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이 나서 집의 한켠에 있는 창고로 들어가 창고 안의 물품들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안에 들어있는 쓸모 없다고 생각될 만한 물품들을 꺼내, 밖으로 내놓아서 다른 이들에게 주던가 하기 위한 일이었다-함부로 그 물품들을 버릴 수는 없었으니까-. 필요 없게 된 물품들을 내놓기 전에 우선 물품들이 들어있는 상자 4 개를 집 밖으로 내놓으려 하였고, 그러면서 위쪽의 상자들부터 하나씩 거실을 거쳐 집의 밖으로 옮겼다.
  "많이도 얻어 왔었네, 처음 집으로 올 때에는 창고가 언제 채워질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상자들을 옮겨온 후, 나는 우선 현관문 좌측 근방에 올려놓은 상자들 중에서 문과 가장 가까이에 놓은 상자의 뚜껑을 열어 그 안에 들은 물품들을 하나씩 살펴보려 하였고, 그러면서 수많은 물품들이 들어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 중 대다수는 아니파(Anifa) 가 가져온 물건들, 물론 아니파는 1 년에 몇 개씩만 물건을 얻어오거나 구매하고는 하였으나, 살아온 기간이 100 년이 넘다보니, 몇 개씩 얻어온 물건들이 쌓이고 쌓여 상자를 채울 정도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그 물건들을 뒤지는 도중, 상자의 한 곳에 자주색을 띠는 작은 오카리나 하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린 아이를 위한 것인지 내 손바닥 안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오카리나. 그것은 그가 가장 아끼던 물건 중 하나였으며, 아니파가 그 물건을 가지고 있을 즈음에는 은으로 만들어진 목걸이에 걸기도 했던 물건.
  "그 정도로 그에게 소중한 물건이었어. 그래서 한 때는 목숨보다도 소중하냐고 묻기도 했었는데....... 물론 지금은 자신의 생명이 더 중요함이 당연하다고 말을 하겠지."
  그러나 불행히도 아니파는 어느 여행 도중에 오카리나를 잃어버렸고, 한 동안 찾아 헤매다 결국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채로 집에 돌아가야만 했다. 그리고 1 년 즈음 지났을까, 어느 행상으로부터 그가 갖고 있던 것과 똑같이 생긴 오카리나를 구매해서는 그것을 아니파에게 주려 하였지만, 그 당시, 나 역시 오카리나에 대한 욕심이 생겨, 그것을 아니파에게 주지 않고 계속 갖고 있으려 하였다. 그 물건이 아니파가 사용하던 것과 똑같이 생긴 것이라고 그 당시에는 장담하지 않았음도 한 요인이었다(은으로 만들어진 목걸이가 없었다).
  그래도 미안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기에 남몰래 사용하던 물건이었지만 떳떳이 활용하지 못한 끝에 창고 안에 넣어두었고, 그 이후로는 존재 자체를 잊기까지 한 상태였다가, 인제 와서 창고를 정리하다가 창고에 들어있던 상자들 중 하나의 깊숙한 곳에서 다시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이제라도 돌려줘야지, 본래는 그 아이의 것이었는데."
  그 악기의 모습을 다시 보면서 이전에 내가 하지 못했던 일에 대한 죄책감이 다시 떠올랐고, 그 죄책감을 풀기 위해서라도 아니파에게 오카리나를 주기로 마음을 먹은 다음에 치마의 왼쪽 주머니에 그것을 넣어두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대나무로 만들어진 팬 플룻과 대나무로 만들어진 피리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오카리나를 잃어버린 이후, 그가 사용하던 악기였는데, 악기에 대한 흥미를 잃자마자 나에게 주어서 내가 갖게 된 것이었다.
  "그래, 한 때 피리가 갖고 싶다고 말했었지, 잘 불지는 못했지만."
  그 물건을 발견한 이후, 나는 팬 플룻과 피리를 한 곳에 모아놓고, 이어서 다른 꺼내놓아도 될 물건을 찾아보려 하였다. 그러면서 이전의 피리와 팬 플룻 그리고 오카리나를 제외하면 특별할만한 물건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곧 그런 나의 눈앞으로 의외의 물건이 나타났다.
  꽤 낡은 책자 10 여 권. 언제 집에 들어왔는지 이제는 알지도 못하는 그 책들을 발견한 이후, 나는 책들을 꺼내 책에 기록된 것들을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책자에 기록된 것은 각종 시집의 일람. 물론 어떻게 그런 책들이 창고 안에 들어와 있었는지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고, 이제는 책장도 거의 다 채워진 상태였기에 그 책자들 역시 다른 집으로 옮겨놓기 위한 수순에 들어가는데, 갑자기 나의 오른편에서 한 어린 소녀가 말을 거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레아나, 일은 잘 되고 있어?"
  그 이후, 나는 허리를 편 이후에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돌아섰고, 그러면서 평소처럼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날개를 펼친 채, 아니파가 뒷짐을 지고 오른발을 뒤쪽을 향하도록 하면서 다리를 약간 들어올린 모습을 보이며 나의 곁에 다가와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다가오고서 아니파가 내가 다시 상자에 넣어두려 하는 책자들을 보더니 놀라면서 나에게 물었다.
  "이것들, 예전에 네가 애용하고 있던 책들이잖아!?"
  그리고 내가 그 물음에 "그랬었나." 라고 답을 하자마자 기억나지 않고 있었느냐고 물은 다음에 한 때는 항시 손에 들고 있던 책으로서, 내가 자주 읊던 가사를 포함하고 있던 시집 아니냐고 이어서 나에게 물음을 건네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그 책들이 한 때 나의 귀중한 보물 중 하나였음을 비로소 상기할 수 있었고, 그에 이어, 그 책들을 혹시 있을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넣어두고 있었음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아마 다른 책들도 계속 얻어오고, 그 책들을 하나씩 보게 되면서 시집을 멀리 하다가, 존재 자체를 잊게 되었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다른 이들에게 가져다 주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을 하였다. 항상 가지고 다니던 때의 추억이 떠오르면서 그 추억의 일부를 밖으로 내놓고 싶지 않게 된 탓이었다. 그래서 팬 플룻, 피리를 올려놓은 곳 근처에 책들을 한 번에 옮겨 놓았다.
  그 이후, 나는 왼쪽 주머니에 넣어 놓았던 오카리나를 왼손으로 들고, 이어서 그것을 왼손을 내밀어 보이며 그에게 말하였다.
  "그리고, 이것도 같이 받아. 네가 어렸을 적에 사용하던 오카리나야."
  "이거! 잃어버리고 다시는 못 찾으리라 생각했는데!!!"
  이후, 그는 그것을 전해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말한 다음에 오른손으로 그것을 받은 후, 두 손으로 들고 있으면서 나에게 예전에 자신이 가졌던 그 물건이 틀림없다고 말한 다음에 나에게 어떻게 다시 얻을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행상인에게서 구매했다고 내가 실제 했던 대로 답했다, 하지만 지금껏 그것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계속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과 그것에 관련된 구매 시기는 끝내 언급하지 못했다. 이어서 나는 팬 플룻과 피리 역시 그들에게 돌려주었고, 그러면서 지금껏 품고 있던 죄책감을 마음 속에서 비로소 떠나 보냈다, 근 30 년 만의 일이었다.

  이어서 창고 안에 있던 상자들을 정리하면서 예전에 살던 할머니로부터 받은 8 개의 찻잔과 같은 옛 추억에 관한 물품들을 계속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 물건들을 보자마자 추억을 떠올리면서 그것들이 나의 삶을 증명할 수 있는 물품이 되리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쉽게 그 물건들을 버리지는 못했다. 산 아래 어느 마을에서는 추억을 함께 한 물건들을 돈이 되지 않는 물건이라고 버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나는 차마 그렇게는 할 수 없었다.
  결국 지금은 가치가 없다고 여긴 각종 장난감이나 나무로 만들어진 물품들 같은 것들만을 밖으로 내놓고, 그와 함께 들어있던 나뭇가지 등을 숲에 올려놓는 일로 모든 일을 끝내게 되었다. 그래도 자질구레한 각종 물품들 역시 많았던 탓인지 정리된 물건들은 2 개 상자 어치나 나왔다.
  "결국 반 정도만 상자를 비웠네."
  "지금 이후로 상자 채울 일을 줄이면 되겠지, 괜찮을 거야."
  이후, 그 일에 대해 아니파가 걱정스러워 하는 목소리로 물음을 건네었고, 그 물음에 나는 상자를 채울만한 일을 조금은 줄여보겠다고 마음을 먹으며 낙천적으로 화답했다. 물론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나 자신도 모를 일이었다.