, 그 도검에는 한 사람의 혼이 자리잡고 있어서 검이 절대적 존재도 멸할 수 있는 힘을 전하고는 하였다고 한다.
그러한 도검의 특이성에 대해, 아젤을 만났던 도장은 칼자루에서부터 기운이 뻗어 나왔다는 사실을 통해 칼자루와 관련이 있음을 밝혀냈으며, 그 이후에 칼자루에 깃든 혼이 도검에 들어갔기에 특이한
기운이 검의 날에 들어가는 결과를 맞이했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일화를 떠올리며 나는 그 도검 역시 칼자루가 본래는 먼 옛날에 만들어진 것으로서, 먼 옛날, 아젤이 가졌다는 검의 경우처럼,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도검 역시 칼자루에 자리잡고 있던 특이한
혼에서부터 나온 기운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래, 이 경우도 마찬가지일 거야, 검의 자루를 옛 것으로 사용하면서 검의 자루에 깃든 혼이 품은 기운이 도신에 스며들어 보통의 검이 가질 수 있는 특성 외의 다른 여러 특성들을 갖게 되었겠지.'
일단 내가 가진 도검의 특성에 대해 그렇게 결론을 내린 이후, 나는 검이 가진 혼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알아내기 위해 검을 이루는 모든 기운을 복제해 책상의 한 곳에 특성 별로 모아두고서,
그에 이어, 하얗게 빛을 발하는 기운을 조사하기 시작, 그 조사를 통해 그것이 어떤 특성을 가지는지에 대해 확실히 알아내려 하였고, 그 조사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나는 그 기운의 특성에 대해
바로 알아내는 데에 성공하였다.
기운의 특성을 알아낸 이후, 나는 복사된 기운이 사라지도록 한 후, 도검을 왼손으로 쥐고 다시 방을 떠나 식탁에 앉아있던 라카바의 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기다리는 동안 졸렸는지 라카바는
책상에 앉아 잠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결과를 알리기 위해 그를 깨우려 하였다. 오른손으로 식탁을 세게 두드려 소리를 내면서 잠을 깨우고, 이에 놀라면서 라카바가 고개를 들자, 내가 도검을 궤짝 앞에
올려놓으며 그에게 알리는 말을 건네었다.
"도검의 감정 결과가 나왔어."
"그래? 어떻게 나왔는데?" 그러자 나는 도검에 한 여인의 영혼이 들어가 있음을 밝히고서 본래는 누군가를 사랑하던 사람의 영혼이었으며, 모종의 비극에 의해 연인을 잃은 후, 사랑하는 사람의 혼을
가진 자를 지키기 위해 연인의 검, 그 자루에 남아 있었음을 밝혔다. 그리고서,
"이전의 그 환청은 분명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여인의 슬픔과 한에 의한 소리였을 거야."
라고 검에 일어난 현상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그러자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그랬구나." 라고 말한 다음에 오른손으로 검의 자루를 잡는 라카바.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이 검은 나를 해치지 않는 검이라는 말이지?"
"응,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해친 자의 특성을 네가 보인다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그러할 리는 없을 테니 괜찮을 거야."
그 물음에 나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화답을 한 다음에 그 검의 자루가 이상한 특성을 가진 경위에 대해 본래 그 검의 자루는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이 가졌던 검의 자루였는데, 그 검의 자루를
도장이 도검을 만들기 위해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에 라카바가 놀라며 아젤의 검에 대한 언급을 하며 물었다.
"아젤의 검이 가진 일화와 비슷하네, 그 검 역시 칼자루를 옛 사람의 검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상한 특성을 가졌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그러자 내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 도장 역시 옛 사람의 물건을 사용해서 그러하리라고 생각한다는 언급을 한 다음에 내가 도검을 만든 도장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대로, 아젤의 검처럼 절대적
존재를 멸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는 검을 만들기 위해 도장이 옛 사람의 물건을 사용해서, 여인의 혼이 깃든 옛 칼자루를 사용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 이후, 나는 감정을 위해 가져온 도검은 결코 나쁜 물건이 아니니-일단은 사실이었다-, 도검에 대해서는 어떠한 걱정도 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한 다음에 그리고 그에게 희망의 목소리를 내었다.
"만약 네가 사랑하는 사람과 닮지 않았다 하더라도, 여인을 사랑할 때와 같이 선하고 자상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그것에 감화되어 그 검에 깃든 영혼이 너를 지켜주려 할 거야."
그러면서 그 검을 받은 일은 분명 좋은 징조이니, 특별한 일을 행할 때, 검을 가지고 갈 것을 권하였다. 이에 고맙다고 화답하는 라카바. 그러다가 검이 이상한 소리를 내는 듯한 느낌을 가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었으나, 그 물음에는 당장에 답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든 해결책이 나올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 혼이 일으키는 현상에 대한 근본적 해결을 찾으려 하였으나,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은 전부 일시적인 해결책밖에 없어서 그에게 좋을만한 답은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
그리하여 한참 동안 검의 혼을 달래기 위해 내가 해야할 일을 생각하고 있던 나는 그 일에 대한 아무런 성과 없이, 내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내기를 포기해야만 했고, 그러면서 조용히 고개를 숙인
다음에 그에게 한 가지 부탁의 말을 건네면서 라카바가 그 부탁을 따라주기를 바라기 시작하였다.
"라카바, 혹시 이 집에 잠시 머무르고 있다가 아침 해가 떠오를 때가 되면 바람의 사당으로 같이 가 주지 않을래? 혼이 일으키는 현상에 대한 대처에 대해서라면 역시 그 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